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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견디고 양양에 남은 이유···이주 청년들의 ‘생존기’

김우솔 기자입력 2026.09.07 08:34

올해 정부가 ‘국가 창업시대’를 선언하며 대기업·수도권 중심을 넘어 지방과 청년으로 확산되는 창업 모델을 제시했다. 홍성에서도 ‘집단지성’을 중심으로 26개 팀이 지역에 정착하는 등 로컬 창업의 새로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성과를 넘어 지속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점검하고자 한다. 홍성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로컬 창업 우수 사례를 통해, 지원사업 종료 후에도 유지되는 청년 창업의 ‘자생력’과 ‘생존조건’을 총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2015년 서피비치가 들어서며 양양은 국내 서핑의 성지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많은 청년들이 양양으로 이주해 서핑샵과 카페, 식당을 운영하고 서핑 강사로 활동했다. 서핑샵은 한때 104곳까지 늘었고 연간 방문객도 1600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계절 영향을 크게 받는 서핑업의 특성상, 겨울에는 다른 일을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가기도 한다. 또, 최근 경기 침체와 국내 여행 수요 감소로 양양을 떠나는 청년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에 남아 자신의 사업을 이어가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이 양양에서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들어봤다.

“하조대를 더 재미있게!”

카페&바 웨이브와칭클럽

웨이브와칭클럽 이상준 대표. 
웨이브와칭클럽 이상준 대표. 

서핑 강사로 양양에서 일해온 이상준(32) 씨는 올해 3월 하조대해수욕장 인근에 카페&바 ‘웨이브와칭클럽’을 열었다. 단순히 자신의 가게를 갖고 싶어서 시작한 창업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서프숍이든 술집이든, 밥집이든 이주 청년들이 하던 가게가 최근 많이 없어졌다”며 “지금 양양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우리마저 갈 곳이 없어지고 흩어져 떠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우리의 공간을 만들고 내가 가게를 하지 뭐,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8년 전 대학생이었던 이 대표는 서울에서 영어학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일에 지쳐 다른 환경으로 떠나고 싶었던 그는 아르바이트 구인 플랫폼에서 강원도와 제주도의 일자리를 검색했다. “그냥 바닷가에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강원도와 제주도 알바 전체보기를 눌러서 10분 동안 200여 곳에 지원했던 것 같아요.”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곳이 양양의 한 펜션이었다. 한 달가량 펜션에서 일하던 중, 퇴사를 일주일 앞두고 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그가 앞서 지원했던 200여 곳 가운데 하나였던 서피비치였다. 당시 서피비치 안에 있는 굿즈샵에서 직원을 구하고 있었다. 펜션 일을 마치자마자 그는 서피비치로 이직했다.

당시 양양은 서핑의 성지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이 대표 역시 서핑을 접하게 됐다. “다시 서울로 돌아갔는데, 이듬해 서피비치에서 연락이 왔죠. 서핑강사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이었어요.”

2019년 서핑 강사로 돌아온 뒤, 곧바로 양양에 정착한 것은 아니다. 2018년에는 두 달, 2019년에는 넉 달, 2020년에는 반년 정도로 양양에 머무는 기간이 점차 늘어났고 서울을 오가는 횟수가 줄며 자연스럽게 정착으로 이어졌다.

겨울엔 대리운전, 건설 현장 막일도···
문제는 겨울이었다. 서핑은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일이었고, 비수기에는 강사로서의 수입이 거의 없었다. 그는 겨울이면 대리운전을 하기도 하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경기가 좋았던 해에는 여름에 화끈하게 저축해서 겨울에는 해외에 서핑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지내기도 했죠.”

안정적인 수입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양양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재미’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일단 나는 늘 재밌는 것을 하며 살았다. 그리고 살면서 해본 일 중 가장 재미있는 게 아직까지는 서핑”이라며 “2019년 어느 날 처음 파도를 타고 일어섰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마치 우주선 타는 느낌이랄까. 살면서 경험해 본 적 없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을 상대로 하는 일은 매우 설렌다”고 덧붙였다.

