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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도올 김용옥이 불렀다

홍성문화원 배상목 원장 기자입력 2026.09.07 08:31

지난 8월 29일, 홍주문화회관은 어느 때보다 깊은 감동과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늦여름의 열기가 절정을 이루고 비마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객석을 가득 메운 군민들의 눈빛에서는 우리 고장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깊은 자긍심과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번 행사는 만해 한용운 선사의 탄신 147주년 이자, 한국 근대 문학의 불멸의 금자탑인 시집 「님의 침묵」 탈고 100주년을 맞이하여 홍성문화원이 정성껏 마련한 《만해 님의 침묵, 시대를 말하다》는, 만해 선사께서 남기신 자유와 평화, 독립의 정신, 그리고 깊은 불교 사상을 춤과 철학으로 새롭게 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

1부에서는 한국 전통춤의 거목 故 한성준 선생으로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 춤맥을 태평무 국가무형유산 이수자인 단국대 김선정 교수와 늘숨무용단이 만해 한용운 선생의 정신을 담은 《님의침묵, 춤으로말하다》를 무대에 올렸다.

만해의 대표작인 「님의 침묵」은 활자로 읽을 때도 가슴을 깊게 울리지만, 무용과 음악이라는 예술의 옷을 입고 무대 위에서 펼쳐질 때 그 감동은 두배가 되었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억압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았던 독립과 자유를 향한 갈망이 무용수들의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한 움직임을 통해 관객의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예술이 역사를 만났을 때 시공간을 초월하여 얼마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2부에서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석학인 도올 김용옥 선생의 특별 북콘서트 ‘만해, 도올이 부른다’가 진행되었다. 도올 선생 특유의 명쾌하고 깊이 있는 통찰을 통해 만해 한용운이라는 인물은 교과서 속에 박제된 위인이 아니라,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치열하게 시대를 고뇌했던 피 끓는 지성으로 우리 앞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만해의 일생과 문학, 철학을 깊이 있게 마주하고, 그 꼿꼿한 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숨죽이며 강연에 몰입하던 군민들의 모습은 지역 문화 발전을 향한 지적 갈증과 열망을 대변하는 듯했다.

당대의 석학 도올 김용옥은 허명이 아니었다. 한용운과 오세암에 관한 비사를 최초로 공개했는가 하면, 유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불교의 원리와 한용운의 일생, 홍성주민들이 가져야할 자부심의 원천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또한, 8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만해의 주옥같은 여러 시를 직접 낭송할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그를 향해 아낌없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날 강연에는 교육계와 지자체, 의회, 보훈 등 각계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셨는데, 이는 단순히 행사의 외형적 규모를 키우는 것을 넘어, 충절의 고장인 홍성이 가진 역사적 무게감과 만해 선사가 남긴 유산의 가치를 지역사회가 다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방증이다.

홍성은 숱한 역사적 인물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고장이다. 그러나 지역의 위대한 인물을 선양하는 일은 단지 과거의 업적을 회상하거나 연례적인 기념행사를 치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선현들의 치열했던 정신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끊임없이 묻고 재해석해야 한다. 이번 행사가 문화예술 공연과 인문학 강연을 결합한 복합적인 형태로 기획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위인의 삶을 현대적 감각의 예술과 깊이 있는 인문학으로 풀어낼 때, 비로소 그들의 고귀한 얼은 오늘날 우리의 일상 속에 살아 숨 쉬는 문화적 자부심으로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지역민의 삶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향유될 때 진정한 생명력을 얻는다. 홍성문화원은 앞으로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지역이 나아갈 문화적 이정표를 세우고자 한다.

지역의 훌륭한 문화 자원과 역사적 인물들을 발굴하여 융복합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승화시키고,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넓혀갈 것이다. 또한, 이번 행사에서 확인된 군민들의 높은 문화적 안목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인문학과 문화예술을 연계한 수준 높은 기획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계획이다.

만해 선사께서 평생토록 부르짖고 그리워했던 ‘님’은 잃어버린 조국이었고, 고통받는 중생이었으며, 마음속에 품은 절대적 진리였다. 오늘날 홍성문화원에게 그 ‘님’은 곧 우리 홍성이 품고 있는 찬란한 문화 자산이자, 이를 함께 가꾸고 누려갈 지역 주민들이다.

홍성문화원은 앞으로도 만해 한용운의 숭고한 삶과 정신을 홍성의 대표적인 문화 브랜드로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앞장설 것이다. 홍성의 역사와 문화가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밝히는 찬란한 등불이 될 수 있도록, 문화로 행복한 홍성이 될 수 있도록, ‘문화우선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쉼 없이 나아갈 것이다.

📝
홍성문화원 배상목 원장 기자

사설·칼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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