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홍주의사총···관리주체 차이만이 문제일까?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국가유산 활성화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가유산을 활용한 관광·체험 프로그램과 도시 재생 사업 등을 통한 생활인구 유입 촉진과 지역 경제 활성화가 숙제로 떠오른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지방소멸 위기 국가유산 대응전략’을 수립·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홍성신문은 총 10회에 걸쳐 홍성 지역의 현주소와 지역 국가유산 답사, 타 지역 우수사례, 홍주의사총 문제 등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국가관리 전환 재추진···2023년엔 자격요건 미충족
2001년 8월 17일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 제431호로 지정된 ‘홍주의사총’은 1905년 을사늑약 후 일어난 전국의 항일구국운동 중 제일 규모가 크고 가장 치열한 항전을 벌였던 홍주읍성 전투에서 희생된 의병들의 유해를 모신 묘소로, 중앙에 의사총을 중심으로 동쪽에 창의사, 북쪽에 숲길과 홍주의병기념탑 등이 조성돼 있다. 이곳은 창의사에 900의사의 위패를 봉안하고 ‘구백의총’이라 명명했지만, 1992년 홍주의사총으로 이름을 바꿨다.
홍주의사총은 이른바 ‘3대 의총(칠백의총·만인의총)’ 중 유일하게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다. 군은 2023년 7월 국가관리묘역 지정을 요청했지만, 자격요건 미충족 통보를 받았다. 이후 지난해 9월 28일 국가유산청에 국가관리 전환을 공식 건의했고, 재추진에 들어갔다.
군 국가유산팀은 내년에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해 고증 자료 수집과 연구용역 등을 진행할 예정이며, 관련 예산은 이미 신청한 상태다.
충남도 역시 홍주의사총 국가관리 전환을 지지하고 있다. 문화유산관리팀 관계자는 “국가관리 전환이 필요하다. 지원할 부분이 있다면 도울 것”이라면서도 “국가유산청은 ‘소유 단체가 관리할 수 없거나 적당치 않을 때’라는 국가관리 전환 기준 등을 이유로 회의적이었다. 칠백의총이나 만인의총보다 작은 규모도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3대 의총 가운데 홍주의사총은 3만6229㎡. 칠백의총은 18만646㎡, 만인의총은 8만9168㎡이다.
年 5만~6만명 찾는 칠백의총···기념관 등 제 역할
충남 금산에 있는 ‘칠백의총’은 임진왜란 당시 금산 지역에서 왜군과 싸우다 숨진 조헌, 영규대사, 고경명 선생 등의 의병·의승을 기리는 공간이다. 1952년 금산군민이 성금을 모아 정비하며 모습을 갖춘 이곳은 1963년 1월 국가사적으로 지정됐으며, 1976년부터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칠백의총을 위해 일하는 직원은 32명이며 행정·기술·연구·관리 운영 공무원과 사무·연구원, 시설관리, 안내 해설, 주야간 안전관리 등의 행정지원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참고로 만인의총은 15명의 직원이 서무·관리·전시·교육 등으로 나눠 일하고 있으며, 홍주의사총은 기간제 1명이 관리를 도맡고 있다.
칠백의총에는 2020년 12월 새 기념관이 지어졌다. 사당 쪽에 작게 기념관이 있었지만, 종합정비계획에 따라 확장된 것이다. 기념관은 칠백의총의 역사와 시설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풍경을 전하는 △로비, 다목적실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념관의 전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을 상영하는 △4D영상실 △교육실, 임진왜란 당시 의병 봉기, 전략적 요충지였던 금산의 5대 전투, 금산 전투를 이끌었던 위인들과 이름은 남기지 못했지만 역사와 찬란한 빛으로 남은 칠백의사에 대해 정보를 전달하는 △제1전시실, 칠백의사의 정신을 느껴보는 램프와 국가의 위기 상황 속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희생하였던 칠백의사의 이야기에 대해 공감하고 그 정신을 기억하며 계승할 수 있는 △제2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칠백의총은 매우 잘 정돈돼 있고, 기념관도 흥미롭다. 관람자가 스크린 앞에 서면 관람자의 그림자 속에 의병들의 모습이 나타나는 ‘시간의 창’과 마치 퍼즐 맞히기 같은 ‘순의비 복원 체험’, 전통에 재미를 더한 ‘사다리 타는 투호 놀이’ 등은 꽤 인상적이었다.
