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예산이 문제? 열정과 아이디어가 성공 열쇠!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국가유산 활성화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가유산을 활용한 관광·체험 프로그램과 도시 재생 사업 등을 통한 생활인구 유입 촉진과 지역 경제 활성화가 숙제로 떠오른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지방소멸 위기 국가유산 대응전략’을 수립·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홍성신문은 총 10회에 걸쳐 홍성 지역의 현주소와 지역 국가유산 답사, 타 지역 우수사례, 홍주의사총 문제 등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국가유산청은 ‘지방소멸 위기 국가유산 대응전략’을 통해 국내외 우수사례도 꼽았다. 그중 남한산성은 ‘주민 참여’, 경북 문경은 ‘기금 활용’으로 인정받았다. 직접 현장에 가보니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러나 각자의 장점을 살리려는 노력으로 참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는 것만은 양 지역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부러운 게 지는 거라면 참으로 쓴 패배였다.
발길 끊이지 않는 남한산성···지역민 참여도 한몫
35.14㎢에 달하는 남한산성 도립공원은 광주(61%)·하남(25%)·성남(14%) 등 3개 지역에 걸쳐 있다. 1971년 3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현재 58개 노선, 88.3㎞의 탐방로와 869면의 주차장 12곳, 전망대, 파고라 등이 있다.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 2014년 6월 22일이다. 조선 인조 2~4년(1624~1626년) 축성된 남한산성의 성곽 길이는 11.76㎞(본성 9.05㎞·외성 2.71㎞)이며, 면적은 12.62㎢이다. 현재 이곳을 관리하는 경기도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는 2016년 11월 1일 출범했고, 8년 후인 2024년 같은 날 남한산성 역사문화관이 문을 열었다.
유사시 임시 수도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축조된 유일한 산성 도시인 남한산성은 영화나 책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남한산성 도립공원의 지난해 방문객은 290만8000명에 달했고, 2021년 이후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무려 1357만명이다.
남한산성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남한산성 그 자체이며, 아프지만 흥미로운 역사가 그것을 받쳐주고 있다. 거기에 센터 직원들의 열정과 지역 주민들의 정성이 더해진 결과가 위와 같은 어마어마한 숫자다.
남한산성을 더 빛낸 주민 참여를 대표하는 건 ‘국가유산지킴이’와 ‘문화관광 해설사’가 있다.
국가유산지킴이의 기본 위촉 기간은 4년이며, 본인 의사에 따라 연장·탈퇴할 수 있다. 한 번 위촉 시 20명 내외를 뽑으며, 참가자 거주 지역 제한은 없으나 거리상 한계가 있어 경기도민 위주로 참여한다.
남한산성 국가유산지킴이는 2018년 양성 교육을 시작해 2019년 활동에 돌입했고, 플로깅과 도색 등 △국가유산 보존 활동, 화재 감시, 문화재 훼손 방지 등 △모니터링, △국가유산 소개 및 홍보활동 등에 참여한다. 이들에게는 연 1회 정도 역량 강화를 위한 강의나 선진 유적지 탐방 등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개별 지급되는 활동비는 없다. 다만 봉사활동 시간은 인정되며, 단체 활동 예산은 100% 경기도가 부담한다.
광주시가 운용하는 문화관광 해설사 17명 중 5명 정도가 남한산성에 상시 배치된다. 광주시가 문화관광 해설사를 상시 배치하는 건 남한산성과 경인천 습지생태공원 두 곳뿐이다.
경기도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우대하지만, 필수는 아니다.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며 “일부 실비를 주지만, 봉사의 개념이 크다”고 말했다.
경기도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는 4개 팀, 15명이 일한다. 이민아 주무관은 “성수기인 봄(4~6월)과 가을(9~10월) 관람객 대상 프로그램을 하는데 이때도 지역 예술단체가 무대를 꾸민다”며 “남한산초등학교 폐교 위기도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막았다. 주민의 활약이 빛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한산성은 탐방코스도 다채롭고 문화재도 많다. 각자 취향이나 여건에 맞춰 선택하시면 된다”며 “롯데월드타워까지 볼 수 있는 ‘수어장대’는 꼭 들르셨으면 좋겠다”고 더했다.
방치된 유산, 지역 명소로···문경 ‘산양정행소·화수헌’
경북 문경하면 조선시대 전략적 요충지이며 드라마 ‘태조 왕건’, ‘대왕 세종’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문경새재’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알만한 사람은 아는 매력 포인트가 더 있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산양정행소’와 ‘화수헌’이다.
