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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읍성·정충사 등 59건···가능성 충분, 숙제도 한가득

노진호 기자입력 2026.09.14 08:06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국가유산 활성화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가유산을 활용한 관광·체험 프로그램과 도시 재생 사업 등을 통한 생활인구 유입 촉진과 지역 경제 활성화가 숙제로 떠오른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지방소멸 위기 국가유산 대응전략’을 수립·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홍성신문은 총 10회에 걸쳐 홍성 지역의 현주소와 지역 국가유산 답사, 타 지역 우수사례, 홍주의사총 문제 등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갈산면에 있는 김좌진장군생가지. 이곳이 성역화 사업은 ‘재검토’ 중이다. 사진=홍성군
갈산면에 있는 김좌진장군생가지. 이곳이 성역화 사업은 ‘재검토’ 중이다. 사진=홍성군

국가유산청 홈페이지에서 충남 홍성군 지역의 국가유산을 검색하면 총 59건이 확인된다. 홍주읍성과 홍주의사총, 홍주향교 등이 있는 홍성읍이 18건으로 가장 많고, 용봉사와 성삼문선생유허지 등을 품은 홍북읍이 13건으로 뒤를 이었다. 또한 한용운 선생 생가지와 고산사, 결성동헌 등이 소재한 결성면에 11건이 존재했으며, △서부면 5건 △장곡면 3건 △구항면 3건 △금마면 1건 △광천읍 1건 등으로 나타났다.

홍주성역사관은 지역 국가유산 가운데 연산서씨석보와 전세진 유품 일부를 전시 중이며, 전운상 영정과 한원진 초상, 용대기는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홍성 지역 국가유산의 보존과 정비 책임은 홍성군에서 맡고 있으며, 제초 작업 등 일상적 유지·관리는 읍면별로 이뤄진다. 관련 공사는 홍성군이 전문업체를 통해 실시하며, 민간이 소유한 고택 등에는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와 함께 충남서북문화유산돌봄센터는 홍성군의 국가유산에 대한 모니터링과 경미 수리 등을 통해 훼손을 예방하고 관람 환경을 개선한다. 센터는 홍성군을 비롯해 천안시·보령시·아산시·서산시·당진시·청양군·예산군·태안군 등 도내 9개 시·군을 담당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발표한 ‘지방소멸 위기 국가유산 대응전략’은 ‘국가유산으로 살아나는 지역’이란 비전 아래 △국가유산을 토대로 지역 발전의 새로운 가치 창출 △지방소멸 시대, 지역과 주민이 함께 지켜가는 국가유산 △촘촘한 국가유산 보존·관리 체계 구축 등 3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024년 국가유산 활용 사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우리 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2151억원 △미디어아트 925억원 등에 달했다. 과연 홍성의 국가유산 활용은 억 소리 나는 효과를 가져올 전략이 있을까?

홍주읍성 복원 재검토···“체류하는 문화공간 목표”

홍성 국가유산 활용의 중심은 ‘홍주읍성’이다. 홍성군의 홍주읍성 복원·정비 사업은 2004년부터 2032년까지 총사업비 309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현재까지 △조양공원 조성 △수변공간 조성 △홍주천년문화체험관 준공 △역사공원 경관조명 설치 △북문(망화문) 복원 △북동측 성과 발굴조사 △북문 동측 성벽 정비 △조양문 주변 이주 및 영업보상과 철거 △여가문화공간 조성 등을 진행했다.

올해는 △홍주읍성 동남측 성곽 주변 토지 매입 및 정비(52억원) △홍주읍성 북동측 성곽 복원·정비(26억원) △홍주읍성 북서측 성곽 복원·정비(12억원) △홍주읍성 객사 부지 매입 및 복원(72억원) △홍주읍성 향청 부지 매입 및 복원(7억원) △홍주읍성 조양공원 조성(12억원) △연못 등 홍주읍성 수변공간 조성(4억원) 등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의 명운을 건 사업으로 장시간 이어왔지만, 향후 복원 방향은 미지수다. 국가유산에 대한 방치가 아닌 갑론을박이 활발하다는 것 자체가 희망적일 수도 있으나 갑작스러운 ‘재검토’는 불안 요소이기도 하다.

박정주 군수는 지난 6월 23일 홍주읍성 현장을 둘러본 후 “홍주읍성 복원과 홍성천 정비, 홍성전통시장 활성화 등은 각각의 사업이 아니라 홍성읍 공동화 해결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함께 연계해서 풀어나가야 한다”며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군은 지난 2월 138억원을 들여 옛 홍주초 부지를 매입해 국·도비 예산을 추가 확보해 건물을 철거한 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었지만, 이 역시 건물 철거가 아닌 활용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성군 문화유산과 국가유산팀은 “대대적 복원이나 정비(매입·철거)보다는 주민이 계속 살면서 역사성이 공존하는 쪽으로 재검토되고 있다. 관아 등 새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강화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체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도 “정책 방향이 급격히 바뀌었기 때문에 ‘언제까지, 무엇을’ 등을 정확히 제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 홈페이지에서 홍성의 국가유산을 검색하면 59건이 확인된다. 사진은 홍주성역사관에서 전시 중인 연산서씨석보.
국가유산청 홈페이지에서 홍성의 국가유산을 검색하면 59건이 확인된다. 사진은 홍주성역사관에서 전시 중인 연산서씨석보.
결성면에 있는 한용운선생생가지. 이곳은 1992년 생가 중심 복원 작업이 진행된 후 만해사와 만해문학체험관, 민족시비공원, 역사공원 등이 조성됐다. 사진=홍성군
결성면에 있는 한용운선생생가지. 이곳은 1992년 생가 중심 복원 작업이 진행된 후 만해사와 만해문학체험관, 민족시비공원, 역사공원 등이 조성됐다. 사진=홍성군