2025년 칠백의총 관람객(기념관 방문 기준)은 6만1256명에 달했고, 2024년에도 5만3301명이나 됐다. 또 2023년과 2022년은 각각 6만9450명과 5만9188명이 다녀갔다. 해마다 9월 23일 거행되는 제향에는 300여 명 정도가 참여한다. 칠백의총은 해마다 호국보훈의 달 기념 사생대회를 열며, 추석 명절 등 연휴가 길 때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또한 영유아 대상 상설 체험도 운영하는데 연간 500~600명이 다녀간다.
홍주의사총의 국가관리 전환에 관해 묻자, 칠백의총 관계자는 “국가관리 전환은 행정적이나 법적 지위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후손이나 지역민에게 어떤 격이 높아지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며 “임진왜란 관련 인물의 사당 등 전국 곳곳에서 국가관리 전환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차별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가관리 전환 10년 만인의총···체계적 정비 착착
전북 남원에 있는 ‘만인의총’은 1597년 정유재란 남원성전투에서 순절한 조명연합군과 남원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장소다. 남원성전투가 끝나고 이 지역 사람들은 희생된 이들의 시신을 모아 ‘만인총’이란 무덤을 만들고, ‘충렬사’란 사당을 지었다. 1964년 현재 위치에 만인의총과 충렬사를 이전해 정비했으며, 2016년 전북도에서 국가로 관리주체가 바뀌었다.
만인의총역사문화관은 2024년 9월 26일 문을 열었다. 1층 기획전시실은 △남원성의 빛나는 별들 △만인의사 아카이브 △만인의사의 발자취 등으로 꾸며졌으며, 2층 상설전시실에는 △전쟁이 남긴 상처 △충렬록과 만인의사 △남원성전투의 배경 등이 있다. 더불어 코무덤과 조선 도공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남원성전투의 마지막 밤을 그려낸 △영상체험실도 2층에 있다.
역사문화관이 생긴 2024년부터 만인의총 관람객을 살펴보면 2024년에는 4만3450명이었으며, 2025년에도 4만4660명에 달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2만4366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홍주의사총의 관람객 수는 굳이 따로 밝히지 않겠다.
만인의총은 해마다 9월 26일 순의제향을 거행한다. 제429주년을 맞은 올해 순의제향은 300여 명이 함께했다. 만인의총은 2024년 이후 ‘만인의사 추모 공모전’도 이어오고 있다. 이 이벤트는 2024년 96점, 2025년 119점, 2026년 122점의 그림과 글·숏폼 영상 등이 전국에서 출품됐다. 또한 만인의총은 △어린이와 가족 △성인 △지역 군인·군무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체험도 운영하며, 남원성전투와 만인의총의 역사적 가치와 지역 문화유산의 중요성 등을 전하고 있다.
만인의총 관계자는 “역사문화관 상설전시실은 남원성전투의 역사적 전개에 초점을 맞췄으며, 기획전시실은 순절하신 개별 충신들의 인물별 자료 중심으로 꾸몄다. 남원성전투의 역사를 전하는 희귀한 문헌자료도 다수 전시돼 있다”며 “별관은 옛 만인의총 기념관을 새단장한 곳으로, 옛 기념관서 전시하던 기록화 4점 등을 볼 수 있다. 꼭 함께 들러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가관리 전환에 관해선 “만인의총의 경우 국가관리 전환 후 그 위상과 운영 안정성이 높아졌다. 기존에는 지방재정 여건에 따라 정비가 제약받았다면, 전환 후에는 장기적·체계적인 대규모 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역사문화관 건립 등이 그 예”라고 밝혔다.
‘3대 의총’이라고는 하지만, 칠백의총이나 만인의총에 비해 홍주의사총은 초라하다. 그러나 그 차이가 단지 다른 관리주체 때문인지는 의문이다.
추석 연휴 전 홍주의사총을 찾으니 말끔히 정돈은 돼 있었다. 하지만 그 흔한 안내 리플릿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위패가 봉안된 창의사의 문은 자물쇠로 굳게 봉인돼 있었다. 또한 병오홍주의병 120주년을 맞은 올해 제향(6월 1일)에도 지역의 핵심 기관장들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전체 참석자 수도 칠백의총·만인의총의 3분의 1 정도였다.
홍주의사총 국가관리 전환, 이대로 이뤄낼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6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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