1944년 적산가옥 형태로 세워진 산양양조장은 1960년대 문경의 석탄산업 활황과 함께 성장해 1980년대 전성기를 맞았으며, 1998년 가동을 멈추기 전까지 역사의 흐름과 함께했다. 문경시는 2018년 6월 ‘경상북도 산업유산’으로 지정된 산양양조장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원형복원 아카이브 용역을 실시했으며,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2020년 봄 지금의 ‘산양정행소(베이커리&여행안내소)’로 재탄생시켰다.
‘산양정행소’는 공간과 지역의 특색을 살린 빵·음료로 입소문이 났으며, 지역 농특산물 브랜딩 상품과 지역 작가 제작 소품 등도 판매하고, 주민 커뮤니티도 운영한다. 시그니처 메뉴는 막걸리 소금빵이며, 햇쌀라떼와 오미자 릴렉서, 정행슈페너 등도 인기다. 올해 1월부터 근무 중인 하준영 씨는 “평일엔 산양면민이, 주말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다”며 “문경의 근대문화유산인 공간 자체의 매력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고택을 활용한 ‘화수헌’은 2018년 9월 문을 열었으며, 카페와 한옥스테이를 겸하고 있다. 문경산 찹쌀로 만든 떡와플이 대표 메뉴이며, 오미자 에이드와 문경 8곡 미숫가루도 인기다. 무엇보다 이곳은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예쁜 장소로 유명하다. 더위가 한창이었던 지난 8월 24일 월요일 방문 당시에도 휴대전화로 화수헌을 담아가는 사람이 많았다.
‘산양정행소’와 ‘화수헌’은 리플레이스(RE:PLACE)가 운영하고 있다. 리플레이스는 소멸위기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회사다. 이 회사는 2017년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한 ‘청년유턴일자리사업’을 통해 문경과 인연을 맺게 됐다.
도원우(34) 대표이사는 “경북도 지원 사업 선정 후 대상을 찾다가 문경시가 매입한 채철재 가옥을 알게 됐다. 1년쯤 걸린 재건은 문경시가 맡았고, 우리가 인테리어와 약간의 리모델링을 했다. 공유재산 위탁 계약을 맺고 대부료를 내는 방식”이라며 “산양정행소는 화수헌을 만드는 중 문경시가 행안부의 인구감소지역 통합 공모 참여를 제안했다. 특교세 14억여 원을 확보했고, 2018년 6월 작업에 착수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리플레이스에 관해 묻자 “소멸위기지역 유휴 공간을 활용한 관광 기반 사업을 한다. 목표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활성화”라며 “문경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2021년 전국으로 영역을 넓혔다. 문경에 10명이, 광주의 자회사에 12명이 일한다. 자회사는 광역시를 타깃으로 하는 쇼룸 개념이다. 직영은 전국에 6곳, 협업은 3곳인데 우리 회사 공간을 투어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말했다.
도원우 대표는 “지금까진 국가유산 활용 지자체 프로젝트가 많았고, 소멸위기지역 커뮤니티 공간 건립에도 참여했다”며 “가장 어려운 건 채용이다. 단순노동이나 고객 응대는 구할 수 있어도 관리자급은 대도시에서 데려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주거 비용 등이 더 든다”고 부연했다. 이어 “산양정행소 매출은 우상향하고 있고, 화수헌은 4~5년 차에 정점을 찍고 조금 내려왔지만 꾸준한 편”이라고 더했다.
20대 중반 소멸위기지역에 주목한 도원우 대표의 승부수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공간의 역할을 재해석해 보여주려 했다. 화수헌은 채씨 집성촌에서 가장 마당이 넓은 집이었다. 이 마을 어르신들은 어릴 때 여기서 논 기억이 다 있었다. 그래서 온 가족이 찾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문도 모두 유리로 해서 차를 마시며 아이들이 뛰어노는걸 볼 수 있게 했다”며 “산양정행소는 정감 가는 공간에 포커스를 맞췄다. 밖에서 볼 때보다 안으로 들어오면 더 넓고 여유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도원우 대표는 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었다. 그는 “‘마을텔’을 해보려 한다. 농림부 창업 경진에서 상을 받아 산양정행소 인근에 1호점을 추진 중”이라며 “마을 어른과 함께하는 투어 등 온전히 마을을 경험하는 곳을 구상 중이다. 내년 초 1호점 객실 오픈 예정이고, 총 20개 객실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2026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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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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