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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 과학영재학교 무산, 홍성은 왜 침묵하는가

이경현 기자입력 2026.09.07 16:42
2024년 4월 23일 김태흠 충남도와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 이용록 홍성군수가 ‘한국과학영재학교 내포캠퍼스 설립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충남도
2024년 4월 23일 김태흠 충남도와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 이용록 홍성군수가 ‘한국과학영재학교 내포캠퍼스 설립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충남도

내포신도시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했던 KAIST 부설 과학영재학교가 사실상 무산됐다. 홍성군민들의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 같은 사실이 지난 8월 초 사실상 확정됐음에도 지역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 사업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사업이 아니다. 수년간 충남도와 홍성군이 역점적으로 추진했고, 2028년 개교를 목표로 841억원을 투입하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 충남도와 홍성군, KAIST가 2024년 4월 업무협약까지 체결한 사업이다. 정부 예산에는 타당성 조사 용역비 5억원까지 반영됐다.

홍성군민들은 내포신도시에 과학영재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꿨다. 당초 내포신도시에 학교를 새로 설립하는 방식에서 기존 고등학교를 영재학교로 전환하고, 전국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방식으로 사업 자체를 바꾼 것. 내포신도시를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추진되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전국의 다른 지역과 경쟁해야 하는 사업으로 바뀐 것이다.

사실상 내포신도시 과학영재학교 사업이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묻지 않을 수 없다. 5억원의 국민 세금까지 들여 타당성 조사를 해놓고 정책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꿔도 되는가. 수년간 행정력을 투입하고 주민들에게 기대를 갖게 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정부는 다른 지역의 국책사업에도 이처럼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었는가. 특히 호남 등 다른 지역에서 추진하던 사업이었다면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이 과연 이렇게 조용히 있었겠는가.

다른 지역을 탓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더 뼈아픈 질문은 이것이다. 왜 홍성은 이렇게 조용한가.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는데도 지역사회는 너무나 잠잠하다. 정치권도, 시민사회도, 행정도 뚜렷한 대응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지역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지역 발전을 이야기했다. 내포신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했고, 미래 먹거리와 좋은 일자리, 첨단산업 유치를 약속했다. 그렇다면 정작 지역의 핵심 사업이 흔들릴 때는 무엇을 했는가. 강승규 국회의원은 지난 8월 초 이 같은 사업 변경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알았다면 중앙정부에 무엇을 요구했는가.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대응을 했는가.

도의원과 군의원들은 알고 있었는가. 알았다면 어떤 목소리를 냈는가. 군민들은 이제 정치인들의 ‘입장’이 아니라 ‘행동’을 알고 싶다. 특히 박수현 충남도지사는 당선인 시절 내포신도시 타운홀미팅에서 KAIST 부설 과학영재학교와 충남대학교 내포캠퍼스의 차질 없는 건립에 대해 “꼭 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답해야 한다. 그 약속은 지금도 유효한가. 유효하다면 충남도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전국 공모로 바뀐 사업에서 내포신도시가 선정될 수 있도록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가. 정부에 어떤 요구를 하고 있으며, 정치권과는 어떤 공조를 하고 있는가. 도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홍성군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홍성군은 과학영재학교와 KAIST 모빌리티 연구센터를 연계해 내포신도시를 반도체·모빌리티 등 미래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지금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를 찾아가고, 국회를 설득하고, 충남도와 정치권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내포신도시가 왜 과학영재학교의 최적지인지 다시 논리를 만들고 끝까지 사업을 지켜내야 한다. 무엇보다 박정주 홍성군수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이번 사태는 박 군수에게 취임과 동시에 주어진 첫 번째 정치력 시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홍성군민들에게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잘못된 정책에는 잘못됐다고 말해야 한다. 약속이 뒤집혔다면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한다. 정치권과 행정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감시해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것은 특정 정치인 한 사람의 몫이 아니다.

이번에도 침묵한다면, 정말로 홍성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
이경현 기자

사설·칼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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