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생활사투리-307 “뻐그려”
-이니: 뒷마을에 초상났다매? 거기 가서 저녁 먹자구. 그니께 선약 있으믄 뻐그려.
-저니: 나두 그러구 싶은디, 첫사랑 애인이 별다방서 만나자구 헌게 오늘이라, 뭇가.
<뻐그려>는 ‘어기다’의 뜻이다. ‘어기다’는 의미상으로 규칙, 명령, 약속, 시간 따위를 지키지 않고 거스르는 모든 행위를 나타내지만 ‘뻐그리다’는 주로 ‘약속’과 관련되어 쓰인다.
‘뻐그려’는 상대방에게 은근히 ‘파약(破約)’을 권유하는 형태의 말로, 그리 중요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약속을 깨라고 부추기는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식사를 제안했는데, 선약이 있어 망설이고 있다면 ‘걍 뻐그리고 나랑 같이 가세~’처럼 ‘꼬시는’ 경우가 꽤나 흔하다. 깨도 되는 약속을 하면 안되지만, 불가피하게 다음으로 미룰 수 있다는 상호간의 교감이 있다면 뻐그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누가봐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 당사자 외의 여러 사람이 관여된 일에는 ‘뻐그려’라는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이 말은 친한 사이에서 가벼운 의사표현의 방식으로만 사용되기에, 결과가 뻐그러지든 그렇지 않든 간에, 별 상관이 없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물건이 바른 상태에서 어긋나거나, 사이가 나빠져서 틀어지게 되는 경우에는 ‘뻐그러지다’라는 표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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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기자
읍·면중계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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