‘웨이브와칭클럽(Wave Watching Club)’이라는 가게 이름에도 그 경험이 담겨 있다. “파도는 계속 기다리고 관찰해야 해요. 파도를 타기 위해 온 해변을 돌아다녀야 하고, 두 시간 동안 바다에 있어도 실제로 파도를 타는 시간은 5분 남짓으로 찰나죠. 그래서 ‘우리는 파도를 보는거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다, ‘웨이브와칭클럽’이라고 이름 지었죠.”

웨이브와칭클럽에서 밤에 열리는 스트링놀스누들의 공연 장면. 사진=웨이브와칭클럽.
웨이브와칭클럽에서 밤에 열리는 스트링놀스누들의 공연 장면. 사진=웨이브와칭클럽.

웨이브와칭클럽은 낮에는 에스프레소 바, 저녁에는 공연과 음악이 있는 공간이 된다. 이 대표가 참여하는 지역 청년 밴드 ‘스트링놀스누들’의 공연도 이곳에서 열린다. 밴드 이름은 지역명인 현북면(String-North-Noodle)에서 따왔다. 이들은 양양 지역의 여러 행사와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공연 수익은 다시 밴드에 투자한다.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악기와 장비를 마련했고, 가게 한쪽에 작은 공연 및 연습 공간도 꾸렸다.

웨이브와칭클럽에서 스트링놀스누들 밴드가 공연하는 공간.
웨이브와칭클럽에서 스트링놀스누들 밴드가 공연하는 공간.

사비로 축제 기획해 “동네에 활기를”
지역에 대한 애정은 청년들이 직접 기획한 문화행사로도 이어졌다. 플리마켓과 DJ 공연, 밴드 공연이 있는 ‘하하하 하조대’다. 외부 보조금이나 후원금 없이 직접 사비를 모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첫 주 토요일이었는데 관광객이 있어야 할 시즌인데도 사람이 없었다”며 “아 그럼 우리가 공연이나 하자, 사람들을 한 군데로 모으면 근처 친구들 가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라도 되겠지 싶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총 네 차례, 매번 다른 가게에서 행사를 열었다. 회당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가량의 사비가 들었다. “사실상 돈을 쓰면서 하는 행사예요. 그래도 동네에 다시 활기를 넣을 수 있는 문화행사를 만들고 싶었고,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재미있어서 하는 거죠.”

그는 앞으로 비수기에도 지속가능하게 살아가고, 하조대를 더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한다. “이 주변에 사는 또래 이주 청년들은 웬만하면 거의 다 아는 사이예요. 오랜 시간 함께 살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죠. 이 친구들과 함께 더 하조대를 재미있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가게는 생계, 재미는 파도”···서핑과 함께하는 일상

이자카야 카와이오또꼬

카와이오또꼬 홍상록(사진 왼쪽) 대표와 황두현 대표.
카와이오또꼬 홍상록(사진 왼쪽) 대표와 황두현 대표.

비싼 해변 대신 원도심···계절성 영향↓
황두현(33) 씨와 홍상록(31) 씨는 특이하게도 양양의 원도심에 자리를 잡았다. 보통 청년 창업가들은 서핑으로 핫한 해변가에 가게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황두현 대표는 “2021년 즈음 가게를 냈는데, 당시 양양이 너무 핫해 해변 주변 월세가 200~300만원 정도로 너무 비쌌다”며 “감당하기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에 읍내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한 선택 덕분인지 이들은 현재 ‘계절성을 타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게를 찾는 손님의 80%가 지역 주민이고, 관광객은 20% 정도다.

황두현 대표와 홍상록 대표는 강릉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이 있다. 황 대표는 “동남아, 스리랑카, 필리핀, 베트남, 호주 등 해외생활을 오래 했는데 코로나로 한국에 들어왔다”며 “이후 강릉에서 한 시즌, 부산에서 두 시즌 등을 살며 해외에서 지내던 라이프스타일을 찾았고, 양양에서의 만족도가 높아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도 서핑이 취미였다. 해외생활을 하며 서핑을 배웠고, 이후 여러 서핑업체에서 강사로 일했다. 가게를 시작해보고자 한 것은 서핑 강사로 일하면서 느낀 불안정함 때문이었다.“안정적이지도 않고 대우도 좋지 않아서 ‘우리 가게를 한번 차려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카와이오또꼬 가게 전경.
카와이오또꼬 가게 전경.

