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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관객 사이, 연극으로 잇다

김영찬 기자입력 2026.09.07 08:40
김경선 씨가 사업 실패로 좌절한 중년의 주인공이 벌이는 해프닝을 담은 ‘어제의 용사들’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김경선 
김경선 씨가 사업 실패로 좌절한 중년의 주인공이 벌이는 해프닝을 담은 ‘어제의 용사들’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김경선 

주어진 역할에 충실

중학교 시절부터 연극을 시작한 배우 김경선은 오랜 시간 무대 위에서 다양한 인물을 만나며 자신의 연기 세계를 만들어왔다. 어린 시절부터 무용 등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학교에서 연극을 접한 것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홍성무대와 인연을 맺으며 본격적으로 연극 활동을 이어갔고 서울과 홍성을 오가며 꾸준히 무대에 섰다.

연극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이나 선호하는 캐릭터가 있을 수 있지만 역할의 크기나 이미지에 따라 호불호를 두기보다는 작품 속에서 맡은 인물에 맞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경선 씨는 2012년 홍성무대에 들어온 뒤 지역 연극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그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도 많지만 처음 무대에 섰던 작품에 대한 기억은 특히 선명하다. ‘변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 백제의 복신좌평 이야기를 다루며 연극의 매력을 더욱 깊이 느꼈다. 극중 ‘거꾸리’라는 인물을 맡아 연기했던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역할 중 하나다. 비록 극에서 이름난 중심인물은 아니었지만 맡은 역할을 통해 작품의 일부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다.

연극은 단순히 대사를 외우고 무대에서 연기하는 작업도 아니다. 김 씨에게 연기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그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는 캐릭터를 혼자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작품 속 공간에서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고 상대방의 행동을 관찰하며 그 인물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를 끊임없이 상상해야 비로소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그러한 노력은 무대에서의 성과로도 이어졌다. 충남연극제에서는 ‘파수꾼’의 소년 역할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상이나 역할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무대에 설 때마다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작품과 연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김경선 씨(사진 오른쪽)가 출연한 연극  ‘통닭’. 세 여성이 닭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화해와 치유, 가족애를  담은 작품이다.
김경선 씨(사진 오른쪽)가 출연한 연극 ‘통닭’. 세 여성이 닭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화해와 치유, 가족애를  담은 작품이다.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무대 목표

김경선 씨는 2023년부터 한국연극협회 홍성지부장을 맡아 지역 연극 발전을 위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연극인으로서 무대에 서는 것과 단체를 이끌어가는 일은 서로 다른 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민들이 연극을 더욱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바라는 것은 지역의 더 많은 사람들과 연극으로 만나는 것이다. 공연장을 찾아오는 관객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지역의 곳곳을 직접 찾아가 연극을 소개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김경선 씨는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무대에서 배우만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느낌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을 실제 공연으로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이강백 작가의 작품 ‘영월행 일기’를 무대에 올리기 위한 준비에도 한창이다. ‘영월행 일기’는 500년 전 억압된 역사를 배경으로 단종이라는 인물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 씨는 이번 공연에서 기획을 맡아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연극인으로서 특별한 자리나 물질적인 보상에 연연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극을 계속하고 관객을 만나며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더라도 무대에 올라 관객과 호흡하는 순간이면 다시 연극을 계속할 힘을 얻는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만큼은 작품과 인물에 온전히 몰입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이전보다 나은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들과 함께 한 단계씩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그녀가 꿈꾸는 것은 연극인 개인의 성장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문화예술이 함께 성장하고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자리에서 꾸준히 무대를 만들고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
김영찬 기자

사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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