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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업이라 믿었는데”···빈집 리모델링 1호, 누수 책임 공방

노진호 기자입력 2026.09.28 07:51
A씨와 가족들이 둥지를 튼 홍성군 빈집 리모델링 지원 사업 1호 임대주택.
A씨와 가족들이 둥지를 튼 홍성군 빈집 리모델링 지원 사업 1호 임대주택.

새로운 희망을 품고 홍성에 둥지를 튼 귀농인 가장이 답답한 마음을 전해왔다.

A씨는 올해 1월 가족과 함께 인천에서 홍성군 갈산면 운곡리의 홍성군의 ‘빈집 리모델링 지원 사업’ 1호 임대주택으로 귀농했다. 이 사업은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해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귀농·귀촌 인구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주거복지 및 지역 활성화 사업이다. 군은 지난해 10월 15일 △임대 기간 2년(갱신계약 1회 가능) △보증금·임대료 없음 등의 내용을 공고하고 입주자를 모집했다.

A씨는 아내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데리고 2026년 새해 홍성으로 왔지만, 충분히 고쳤다던 ‘집’에선 얼마 안 가 문제가 발생했다. A씨는 결국 지난 8월 국민신문고에 ‘빈집 리모델링 지원 사업 임대주택 상수도 반복 누수 하자보수 요청’이란 제목의 민원을 접수했다.

배관 점검·교체 요구···“가족들에게 미안할 뿐”

A씨가 제기한 민원 글에 따르면 그는 지난 1월 입주 직후 온수 수도관 파열 상태를 확인했고, 당시에는 홍성군에서 지정한 시공업체가 수리를 진행했다. 이후 6월 동일 계통에서 재차 수도 누수가 발생했고, 소유자 비용으로 보수 공사를 했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지난 7월 16일 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수도계량기가 계속 회전하는 것을 확인해 소유자에게 수리를 요청했지만, 소유자 B씨는 “군에서 리모델링해 임대한 주택이므로 과도한 수리비를 추가 부담할 수 없다”고 답했다. A씨는 7월 수도 요금이 평상시 대비 약 7배 수준으로 나오자, 미사용 시 수시로 메인 수도 밸브를 잠그며 생활하고 있다.

A씨는 “소유자는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고 하고, 홍성군은 소유자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라며 “리모델링 설계에 보일러와 배관 등은 없었다고 하는데 이해가 안 된다. 그 정도는 정주를 위한 필수 사항이다. 리모델링 1호이다 보니 미흡했던 것 아닌가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화장실 갈 때마다 변기에 물을 붓는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할 뿐”이라고 더했다.

A씨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통해 배관 전체 상태 점검 및 필요시 전면 교체 등을 요구했으며, 홍성군의 모집 공고에 정주 여건 필수 충족을 리모델링 완료 요건으로 명시한 점과 보조금 관련 법령에 따라 리모델링 비용의 승인·공사 감독·정산 등은 홍성군 담당 공무원이 총괄하도록 돼 있다는 점 등을 들며 군의 책임을 물었다.

귀촌건축지원센터 문정균 센터장은 “사업 시행자인 홍성군이 역할과 책임의 경계를 더 분명히 했어야 한다”며 “자세히 따져봐야겠지만, 수리 의무는 소유자에게 있는 것으로 본다. 이후 소유자가 군에 분담 등을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균 센터장이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민간자본보조사업의 법적 근거와 행정청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일까?’란 제목의 글도 참고할 만하다. 그는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의무자는 보조금을 교부받아 사업을 수행하는 민간수혜자”라면서도 “행정청이 실질적인 계약 행위를 주도한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감사원과 법원 판례를 보면 하자·손해 발생 시 공동책임 또는 관리·감독 부실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소유자 “홍성군 사업” 홍성군 “임대인 의무”

A씨 가정의 불편과 피해는 계속되고 있지만, 손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소유자 B씨는 “당연히 내 집이니까 잘 고치고 싶은 마음이었고, 뭔가 지역에 도움이 되려는 생각도 있었다. 군에서 안내한 대로 진행했고, 믿고 맡긴 것”이라며 “수리비·검침비 등으로 50만원을 지급했는데, 금방 또 문제가 생겼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얼마 전 3자가 만났다. 군 공무원에게선 ‘당사자끼리 알아서 해라’라는 느낌만 받았다”며 “홍성군 사업으로 한 일이다. 군에서 정확한 원인을 진단한 후 추가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성군 건축허가과는 A씨의 국민신문고 민원에 대해 △보일러 배관 사항은 시공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공사 ‘하자’ 사항에 해당하지 않음 △임대차 계약에 따라 중대한 수리 조치 의무는 임대인에게 있음 △완료된 민간보조사업은 추가 예산 투입 및 지원이 어려움 등으로 답변하며 “중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 16일 군청을 찾아 상황을 확인했을 때도 군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건축허가과 관계자는 “군은 연계만 한 것이지, 임대차 계약은 별도”라며 “설계상 배관 부분이 없어 해당 공사의 ‘하자’라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7000만원) 교부 때도 사업의 원칙적 적정성 정도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책임은 이미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소유자를 설득 중”이라며 “군은 의무 임대 기간을 못 채웠을 시 행정처분을 할 수 있을 뿐 추가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전했다. 이어 “빈집 리모델링 관련 판례도 찾아봤지만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은 동당 7000만원이 지원됐지만, 보통 빈집을 제대로 고치려면 소유자가 더 부담했어야 한다”며 “꼭 이 경우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보조금 내에서 공사를 맞추려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보탰다.

A씨는 “단순히 임대인과 임차인 간 사적 분쟁이 아니라 홍성군이 예산을 들인 사업에 관한 사안”이라며 “조속히 문제가 해결돼 우리 가족이 홍성에서 잘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
노진호 기자

사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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