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잡는 무모한 농지 조사, 즉각 중단하라
홍성군의 농지 조사 대상 8만840필지 가운데 1만5139필지, 18.7%가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 다섯 필지 중 한 필지꼴이다. 숫자만 보면 홍성 농촌에 불법이 판치는 듯하다.
평생 논밭을 일구던 사람이 늙고 병들어 이웃에게 농사를 맡겼다. 부모에게 땅을 물려받았지만 직접 농사지을 형편이 안 되는 자식도 있다. 이런 사정을 살피기도 전에 위반 의심이라는 딱지부터 붙이니 농민은 겁이 난다. 강제 매각 및 25%에 달하는 이행강제금 공포와 지방 부동산 침체 및 임차농 위기는 둘째치고 자칫 이러다가 전과자가 되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져 든다고 한다, “다 늙어서 직접 농사짓기도 어려운데, 조사 때문에 팔지도 못하겠다”는 한 주민의 하소연을 이재명 정부는 들어야 한다.
정부가 얼마전 발표한 전국에서 위반을 의심한 농지는 284만필지라고 한다. 조사 대상의 27%다, 농지 투기를 잡겠다는 뜻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농지를 흙 한 번 밟지 않는 사람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불법으로 농지를 메우고 건물을 세운 행위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농사가 이뤄지는 땅에서 누가 경작하는지만 앞세워 일률적으로 단속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했다. 농지도 마찬가지다. 노인이 직접 짓든, 이웃 농민에게 맡기든, 중요한 것은 그 땅에서 농사가 계속되는 일이다. 물론 임차해 농사짓는 사람의 권리는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먼저 할 일은 고령 농민과 임차농이 안심하고 농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임대차를 제도 안으로 들이는 것이다.
정부는 몸이 불편한 고령 농민의 휴경 등에는 계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농민이 궁금한 것은 말이 아니라 기준이다. 어떤 경우에 시정 기회를 주는가. 오래된 구두 임대차는 어떻게 바로잡는가. 조사원이 다녀간 뒤 처분명령이나 이행강제금을 걱정하는 농민에게 누가, 언제, 무엇을 설명해 줄 것인가. 답을 분명히 내놓지 않은 채 조사를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농지 거래가 끊기고 값이 떨어졌다는 현장의 호소도 있다. 정부는 전국 거래 통계를 들어 조사와 거래 감소의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전국 수치가 홍성에서 땅을 팔지 못한다는 노인의 사정을 대신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군은 지역의 거래와 임대차 실태부터 직접 확인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농촌의 삶을 장부 속 소유자와 경작자 두 칸으로만 판단하면 그런 일이 벌어진다. 정부는 지금의 일률적인 농지 전수조사를 즉각 중단하고, 고령 농민의 임대차와 상속 농지에 대한 명확한 구제 기준부터 마련하라. 투기 농지와 불법 전용은 엄정하게 조사하되, 실제 농사가 이어지는 땅에는 합법적으로 경작을 계속할 길을 열어야 한다. 농지를 지킨다는 정책이 농사짓는 사람부터 겁주어서는 안 된다. 투기 잡으려다 농촌, 농민 잡아서야 되겠는가 농지조사 당장 중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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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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