카와이오또꼬는 일본어로 ‘귀여운 남자’라는 뜻이다. 황 대표는 “한 명은 장발에, 또 한 명은 수염이 있어서 바닷가에 있었다면 크게 위화감이 없었을 것 같은데, 읍내에 있다 보니 사장들의 인상이 강하더라”며 “가게 이름이라도 친근하게 짓자, 겉모습은 와일드해도 속은 여리다는 뜻을 담아 지었다”고 웃었다.

두 사람 모두 요식업 경험이 있었고, 원도심에 이자카야가 없었다는 점에서 방향을 잡고 가게를 열었다. 철판요리와 냉라멘 등이 인기가 있다. 황 대표는 “자부할 수 있는 것은 공산품을 전혀 쓰지 않고 레시피도 자체 개발한다는 것”이라며 “일본에 주기적으로 가서 맛있는 것들을 먹고 그걸 차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골 장사다 보니 손님들이 질릴 수 있다는 생각에 반년 정도의 사이클로 자주 메뉴를 바꾸고 있다”며 “그렇게 계속 오게 되는 재미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양양의 상권 자체가 규모가 작고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는 점은 늘 어려운 점이었다. 다만 황 대표는 “고집하고 싶었던 것은 반짝 불타올랐다가 식는 것은 싫다는 것”이라며 “정말 우리 가게가 좋고 맛있다면 입소문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 악물고 그 방향을 잡고 향해 갔다”고 말했다. 당시 읍내에는 포케집과 술집 등 7개 업체가 함께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곳은 카와이오또꼬뿐이다.

카와이오또꼬의 또 다른 차별점은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라이브 공연이다. ‘음악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밴드와 뮤지션을 초청하고, 가끔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을 초청하기도 한다. 첫 시작은 웨이브와칭클럽과 함께 기획하면서 시작됐다.

또 하나의 부업으로는 서핑, 공연기획, 교육을 하고 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서핑 수업과 스케이트 수업을 진행하며, 학교 수업은 봄가을 방과후 수업으로 나간다. 여름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핑 강습을 한다.

카와이오또꼬 황두현 대표는 서핑이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사진=황두현
카와이오또꼬 황두현 대표는 서핑이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사진=황두현
사진=황두현
사진=황두현

그렇게 그의 일상에는 ‘서핑’이 가깝게 스며들어 있다. 황 대표는 “생계수단은 가게인 셈이고, 재미는 서핑을 통해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핑을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이어서 ‘서핑 라이프만 구축하자. 그것을 위한 돈을 벌자’가 목적이었어요. 사실 파도가 너무 좋은 날에는 문을 닫기도 해요. 알바와 직원들도 다 서핑하는 친구들이라 파도가 좋은 날에는 아침 일찍 나와 준비하고, 파도를 타다가 함께 출근하기도 해요. 다들 파도를 타는 사람들이라 서로 이해하는 측면도 있고요.”

그에게 서핑은 ‘운명’같은 것이다. “그냥 엄청 기분이 좋아요. 처음 시작했을 때 ‘평생 이것만 하고 살아도 되겠다’ 싶었어요. 사실 다른 큰 도시로 가면 돈 벌 기회는 많겠지만, 서핑과 밀접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가게를 계속 지속해가고, 제가 이 지역에 정착해가는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함께 겨울을 날 발판되고파”
앞으로의 목표는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그는 “매년 서핑하러 유입되는 친구들이 많지만 이들의 90% 이상이 늘 떨어져 나간다”며 “일자리가 없고 겨울이 오면 매우 혹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표는 저희와 같은 사람이 많아져 내수시장이 더 커지는 것”이라며 “그래야 경제순환이 이뤄지고 우리와 같은 청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들을 거둬서 ‘함께 겨울을 나보자’고 하고 싶어요.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꺼지지 않게끔 도와주는 가게이자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단순히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넘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이들이 양양에 남아 미래를 고민하는 이유이자, 계절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삶을 이어가는 동력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김우솔 기자

기획·특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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