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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새는 군민 혈세, 언제까지 이럴 건가

이경현 기자입력 2026.10.12 08:32

‘예산 수십, 수백억 원 확보!’ 그리고 화려한 준공식, 그러나 몇 해가 지나면 문짝은 떨어지고, 페인트는 벗겨지고, 시설은 창고가 된다. 군민이 낸 세금은 그때부터 누구의 책임도 아닌 돈처럼 취급된다.

놀궁리 해상파크는 궁리항어촌뉴딜300 사업으로 14억5100만원을 들여 조성했다. 그런데 운영 주체가 분명하지 않은 사이 화장실 문이 떨어지고 의자가 파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갈매기 배설물 청소에만 해마다 1700만원이 든다고 한다. 낚시 금지 구역에서 낚시가 이뤄져도 안전 펜스는 없고, 어선 접안으로 시설이 훼손될 경우 누가 책임질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31억5000만원을 들인 홍주숲 어린이공원도 마찬가지다. 주차장은 비어 있고 어린이 이용객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설물은 망가지고 페인트는 벗겨졌으며 정기검사와 안내 표지 관리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의회가 현장을 찾아 개선을 요구했고 담당 부서도 조속히 고치겠다고 했지만, 1년 뒤에도 달라진 모습을 찾기 어렵다. 약속은 회의록에만 남고 현장은 그대로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52억원을 투입해 추진한 한솔기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최영 장군 사당과 성삼문 선생 유허지를 바탕으로 충효문화 전수관과 탐방로 등을 조성했지만, 2013년 완공된 커뮤니티센터는 문을 닫은 채 창고처럼 쓰이고 있다. 광천읍을 비롯한 다른 권역사업에서도 운영비와 주민 소득을 감당하지 못해 시설 문을 닫거나 다른 용도로 버티는 사례가 이어졌다.

2021년부터 잠정 휴관한 조류탐사과학관(65억원)과 수산물웰빙체험관(53억원)은 5년째 문을 닫고 있다. 이제는 리모델링해 육상 김 양식 관련 연구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거론하다 포기했다. 새로운 활용 방안을 찾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과거 시설이 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는지, 새 사업은 누가 운영하고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지 먼저 밝혀야 한다. 12억원을 들인 미디어파사드 장비가 공유재산 목록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채 방치됐다가 철거된 사례는 뼈아픈 사례 중 하나다.

사업이 늘 성공할 수는 없다. 예상하지 못한 사정도 생긴다. 하지만 실패를 확인하고도 원인을 찾지 않고, 주민과 의회의 지적을 듣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행착오가 아니다.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한 뒤 준공식만 치르면 일이 끝났다고 여기는 행정의 책임 회피다. 사업을 기획한 사람, 예산을 심의한 사람, 공사를 감독한 사람, 준공 뒤 관리와 운영을 맡은 사람 모두 통렬한 반성을 해야 한다.

자기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면 이렇게 쓸 수 있겠는가. 이용객도 운영 주체도 분명하지 않은 시설을 짓고, 고장 난 채 두고, 문을 닫은 뒤 또 예산을 들여 다른 시설로 바꾸자고 할 수 있겠는가. 군민의 세금은 ‘예산을 따왔다’는 성과를 내기 위한 돈이 아니다. 계획부터 운영과 사후 관리까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라고 맡긴 돈이다.

홍성군은 사업별로 계획과 집행, 준공 이후 관리 실태를 전수 점검해야 한다. 문제가 드러난 사업은 실패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 손실을 회복할 방법이 있는지 법과 절차에 따라 검토하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확인되면 징계와 문책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잘한 일은 포상하고 잘못한 일은 책임지는 신상필벌이 있어야 공직사회가 달라진다.

예산을 따오는 것보다 제대로 쓰는 일이 더 중요하다. 사업을 벌일 때는 앞다투어 나서면서 준공 뒤에는 주인 없는 시설처럼 내버려두는 군정이라면, 군민의 세금은 앞으로도 빈 건물과 망가진 시설 속에서 새어 나갈 것이다. 홍성군 공직자들에게 묻는다. 짓고 나면 정말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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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사설·칼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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