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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송전탑을 막을 수 있다면

풀무전공부 김현수 학생 기자입력 2026.10.14 08:51

지난 해 2월 25일에 ‘Is This What we want?’이라는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1000명의 영국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이 앨범은 12트랙이 흐르는 47분 내내 ‘정적’으로 일관합니다. 영국 정부가 AI회사들이 AI 학습을 목적으로 저작권에 상관없이 텍스트나 음악 등 창작물을 사용하는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습니다.

그 반발의 행동은,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 아닌, 어떤 선율도 담지 않은 스튜디오 내의 ‘정적’이었습니다. AI가 침투한 스튜디오 안에는 어떤 음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95년 보스니아 분쟁 지역의 피해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제작된 자선 앨범 ‘Help’의 후속작으로 지난 3월 ‘Help(2)’가 발매되었습니다. 데이먼 알반, 오아시스, 펄프 같은 90년대 거물들부터 올리비아 로드리고, 폰테인즈 DC, 블랙 컨트리-뉴 로드 같은 신예 그룹이 참여하면서 청자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습니다.

수익은 수단,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예맨 같은 분쟁 지역의 아동들을 지원하는 데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크고 작게, 무너지는 세상 속에서 되려 더 무감각해지는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상기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음악 안에서 훨씬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무대가 없으면 우리가 만들자’는 취지로 개최되어 올해로 5회를 맞게 된 지역 음악 잔치입니다. 취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잔치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최된 페스티벌이 아닌, 마을 주민이 원하는 바에 따라 열리는 ‘우리’의 축제입니다. 음악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겠죠.

해가 점차 거듭될수록, 어느새 마을 주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여름밤의 장(場)이 되어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리고 올해 기획단으로서 행사 슬로건을 함께 생각하게 되었을 때, 마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이 장에서 우리가 어떤 구심점을 만들어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AI, 반도체를 위시한 국가 프로젝트로서 전국 여러 지역을 괴롭히고 있는 송전선로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홍동 역시 그 문제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있기도 합니다. 우리 이웃이 모두 모이는 이 축제의 장에서, 그저 음악을 즐기는 것 역시 아주 좋은 즐김의 방법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우리가 모두 모여 즐기는 이 시간을 어떻게 계속 지켜나가고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10대에서 5-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가해 음악을 즐기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지키는 것은 소수 몇 명의 일이 아닌, 그곳에 참가해 즐기는 모든 이들이 짊어진 과제이기도 하니까요. 그리하여 ‘음악으로 송전탑을 막을 수 있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행사를 꾸려 나갔고, 그것에 너무 매몰되진 않고, 또한 그것을 가벼이 여기진 않으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음악이든, 연극이든,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여전히 한 구심점을 향해 모여 노래하고 춤춘다면 그곳에 희망이 싹트고 뿌리를 내린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홍동중학교 밴드 ‘날벼락’ 같은 팀들의 공연을 보면 더욱 그런 게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슬로건을 다소 ‘정치적’이라는 것을 가지고 의문과 우려를 표하던 분들이 있어, 염치없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리 모두, 소위 ‘예술’을 예외적인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가 눈뜨고 하는 모든 것, 그리고 눈감고 취하는 잠까지도 모두 삶이겠지요. 그리고 저희의 삶이 지금 소수의 이해관계로 인해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그것이 대립하는 위치가 정치라고 본다면, 삶과 정치는 결코 분리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예술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그 긴 삶과 그 삶의 배열이자 연속인 이 세상에서 예술을, 생선 가시 발라내듯 쏙 뺄 수 있는 걸까요? 그리고 어째서 예술에 삶이 개입되는 것이 순수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걸까요? 저는 되려 모든 삶의 이야기가 배제된 채 ‘예술을 위한 예술’만을 고집하는 것이 되려 순수하지 않음을 넘어서, 기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곳에서, 사실, 모든 곳에서 이야기가 샘솟아 왁자지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 말 다움센터 뒷마당에서 우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단 하루에 불과할 뿐인 축제입니다. 앞으로 우리 삶에서, 다양한 사람과 방식, 장소 가운데서 우리 삶이 계속 대두되면 좋겠다는 주제넘는 간섭으로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연결돼 있습니다. 이것이 시작된 순간으로부터. (Still Connected To the moment It began) Gorillaz - pirate jet 가사 일부

📝
풀무전공부 김현수 학생 기자

기획·특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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