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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전기를 쓴다는 것

정승희 홍동 거주 청년 기자입력 2026.10.26 08:52

나는 줄곧 서울에서 살았습니다. 24시간, 새벽이고 한밤중이고 대충 아무 곳에 시선을 두어도 사람이 보입니다. 빛은 또 얼마나 환한지요. 집집마다, 거리마다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헷갈릴 정도로 환한 빛이 항상 서울을 비추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시골에 내려왔을 때, 홍동에 집을 구하지 못해서 홍성읍에 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집을 거치면서 경험한 난방에 관해 적어보겠습니다. 시작은 가스였습니다. 도시가스, 네, ‘도시’ 가스. 나는 도시가스가 진짜 이름 그대로 도시에서만 제공된다는 것을 홍동에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네? 가스가 안 나와요?’ 읍내에서도 가스관이 깔려있지 않은 곳이나 단독주택 같은 경우에도 도시가스가 나오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요리나 온수도 가스로 해결하잖아요.’ 도시 가스 대신 사용하는 통가스는 비쌌고 나무 화력 보일러는 불을 제대로 피우지 못해 금세 꺼트리기 일쑤였습니다. 새벽마다 불씨를 확인하러 나가는 동기의 발소리가 흐릿하게 기억납니다.

두 번째 집은 빌라였습니다. 와! 가스업체가 따로 있기 때문에 다달이 고지서가 나오고 자동이체를 하면 됩니다. 가스에 문제가 생기면 업체가 알아서 해결해 주고요. 편리함에 대한 기쁨도 잠시, 평소보다 더 적게 사용했는데 전에 살던 아파트에 비해 4배 차이가 나는 고지서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골에서는 가스가 제공되어도 그 값이 도시보다 비쌌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가스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전기가 있다! 전기스토브를 샀습니다. 전기장판, 인덕션을 사용했죠. 어찌저찌 좀 춥지만 또 한 달을 버텼습니다. 그달에 전기세가 10만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항상 많아야 2만원 대였는데 고지서를 보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시골만 따로 돈을 더 많이 받나? 찾아보기까지 했습니다. 누진세, 심야전기, 농업용 전기 생소한 단어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동안 내 삶에서 전기세는 항상 큰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실수로 간밤에 불을 끄지 않아도, 티비를 보다 잠이 들어도, 하루 종일 따끈따끈하게 장판을 틀어두어도, 서울에서 전기세는 항상 고만고만했으니까요. 그런데 아니었던 것입니다. 전기는 내 삶에 큰 존재였다는 걸요.

몇 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조금 적응을 했습니다. 생활비에서 전기세의 비중이 늘어났고, 겨울이 되면 여분의 생활비를 비축해 둡니다. 전등은 바로 끄고 안 쓰는 콘센트는 뽑습니다. 부끄럽지만 초등학교 시절 질리도록 배웠던 전기를 아껴 쓰는 방법을 이제야 꼬박꼬박 실천하고 있어요.

송전탑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나는 전기에 대해 잘 모릅니다. 흐릿하게 전압과 전류라는 말만 기억나는 정도에요. 하지만 내 삶에 있어서 전기란 하루 종일 사용되는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은 압니다.

사는 환경은 달라졌지만 나는 여전히 전기가 없으면 안 됩니다. 이러든 저러든 시골도 도시와 똑같이 전기가 필요한 겁니다. 소중한 에너지죠. 그런데 이 전기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오는지에 대한 고민은 시골만 감당해 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거대한 발전 시설들, 오염된 물과 공기 그리고 송전탑이요. 올망졸망 작은 시골집들 사이 거대하게 솟은 송전탑, 아름답게 뻗은 산자락 중간 떡하니 박혀있는 송전탑.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배알이 꼬입니다. 누가 봐도, 도시가, 서울이 전기를 가장 많이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기에 대한 대가는 오롯이 지방과 시골이 감당해 내야 합니다. 이에 대한 감사와 보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지난 20년간 그래왔듯이 도시에서 전기란 공기처럼 당연한 거고 내 일상에 어떠한 불편도 끼치지 않거든요.

아마 송전탑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서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당장 전봇대조차 사라진 곳이니까요. 도시의 편리함과 이익을 위한 거대하고 위험한 시설물들을 시골에 우리 삶과 터 한가운데 세워버리고서요. 서울에 사는 그들이 송전탑 백지화 찬성까지는 아니어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삶에 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 전기를 쓰려면 어떤 대가가 필요한지 말이에요.

나는 도시에서 살던 때보다 더 비싼 고지서를 받고 더 전기를 아껴 쓰게 되었습니다. 거리는 도시와 달리 깜깜하여 밤 산책을 안 하게 되었고 해가 지면 손전등을 들고 다녀요. 나는 오늘도 안 쓰는 콘센트를 뽑고 불을 끄면서 송전탑 백지화에 관한 기사를 찾아 읽습니다.

📝
정승희 홍동 거주 청년 기자

사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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