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시대, 직접 부딪히고 해결하는 경험 필요”
홍동면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지리산 종주 프로그램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장곡면에서도 장곡초 6학년 학생들이 첫 지리산 종주에 나섰다. 이 프로그램의 시작에는 김명중 교사가 있다. 처음에는 홍동초 6학년 학생들의 수학여행으로 시작됐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된 뒤에는 마을교육으로 이어졌다. 김 교사는 지리산 종주를 통해 아이들이 단순히 산을 오르는 경험을 넘어, 자신의 몸으로 부딪히고 문제를 해결하며 삶에 필요한 힘을 기르기를 바라고 있다.
고향이 전주인 김명중(48) 교사는 2007년 교직에 입문했고 첫 발령을 받아 홍성에 왔다. 그는 한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이 지리산 종주에 나서는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막연하게 ‘아이들과 산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원래 산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을 때 우연한 계기로 지리산에 갔어요. 그때부터 산이 좋아진 것 같아요.” 지금은 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등산 모임 ‘올라’에 참여하며 마을 사람들과 매월 산행을 준비하고 있다.
김 교사가 지리산 종주를 학교 교육과정으로 들여온 것은 2016년 홍동초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2016년 홍동초에 와서 혁신학교를 준비하면서 지리산 종주를 아이디어로 냈고, 6학년 수학여행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가 지리산을 선택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코스 자체가 비교적 안전했고, 아이들이 짧게 경험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길게 무언가를 체험하고 느꼈으면 했어요. 지리산은 여러 굴곡이 있는 산이라 어느 정도의 힘듦도 있고, 여유도 있었죠.”
실제로 지리산을 종주할 수 있을지 주변의 걱정도 컸다. 김 교사는 여러 차례 직접 답사를 하며 코스를 확인하고, 설득해갔다. 그렇게 매년 홍동초 6학년 학생들은 지리산을 갔고, 시간이 흐르며 학생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6학년이 되면 지리산에 간다’는 인식이 생겼다.
코로나 이후 ‘학교’에서 ‘마을’로
그러나 코로나로 프로그램이 끊겼다. 김 교사는 “끊어지면 너무 안타까운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을에서 추진해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023년부터 홍동의 마을학교인 햇살배움터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학교가 아닌 마을이 중심이 됐다. 홍성의료사협 등산 모임 ‘올라’에서 활동하는 마을 어른들이 ‘이끔이’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산행을 지도한다.
아이들이 걷는 주 코스는 3박 4일 일정의 성삼재-노고단대피소-연하천-장터목-천왕봉-백무동 구간이다. 하지만 단순히 산을 오르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아이들은 종주에 앞서 용봉산, 오서산, 칠갑산 등 지역의 산을 오르며 체력을 기른다. 꾸준히 아침운동을 하고, 지리산 관련 책을 읽기도 한다. 책의 저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했다.
떠날 때는 자신에게 필요한 짐과 음식을 직접 준비한다. 산행이 끝난 뒤에는 기행문과 시를 쓰기도 한다. 김 교사는 “국어, 실과, 도덕, 체육, 음악, 창의적체험활동 등이 하나로 연결된 통합 교육 과정”이라고 말했다. 글을 쓰고, 밥을 짓고, 자신의 짐을 꾸리고, 친구와 서로 돕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 되는 것이다.
종주가 끝난 뒤에는 마을과 이끔이들이 함께 평가회의를 열어 프로그램을 돌아보고 다음 활동을 준비한다. “앞으로는 동서 트레일처럼 새로운 코스도 생각하고 있어요. 또 다른 산을 종주하거나 해외 원정까지 다양한 꿈과 목표를 생각해볼 수도 있죠.”
끈기·인내, 작은 것의 소중함, 자존감과 성취감 얻어
김 교사는 지리산 종주를 마친 아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배움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끈기와 인내심,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 자존감, 성취감이다. 그는 “산길을 14kg 정도의 짐을 메고 올라가요. 극한의 체력을 요구하죠. 그 과정에서 끈기와 인내심을 기릅니다. 또 요즘은 참 풍족하게 사는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산에서는 잘 씻지도 못하고 잠자리도 불편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물 한 모금, 바람 한 줄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되죠”라고 말했다. 이어 “산을 오르다 보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줘요. 아이들의 자존감도 많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결국 산행을 마치면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도 얻게 되죠”라고 덧붙였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특별한 추억이 남기도 한다. 지난 홍동면 지리산 종주에서는 마을에 걸린 현수막을 본 한 마을 어른이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세석대피소까지 올라왔다. 그는 아이들을 위한 음료를 준비해 한 명 한 명에게 건네며 격려했다.
김 교사는 “물론 하루아침에 아이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몸에 남고 가슴에 남은 이 경험들이 나중에 아이들이 살라가며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때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리산 종주는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더욱 의미가 있는 교육이기도 하다. 김 교사는 “갈수록 AI 시대에 머리를 쓰지 않고, 학교에서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며 “이럴수록 기본과 기초가 중요한 것 같다. 원래로 돌아가는 것, 우리가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당연하게 해왔어야 할 작은 일들을 어려워하는 모습도 그가 지리산 종주를 교육적으로 바라보게 된 이유다. 그는 “아이들이 신발끈이나 지퍼 하나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영상이나 컴퓨터 같은 매체를 주로 접하다 보니 직접 부딪히는 경험이 부족한 거죠”라고 말했다.
지리산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짐을 싸고, 화장실을 이용하고, 직접 해먹고 직접 부딪히는 것까지 수많은 문제를 만나게 돼요.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스스로 찾아가게 되죠. 그런 점에서 지리산 종주는 단순한 산행이 아닙니다. 직접 몸으로 경험하면서 내가 해결점을 찾아가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교사 또한 지리산 종주를 이어오며 교사로서의 보람도 느낀다. “아이들이 경험하고 배우는 것을 보면 ‘내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잘 살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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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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