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공간이 된 경로당···“중재할 수 있는 체계 필요”
노인들의 대표적인 공동체 공간인 경로당이 회원 간 갈등과 회계 문제, 이용자 배제 등 새로운 사회문제의 공간으로 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여가를 보내고 식사를 나누던 공간이지만, 운영 과정에서 구성원 간 다툼이 벌어지고 특정 회원의 출입을 제한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경로당 운영의 공공성과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북읍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는 회원들 사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회원들끼리 감정의 골이 깊어져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홍북읍의 한 마을 경로당에서는 회원 사이에 폭행이 이뤄져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홍성읍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는 한 회원이 출입을 금지당하는 일도 있었다. 그는 “노인 일자리 문제와 경로당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등 여러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더니 출입을 막고 결국에는 제명까지 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로당 회계 장부에 대해 누구라도 열람을 요구하며 보여줘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장부를 안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80대 이상은 대부분 많이 배우지 못했고, 민주주의에 익숙하지 않다”며 “정부에서는 경로당에 대해 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운영되고, 몇몇이 아닌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경로당 운영 방법에 대해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로당은 노인들의 여가 활동과 친목을 위한 공간이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비와 냉·난방비 등을 지원하는 공공의 시설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은 회장과 총무 등 일부 회원에게 상당 부분 맡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경로당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조정할 명확한 절차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흔히 발생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회원 간 갈등이다. 사소한 말다툼이나 식사 문제에서 시작된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결국 경로당 이용 자체를 둘러싼 분쟁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있다. 회장이나 임원진의 운영 방식에 불만을 가진 회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원들 사이에 편이 갈리는 사례도 있다.
특정 회원의 경로당 출입을 막는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로당에서 다른 회원들과 마찰을 빚었다는 이유로 회장이나 일부 회원들이 해당 노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로당이 마을 공동체의 공적 성격을 가진 시설이라는 점에서 특정 개인이나 소수 회원이 임의로 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한다.
회계 처리 역시 갈등의 주요 원인이다.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금과 회원들이 내는 회비가 경로당 운영에 사용되지만, 수입과 지출 내역을 회원들에게 충분히 공개하지 않거나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 회원들의 의혹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농촌지역 경로당의 경우 고령 회원이 대부분인 데다 회계나 행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회계 관리가 형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출 내역을 둘러싼 오해가 생기면 ‘누가 돈을 관리했느냐’를 놓고 회원 간 불신이 커지고, 이는 곧 경로당 전체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행정기관의 ‘갈등 조정’ 역할은 무엇인가?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조정할 행정기관의 역할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경로당에 대한 보조금 지원과 시설 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지만, 경로당 내부의 회원 간 분쟁은 민간단체 내부의 문제로 판단해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홍북읍의 한 경로당을 자주 다닌다는 80대 노인은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라기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중간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행정기관이 경로당 운영 문제를 단순한 민원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성군의회 문병오 부의장은 “경로당은 단순한 사적 친목 공간이 아니라 공공 예산이 투입되고 다수의 노인이 이용하는 생활복지시설이라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며 “경로당 운영 규칙을 구체화하고,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 때문에 분쟁이 장기화하거나 특정 회원의 이용권이 제한되고, 회계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군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중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경로당은 기본적으로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모든 내부 갈등에 개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노인회 홍성군지회와 함께 경로당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관리 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경로당 문제를 개별 시설의 민원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복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촌지역에서 경로당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이제는 ‘알아서 운영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관심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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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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