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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던 작은 시골···꿈에 그리는 무대가 됐어요”

노진호 기자입력 2026.09.07 08:33
고향 사람들을 위해 두 번째 ‘쉼표 콘서트’를 열었던 비올리스트 길고은이 연주 포즈를 보여주고 있다.
고향 사람들을 위해 두 번째 ‘쉼표 콘서트’를 열었던 비올리스트 길고은이 연주 포즈를 보여주고 있다.

“바쁜 일상 속 작고 다정한 쉼표가 되길 바라며, 음악이 전하는 인생의 계절 속에서 잠시 쉬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고향 사람들을 위해 무대를 마련한 비올리스트 길고은이 공연을 앞두고 전했던 말이다. 무대에 막이 내린 후 그녀가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 내포신도시의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홍성읍 대교리 출신···2년째 ‘쉼표 콘서트’ 열어

길고은(40) 비올리스트는 지난 8월 20일 저녁 홍주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홍주문화관광재단 후원으로 ‘쉼표 콘서트 시즌2’를 개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한 번 고향에 음악을 선물한 길고은은 봄~여름~가을~겨울을 테마로 다양한 아티스트와 무대를 꾸몄다.

길고은은 “지난해보다 더 큰 곳에서 공연했다. 클래식의 벽을 낮추기 위해 쉴 수 있는 음악을 골랐고, 멜로디언·실로폰까지 연주했다. 무대 위는 생각대로 됐는데, 관객이 적어 아쉬웠다”라면서도 “이번에 연습실로 빌려 쓴 바이올린 학원에 다니는 아이가 가족과 함께 공연을 보고 ‘감사드린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길고은은 홍성읍 대교리의 시장 인근에서 태어나 홍남초~홍성여중을 다녔다. 이후 충남예술고등학교를 나와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길고은은 “어느덧 독일 생활 20년 차”라며 “부천 출신인 남편도 울름 시립극장 합창단에서 음악을 한다. 열여섯과 열네 살이 된 딸들도 하프를 하는 ‘음악 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딸 둘 다 독일의 전국 콩쿠르에서 1등을 한 유망주”라고 귀띔했다.

비올리스트 길고은의 음악 여정은 꽤 오래됐다. 그녀는 만 두 살 때 홍성초 앞 피아노 학원에 들어갔다. 길고은은 “일곱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너무 좋아 케이스를 안고 잠이 들었다”며 “내 꿈은 음악가와 의사였다. 그런데 음악이 나를 더 위로해 줬다. 지금도 음악은 재밌다”고 전했다.

바이올린으로 꿈을 키우던 그녀가 비올라로 방향을 바꾼 건 ‘뜻밖의 일’이었다. 길고은은 “첫째 임신 중 갑자기 바이올린의 고음이 싫어졌다. 남편이 비올라를 빌려왔는데 뭔가 달랐다. 비올라는 사람 목소리와 비슷한 음역으로 호소력이 있고 따뜻한 소리”라며 “결국 출산 후 아우크스부르크 음대에 비올라로 재입학하게 된 것”이라고 회고했다.

길고은은 비올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바르톡 비올라 콘체르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 소나타 등을 추천하며 “리처드 용재 오닐의 ‘섬집 아기’ 연주도 유명하다”라고 보탰다.

“좋은 음악 나누고픈 마음”···내년 시즌3 기약

홍주읍성을 좋아하고, 올 여름엔 야행 행사까지 갔다는 길고은은 고향에 대한 애정이 크다. 대화 중 문득, 독일에 머물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그녀는 “유학 중 만난 남편이 먼저 독일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고, 거기서 정년을 원했다. 나도 정착에 동의한 것”이라며 “고향에 대한 애착은 독일에 가서 깨달았다. 어릴 땐 그저 떠나고 싶은 작은 시골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독일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하면 홍성에서도 나누고 싶다. 그래서 이 쉼표 콘서트가 더 뜻깊은 것”이라고 보탰다.

홍주문화관광재단의 공연 후원 공모는 1월에 진행된다고 한다. 길고은은 전해 11월부터 공연을 구상해 공모를 신청하고, 3월쯤 결정이 되면 4월부터 섭외와 공연장 체크 등을 한다. 그녀는 “출연자는 개인적 인연이 있거나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분들이다. 이 지역 연주자도 꼭 함께하려 노력한다. 아무래도 출연료가 한정적이라, 거의 재능 기부 수준”이라며 “재단의 지원금은 군민이 낸 세금이기에 헛되이 쓰지 않으려 애쓴다. 그래서 관객이 더 많이 오시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올리스트 길고은은 9월 8일 독일로 돌아간다. 9일부터 바로 새 시즌 활동을 시작한다는 길고은은 “클래식은 참 좋은 음악이다. 유명한 음악가, 악기는 피아노부터 들어보시면 쉽게 친해지실 수 있을 것”이라며 “쇼팽도 좋고, 가벼운 소품곡도 괜찮다. 더 많은 홍성 사람이 클래식의 매력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볼 만한 독일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알프스 기슭의 알고이 지방을 추천한다. 음악을 좋아하시면 바이로이트 음악 축제도 좋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홍성 출신 비올리스트 길고은은 “하루하루 발전해 가는 것이다. 음악가는 늘 정진해야 한다. 죽기 전까지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의 길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년 여름휴가 때도 내포신도시에 있는 친정에 머물며, 또 한 번의 ‘쉼표 콘서트’를 열 것이다. 그건 그녀의 약속이기도 하고, 필자의 바람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내년엔 더 많은 관객이 그 의미 있는 공연에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

지난 8월 20일 열린 ‘쉼표 콘서트 시즌2’ 공연 모습. 사진=길고은
지난 8월 20일 열린 ‘쉼표 콘서트 시즌2’ 공연 모습. 사진=길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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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 기자

사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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