역사인물축제, 다른 시각···군 “교육적 목적 분명”

2004년 내포문화축제로 시작돼 2024년부터 어린이날 기념행사와 함께 열리고 있는 ‘홍성역사인물축제’에 대한 판단도 엇갈린다. 에듀테인먼트 축제라는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어린이날 이벤트에 묻혀 고유의 의미가 희미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김좌진·한용운·성삼문·최영·한성준·이응노 등 여섯 인물에서 범위를 더 넓혔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홍성군의 입장은 단호했다. 국가유산팀은 “교육적 목적이 분명해 어린이날과 함께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 갈 것”이라며 “대상 인물은 전국적 관심을 끌 수 있는 역사 인지도와 문·무·예 등 분야별 균형도 생각해야 해 당장 확대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예를 들어 최영 장군이 주제인 해에 다른 무(武) 관련 인물을 다루는 등의 다른 방식 확장에는 열려 있다”고 보탰다.

홍주문화관광재단 유정규 사무국장은 “어린이날 기념행사와 함께 열면서 관심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좌진·한용운 생가지 등은 더 활용했으면 좋겠다. 공연 등을 정기적으로 열고, 주변도 더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더했다.

국내 최대 규모 석택리 유적···일단 덮어놓은 상태

‘형태적 완성도가 높은 국내 최대 규모 원삼국시대 환호취락’인 홍북터널 위 ‘석택리 유적지’는 큰 기대만큼이나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다. 2010년 내포신도시 진입도로 개설공사에 따른 지표조사를 통해 발견된 이곳은 201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발굴이 진행돼 청동기시대 주거지, 원삼국시대의 환호취락과 분구묘군, 백제시대 석곽묘, 고려~조선시대 분묘 등 총 1072기의 유구(遺構)가 확인됐다.

2021년 10월에는 ‘충청남도 기념물 제197호’로 지정된 이곳의 환호취락은 3세기 중엽~4세기 중엽 즉 마한의 시간 속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환호란 주거지를 감싸는 도랑 형태의 방어 시설물로, 석택리 유적의 경우 외환호를 기준으로 장축 155m, 단축 70~90m, 추정 둘레 약 400m 정도다. 2021년 열린 홍주성역사관 개관 10주년 특별기획전 전시 도록에 논고를 실은 공주대 정재윤 교수는 “석택리 유적은 원삼국기 홍성지역 마한 세력의 실체를 밝혀줄 중요 유적”이라며 “고대 홍성 지역 마한 사회에 대한 복원 작업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석택리 유적은 일단 덮어놓은 상태다. 발굴 당시 충남도와 충남개발공사는 유적 밑을 지나는 터널형 진입도로 개설을 이유로 석택리 유적에 대한 복토(매장문화재를 모래와 마사토 등을 덮어 원형을 보존하는 방식)를 결정했다.

2015년에도 석택리 유적지 주변에서 청동기~백제시대(시대 미상도 포함)에 이르는 주거지와 발형토기 등 총 15기의 유구가 추가 발굴됐다. 당시 발굴 자문위원들은 “환호 유적이 ‘동아시아 최대’라는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환호 유적 주변 국가사적지 지정을 포함한 사적지 공원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추가 조사와 국가 사적 승격 추진 등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달라진 건 없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석택리에 역사공원이 조성되고 국립 유물박물관이 들어서고 국가 사적지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홍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광복절 연휴 ‘야행’ 성공적···“우리만의 이야기 필요”

홍성의 국가유산 활용에 지금 바로 합격점을 주긴 어렵지만, 얼마 전 앞으로의 기대를 키우는 반가운 이벤트가 펼쳐지기도 했다. 홍주문화관광재단은 지난 8월 14~15일 홍주읍성 일원에서 ‘2026 홍성 국가유산 야행’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 등으로 구성됐으며, ‘왕과 사는 남자’와 ‘봉오동 전투’ 등 우리의 역사를 담은 영화도 상영됐다. 재단은 이틀간 약 1만3000명이 홍주읍성을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체류형 관광을 위한 숙박 이벤트를 도입하기도 한 유정규 사무국장은 “이번 야행을 통해 가족이 함께 문화를 즐기고 싶다는 니즈가 크다는 걸 확인했고, 무엇보다 홍주읍성 활용의 성공 가능성을 봤다”며 “지역의 숙박 인프라 보강과 다른 지역 야행에 뒤처지지 않을 경쟁력 제고 등을 숙제”라고 말했다.

홍주성역사관 이윤현 학예연구사는 “국가유산 활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수룡동 당제’는 김은희 작가가 쓴 드라마 ‘악귀’의 소재로 쓰였는데 모르는 사람이 많다. ‘임득의 장군’은 지역에 드문 조선시대 공신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홍성만큼 역사적인 자원과 인물이 다양한 곳도 드물다. 지역 역사학계와 힘을 합쳐 우리만의 이야기와 의미를 담아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2026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 지원을 받았습니다>

‘홍성 국가유산 야행’이 열린 지난 8월 14~15일 이틀간 홍주읍성에는 1만3000여 명이 찾았다.
‘홍성 국가유산 야행’이 열린 지난 8월 14~15일 이틀간 홍주읍성에는 1만3000여 명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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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 기자

기획·특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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