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는 반드시 즐거움이 있다
앞 회에서 우리는 “賓主東南美”를 통해, 여하정의 풍류가 좋은 사람과 좋은 공간이 만날 때 비로소 깊어진다는 점을 살폈다. 이제 주련은 마지막 구절 “其必有所樂”에 이른다. 여하정 주련 전체가 산과 물, 공무와 자족, 작은 누대와 연못, 나무와 샘, 좋은 사람의 만남을 차례로 쌓아 왔다면, 마지막에 놓인 것은 결국 ‘낙樂’이다.
먼저 구절을 보자. 其必有所樂(그 안에는 반드시 즐기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이 구절은 구양수(歐陽修)의 〈화방재기(畫舫齋記)〉에 나오는 “其必有所樂也”를 떠올리게 한다. 여하정 주련의 여러 구절이 고전 명문에서 따온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마지막 구절 역시 〈화방재기〉의 문맥을 빌려 온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다만 여기서의 ‘樂’은 단순한 유흥이 아니라, 현실의 험난함을 지난 사람이 마음을 붙이는 즐거움에 가깝다.
〈화방재기〉는 구양수가 활주(滑州)에 부임한 뒤, 관청 동쪽의 방을 손질하여 한가히 쉬는 공간으로 만들고 그것을 ‘화방재’라 이름한 데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이름은 처음부터 조금 역설적이다. 구양수는 『주역』의 상(象)을 끌어와, 험난한 지경에 이르면 반드
시 내를 건넌다고 말한 뒤, 배라는 물건은 “험난함을 건너기 위한 것이지, 편안히 거처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舟之爲物, 所以濟險難, 而非安居之用也]”라고 했다. 배는 본래 안락의 상징이 아니라, 험한 물길을 건너는 도구인 것이다.
더구나 구양수에게 배는 단순한 풍류의 상징만도 아니었다. 그는 일찍이 정치적 풍파 속에서 외직으로 밀려나 강호 사이를 떠돌며, 수로의 험난함 속에서 여러 차례 목숨의 위태로움을 겪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제 편안한 관청 안의 방에 다시 배의 이름을 붙인다. 이 역설 속에서 〈화방재기〉의 뜻이 열린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구양수가 단순히 ‘舟’라 하지 않고 ‘畫舫’이라 했다는 점이다. ‘舟’가 험난한 물길을 건너는 배라면, ‘舫’은 잔치하고 즐기는 배이다. 더구나 ‘畫舫’은 그림처럼 아름답게 꾸민 유람선, 곧 풍류를 위해 마련한 배를 뜻한다. 구양수도 글 끝에서 “舫者, 宴嬉之舟也”라고 했다. 지난날 폄적의 길에서 배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이제 관청 안의 재실에서는 마음이 쉬는 풍류의 이름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其必有所樂也”가 나온다. 然予聞古之人 有逃世遠去江湖之上 終身而不肯反者 其必有所樂也(내가 듣건대 옛사람 중에 세상을 피해 멀리 강호로 떠나가, 평생 돌아오려 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에게는 반드시 즐기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이 구절에는 분명히 은거의 뜻이 들어 있다. 구양수는 세상을 피해 강호 위로 멀리 떠나, 끝내 돌아오지 않은 옛사람들을 떠올린다. 여기서의 ‘樂’은 강호에 몸을 맡기고 세속의 다툼에서 벗어난 은거의 낙이다.
그러나 구양수 자신은 완전히 세상을 떠난 은자가 아니었다. 그는 활주의 관청 안에 있었고, 그 방을 고쳐 ‘화방재’라 이름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樂’은 은거의 낙을 그대로 실현한 것이라기보다, 관직 속에서 강호의 뜻을 빌려 마음을 쉬게 하는 낙이라고 할 수 있다. 험난한 배의 기억이 화려한 유람선의 이름으로 바뀌듯, 벼슬살이의 긴장도 잠시 마음을 쉬게 하는 공간 안에서 다른 의미를 얻는다.
여하정의 “其必有所樂”도 이와 비슷하다. 여하정은 관아 곁의 정자이므로, 그곳의 사람도 공무의 세계를 완전히 떠난 은자가 아니다. 그러나 산수와 물가, 작은 누대와 연못, 좋은 사람과의 교유 속에서 잠시 강호의 마음을 얻는다. 그러므로 여하정의 낙은 세상을 버린 은거의 낙은 아니지만, 세상 속에서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마련한 작은 은거의 낙이라 할 수 있다.
결국 “其必有所樂”은 여하정 주련 전체의 결론이다. 여하정은 단순히 경치가 좋은 정자가 아니다. 공무의 무게를 지닌 사람이 산수와 물가를 마주하고, 좋은 사람과 더불어, 자기 마음의 자리를 다시 찾는 곳이다. 그러므로 그 안에는 반드시 즐기는 바가 있다. 그 즐거움은 현실을 잊는 즐거움이 아니라, 공무의 무게를 알면서도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깊고 조용한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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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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