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은 늘고 수요는 있는데, 왜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가?
공공재정만으로 늘어나는 빈집을 감당할 수 있을까? 농촌의 빈집은 계속 늘어나는데, 정작 귀농·귀촌이나 창업을 위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은 “쓸 만한 빈집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현재 빈집 정책의 대표적인 수단은 철거와 리모델링이다. 필요한 정책이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빈집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를 공공재정으로 하나하나 처리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할지는 고민해야 한다.
충남에는 약 2만7000호의 빈집이 존재하고 있으며 충청남도도 2026년 7월 ‘빈집가치채움(Refill in House)’을 도정 중점과제로 채택하는 등 빈집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의 관리망 밖에 있는 빈집도 상당하다. 따라서 정책은 ‘등록된 빈집에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를 넘어 ‘숨어 있는 활용 가능한 빈집과 소유자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수요는 있는데 왜 빈집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가?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농촌 빈집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귀농·귀촌뿐 아니라 창업과 새로운 경제활동을 위해 농촌에서 공간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비어 있는 집이 아니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쓸 만한 빈집’이다.
문제는 이런 빈집이 있어도 소유자가 활용 의사를 밝히지 않거나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빈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도 ‘리모델링·정비 지원’에서 ‘쓸 만한 빈집 발굴 → 공급자 발굴 → 수요자 연결 → 활용’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집을 고칠 것인가, 쓸 사람을 찾을 것인가? 지금까지는 빈집을 먼저 정비한 뒤 이용자를 찾는 방식이 많았다. 그러나 귀촌주택, 창업공간, 작업실 등 이용 목적에 따라 필요한 정비 수준은 다르다.
따라서 모든 빈집을 공공이 먼저 고칠 필요는 없다. 활용 가능한 빈집과 수요자를 먼저 연결하고, 수요자의 목적과 비용에 맞춰 필요한 만큼 정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먼저 고치고 나중에 사람을 찾는 방식’에서 ‘먼저 사람과 빈집을 연결하고 필요한 만큼 고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빈집시장에 필요한 것은 ‘연결’이다. 좋은 플랫폼과 많은 정보만으로 빈집시장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실제 빈집 소유자가 참여하고 수요자와 만나야 한다. 따라서 숨어 있는 빈집과 소유자를 발굴하는 동시에 귀농·귀촌, 주거, 창업 등을 위해 공간을 찾는 실제 수요자를 찾아야 한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빈집을 보고 지역 여건과 비용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빈집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는 것과 실제 다시 사용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먼저 ‘빈집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빈집 활용의 중심에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유자는 자신의 빈집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고, 수요자 역시 건축물의 상태와 권리관계, 공사비용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실제 공급자와 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빈집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필자가 제안하는 ‘빈집활용교육’도 자격 취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실제 소유자와 수요자가 교육과 현장답사를 통해 서로의 조건을 이해하고 활용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어야 한다. 지역대학과 전문기관은 건축·법률·정비·활용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고, 행정은 빈집의 발굴과 연결을 지원해야 한다.
몇 채 고쳤는가보다 몇 채 다시 쓰였는가? 정책이 달라진다면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몇 채를 철거하고 리모델링했는가뿐 아니라 활용가능한 빈집과 공급자·수요자를 얼마나 발굴했는지, 그 연결이 실제 활용과 정착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빈집 정책이 건축물 정비를 넘어 귀농·귀촌, 창업, 경제활동과 생활·정주인구 확대라는 지역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치하면 비용, 연결하면 지역의 자산. 농촌 빈집은 방치하면 관리와 철거에 비용이 들어가는 지역의 부담이지만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주거 공간이나 가게, 사무실, 작업장 등 새로운 자산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빈집 자체가 아니라 그 빈집을 다시 사용할 사람을 찾는 일이다. 철거와 리모델링은 빈집 정책의 수단이지 최종 목적은 아니다. 모든 빈집을 공공재정으로 고칠 수는 없다. 쓸 만한 빈집을 찾아내고 공급자를 발굴해 필요한 사람과 연결한 뒤 필요한 만큼 고쳐 다시 사용하게 해야 한다.
이제 빈집 정책은 ‘빈집을 얼마나 고쳤는가’에서 ‘빈집을 얼마나 다시 쓰이게 했는가’로 나아가야 한다. 정책이 해야 할 일은 모든 빈집을 대신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 움직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 홍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설·칼럼 담당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