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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혔던 학교···“쉽진 않았지만, 꿈이 생겼죠”

노진호 기자입력 2026.09.07 08:41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센터장 조현정)가 지원하는 ‘학교 밖 청소년’은 110명 정도이고, 지역의 학교 밖 청소년은 그 두 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학교 밖은 실패의 결과가 아닌 행복의 과정이다. 이들은 제도권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홍성신문은 월 1회 학교 밖으로 나온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전기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인 선호는 작가의 꿈도 키우고 있다.
전기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인 선호는 작가의 꿈도 키우고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는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경을 가진 신비롭고 흥미로운 곳이다. 하지만 이번 연재의 열한 번째 주인공 ‘2004년생 이선호’에게는 그다지 좋은 추억으로 남지 못했다. 참 운이 없었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선호의 뉴질랜드 생활이었지만, 그곳에서 이뤄지지 않은 마법 같은 일들이 시차를 두고 조금씩 펼쳐지고 있다. 지금 선호는, 정말 꿈꾸고 있다.

중학 졸업 후 뉴질랜드로···“아! 팬데믹”

홍성읍에서 태어난 선호는 홍성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왔다. 중학교 졸업장까지 받기는 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에 결단을 내렸다. 선호는 “경직된 학교 분위기도 싫었고, 학업 스트레스도 심했어요. 고등학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듯했죠”라며 “성적은 좋았어요. 수학을 젤 잘했고, 사회를 못했죠. 암기가 많은 과목을 싫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선호는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유학을 떠났다. 대학 바로 전 단계인 파운데이션 과정이었고, 컴퓨터 관련 학과를 택해 대학까지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적어도 11시간 넘게 걸리는 그곳에서의 생활은 생각과는 달랐다.

선호는 “1년 반을 다녔어요. 1단계를 마치고 2단계를 하다가 스톱했죠”라며 “뉴질랜드에 간 건 2020년이에요. 코로나19가 퍼질 그때요. 혼자 가서 참 외로웠어요. 팬데믹 때라 친구 사귀기도 힘들었고, 스리랑카 가정 홈스테이를 하며 음식 등도 적응이 어려웠죠. 이래저래 안 좋은 시기, 나도 이상해졌어요”라고 회고했다.

선호는 뉴질랜드에서 ‘난독증’이 심해졌다고 한다. 스스로는 ‘활자강박’이라고 표현했다. 선호는 “전에는 조짐만 있었는데 뉴질랜드 생활 중 커졌죠. 글자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에 다음으로 넘어가질 못하는 거예요”라며 “2022년 중반쯤 돌아왔어요. 두 달 텀으로 병원에 다니며 약도 먹고 재활을 했죠. 사실 지금도 치료는 진행 중”이라고 고백했다.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의 인연도 치료 과정에서 이어졌다. 2022년 후반, 병원에서 센터 방문을 권했다. 선호는 “통기타도 배웠고, 현장 체험도 하러 갔어요. 파란 카페 1기로 참여하기도 했는데, 그 6개월은 괜찮은 경험이었어요. 방안에서 허송세월하다가 뭔가 할 일이 생기니 일상을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죠”라며 “센터 선생님은 정말 고마운 분들이죠. 공부도 못하고, 일도 애매할 때 여기 카페에서 역할을 맡은 거예요. 자격증 공부도 추천해 주셨죠. 센터는 홀로서기를 도와주는 곳”이라고 전했다.

선호는 가족으로 부모님과 두 살 아래 여동생이 있다. 농장 일을 하는 부모님은 선호의 선택을 믿어주시는 편이라고 하며, 여동생과의 사이도 좋다고 했다.

자격증 따러 서울로···“연말에 시험 예정”

홍성에서 아르바이트와 치료, 공부를 이어가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선호는 지난 6월 서울로 향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또 한 번의 결단이었다. 선호는 “신림동에 자취하며 전기기능사 학원에 다니려고요. 아르바이트를 해보니 자격증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죠. 연말에 시험을 볼 예정”이라며 “떨어지는 사람도 꽤 있다고 듣긴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전에 검정고시도 봐요. 최근에 인지행동치료를 받고 글 읽는 게 조금 좋아졌거든요. 숙제가 많은 해이지만, 자신 있어요”라고 보탰다.

선호는 웹소설도 쓰고 있다. 아직은 취미 수준이지만, 또 하나의 직업으로써도 고려 중이다. 선호는 “웹소설을 많이 듣고 읽었어요. 세계문학전집 같은 것도 종종 보고요. 소설은 다른 글보단 강박이 덜해요. 조금씩 그 폭을 더 넓힐 생각”이라며 “무협에 관심이 많아요. 문피아(MUNPUA)에서 제 작품을 볼 수 있죠. 재밌게 읽은 건 ‘환생표사’”라고 추천했다.

네이버 시리즈를 통해 서비스된 ‘환생표사’는 작가 신갈나무의 무협 웹소설로, 절름발이 쟁자수였던 주인공이 표국(표사) 집안의 인물로 환생해 표행을 수행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자퇴는 신중히···“기쁨 주는 작가 되고파”

‘학교 밖, 우리 곁’ 연재의 다른 주인공들처럼 자퇴를 고민하는 이에 대한 조언도 물었다. 선호는 “주변에 사람이 적어지는 걸 감내해야 한다. 자퇴를 결정한다면 많은 경험을 쌓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학교’란 어떤 의미냐고 묻자 “다녔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있어요. 일반적으로 학교에 다닌 또래들보다는 친구가 적으니까요”라며 “센터 등을 통해 생긴 친구들이 있긴 한데 지금은 대부분 군 복무 중이죠. 그래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도 같아요”라고 말했다. 선호는 군대를 면제받을 것 같다고 했다.

선호가 그리는 ‘10년 후의 모습’도 궁금했다. 선호는 “우선 글을 계속 쓰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은 전기 쪽 자격증을 따서 하고 있을 것 같고요.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라며 “글은 일상에서 쉴 때 웃을 수 있는 가벼울 이야기를 좋아해요. 저도 작가로서 그런 기쁨을 주고 싶고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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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 기자

기획·특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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