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은행나무, 정말 해법은 없는 것일까?
지난 23일 오전 홍성읍 오관리 한 상인이 가게 앞 보도를 쓸고 있었다. 수북이 쌓인 은행잎 사이로 은행 열매가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열매를 밟자 으깨진 열매에서 특유의 냄새가 올라왔다. 노란 은행잎이 가을 정취를 더하는 계절이지만 이곳 상인들에게 가을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은행잎과 열매를 치우는 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읍에는 홍성축협 홍주지점에서 김좌진 장군 동상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비롯해 김좌진 장군 동상~홍성의료원~충남한방병원 구간, 김좌진 장군 동상에서 웰메이드 홍성점 방향 등에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특히 홍성축협 홍주지점에서 김좌진 장군 동상 사이에는 3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줄지어 있다. 오래된 나무들은 건물 3층 높이까지 자랐다.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뻗으면서 일부 상가의 2층과 3층 간판이 가려지고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까지 막고 있다.
조양문텔레콤 장주명 대표는 “이 거리에서 가게를 하는 사람들에게 은행나무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나무가 너무 크게 자라 가게 간판을 가리고 햇빛까지 차단한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다른 나무로 교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을철 은행 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상인들의 불편은 더욱 커진다. 대교리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대표는 “가을이 되면 가게 앞을 치우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된다”며 “아침에 청소를 해도 손님들이 오가는 동안 다시 열매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이 신발에 은행을 밟고 들어오면 매장 안까지 냄새가 난다”며 “상인 입장에서는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 큰 스트레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은행나무를 다른 수종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행나무가 문제인가, 암나무가 문제인가
은행나무가 가로수로서 나쁜 나무인 것은 아니다. 병해충과 도시공해에 강하고 수명이 길며 여름철에는 그늘을 제공한다. 가을에는 노란 단풍으로 도시 경관을 만드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열매를 맺는 암나무다.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여서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린다. 열매가 떨어져 보행자가 밟으면 으깨지면서 악취가 발생한다. 특히 상가와 보행자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단순한 청소 문제를 넘어 영업환경과 보행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거나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수거하는 방법 등을 활용하고 있다.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꾸면 열매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이미 크게 자란 나무를 뽑고 새 나무를 심는 데는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간다. 기존 나무를 유지하면서 열매를 미리 수거하는 방법은 당장의 불편을 줄일 수 있지만 매년 관리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결국 가로수 정책은 단순히 ‘은행나무가 좋으냐, 나쁘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나무보다 어디에 심느냐가 중요”
홍성군의회 권영식 의원은 은행나무를 다른 수종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권 의원은 “상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은행나무를 다 뽑아버리고 다른 나무로 교체해야 한다”며 “가로수 정책은 이제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어디에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인도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지만 인도가 아닌 도로 중앙분리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로 가운데에 나무를 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매년 가을 되풀이되는 은행나무 갈등을 끝내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수종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군은 당장 나무를 모두 교체하기보다는 우선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군청 이선경 산림녹지과장은 “오래된 은행나무를 하루아침에 없앤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은행나무가 있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찬성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여러 의견을 수렴해 해결 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군은 조만간 암그루에 달린 은행을 털어내고 가지치기도 진행할 계획이다. 홍성 원도심의 은행나무 논란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상인들은 나무 교체를 요구하고 있고, 행정에서는 기존 나무를 당장 없애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은행나무가 가진 그늘과 경관, 도시공해에 대한 강한 저항성은 분명 가로수로서 장점이다. 하지만 상가 간판을 가리고 햇빛을 차단하거나 열매 악취로 보행자와 상인들에게 불편을 주는 곳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로수도 도시 환경에 맞춰 선택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충남도의회 이상근 의원은 행정과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매년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가 문제가 되풀이 되고 있다. 민원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무엇이 문제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이제 ‘나무를 심는 것’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상권과 보행량, 도로 여건, 건물과의 거리, 관리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가로수 정책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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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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