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마을이 보여 준 농촌다운 행복
요즘 농촌을 평가할 때면 거론되는 말이 사업과 수익이다. 태양광 발전, 대규모 체험마을, 화려한 축제까지, 마을은 저마다 눈에 띄는 사업을 내세우며 경쟁한다. 그런데 홍성군 두리마을이 2026년 행복농촌만들기콘테스트에서 동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조금 다른 결을 하고 있다. 두리마을에는 거창한 사업도, 화려한 콘텐츠도 없다. 대신 닭장과 둠벙, 텃밭과 마을논,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을 뿐이다.
두리마을의 시작은 사업이 아니라 아픔이었다. 2016년 세 번의 고독사를 겪은 마을 주민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자”는 마음으로 모였다. 그리고 직접 반찬을 만들어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안부를 물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을의 불편이 눈에 들어왔고, 목공과 건축, 미용, 요리 등에 재능이 있는 주민들이 하나둘 나섰다.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도우며 공동체의 온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따뜻한 마음은 공동급식으로 발전했다. ‘활력교실’(어르신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을 그냥 돌려보내기가 아쉬워 끓인 호박죽 한 그릇이, 매주 수요일 마을 전체가 모이는 따뜻한 밥이 됐다. 이렇게 차려지는 공동급식 밥상은 봉사자들의 손끝에서 채워지는데, 봉사자들은 인건비를 주면 오히려 오지 않겠다고 한다.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돈이 아니라 “맛있다”, “고맙다” 하며 잡아주는 어르신들의 따뜻한 손이다. 여기에 집집이 텃밭에서 거둔 채소와 곡식을 아낌없이 보태니, 수요일 밥상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주 조금씩 더 풍성해진다. 이런 자발성이 두리마을을 지금까지 이끌어 온 힘이다.
공동급식 식재료를 자급하려는 시도는 자연스럽게 마을 닭장과 텃밭 조성으로 이어졌다. 닭이 낳은 신선한 달걀과 텃밭의 싱싱한 채소가 공동급식 밥상에 오른다. 집집에서 나온 음식 부산물은 닭의 먹이가 되고, 닭똥은 다시 텃밭의 거름이 되는 자연 순환이 이루어진다.
지난해에는 마을논 한쪽에 생태 둠벙을 팠는데, 인공적으로 먹이를 주어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수초를 심고 자연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기를 기다리는 복원의 방식을 택했다. 둠벙에 자리 잡은 잉어는 논과 둠벙을 오가며 해충을 잡아먹어 농약 없이도 논을 건강하게 지켜 주고, 미꾸라지와 민물새우는 자라 다시 마을 밥상에 오를 식재료가 된다.
대형 시설이나 관광 콘텐츠 대신, 두리마을은 가장 농촌다운 방식으로 자급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오히려 마을 사람들을 더 자주 마주치게 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다. 결국 자급의 방식이 공동체를 다시 조밀하게 엮어낸 셈이다.
두리마을 사례에서 눈여겨볼 점은 따라 하기 어려운 특별한 모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찬 나눔은 이장님 댁 하우스 부엌에서 시작됐고, 자급은 닭장 하나, 텃밭 한 뙈기, 논 한편의 작은 둠벙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거액의 사업비도, 전문 컨설팅도 필요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이웃의 사정을 들여다보려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주민들의 손이었다. 이런 방식이라면 전국 어느 농촌 마을에서든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사업과 수익이 마을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된 시대에, 두리마을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마을이 꼭 화려한 사업을 벌여야만 살아남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웃을 돌보는 마음에서 출발해 스스로 먹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지속하는 힘을 기른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한 마을이 될 수 있다. 이번 행복농촌콘테스트에서 두리마을이 보여 준 것은 바로 그 소박하지만 단단한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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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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