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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공원, ‘잘 만든 공원’에서 ‘잘 운영하는 공원’으로

윤종혁 기자입력 2026.11.02 08:49
홍예공원은 약 27만4000㎡ 규모로 2.84㎞의 산책로를 비롯해 호수와 수경시설, 광장, 운동시설, 야외무대, 편익시설 등을 갖췄다. 
홍예공원은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조성된 대표적인 도시공원이다. 약 27만4000㎡ 규모로 2.84㎞의 산책로를 비롯해 호수와 수경시설, 광장, 운동시설, 야외무대, 편익시설 등을 갖췄다. 
충남도는 지난 9월 1일부터 도민과 방문객들이 홍예공원에 대한 정보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작한 누리집(홈페이지)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충남도
충남도는 지난 9월 1일부터 도민과 방문객들이 홍예공원에 대한 정보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작한 누리집(홈페이지)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충남도

수목 고사·편의시설 부족 등 ‘운영’ 관건

홍예공원은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조성된 대표적인 도시공원이다. 홍성군 홍북읍과 예산군 삽교읍에 걸쳐 조성된 내포신도시 중심부에 자리해 도청과 공공기관, 주거지역을 연결하는 녹색 공간 역할을 맡고 있다. 공원 이름도 홍성의 ‘홍’과 예산의 ‘예’를 따왔다. 두 지역의 경계에 조성된 상징적인 공간이자 내포신도시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핵심 공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홍예공원은 2015년 조성이 완료돼 2016년 일반에 개방됐다. 초기 공원은 약 27만4000㎡ 규모로 2.84㎞의 산책로를 비롯해 호수와 수경시설, 광장, 운동시설, 야외무대, 편익시설 등을 갖췄다. 두 개의 호수와 용봉산·수암산을 바라볼 수 있는 경관은 공원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혔다. 충남도 역시 홍예공원을 내포신도시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이자 신도시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명품 공간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도 드러났다. 공원 조성 당시 시설을 갖추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용자 입장에서 필요한 편의시설과 프로그램, 차별화된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수목의 생육 불량과 고사, 이용 동선의 불편, 편의시설 부족 등이 문제로 거론됐다.

충남연구원의 관련 연구에서도 홍예공원은 1차적인 조성은 완료됐지만 공원의 기능과 역할을 뒷받침할 수목과 이용자 편의시설, 주민참여 프로그램 등이 충분하지 않아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시설을 관리하는 인력은 있었지만 공원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진단도 제시됐다.

이는 홍예공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규모 도시공원을 조성할 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공원 조성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준공 이후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변화하는 주민 수요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홍예공원 역시 이제 조성 단계에서 관리·운영 단계로 넘어가는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족·문화·자연이 머무는 체류형 공원 목표

충남도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22년 말부터 홍예공원 명품화 사업을 추진했다. 2023년에는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했고 충남도와 홍성군, 예산군이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사업의 큰 틀을 마련했다.

충남도는 홍예공원을 주변 용봉산과 수암산, 도청, 골프장 등과 연결하고 문화·예술시설과 연계해 공원의 규모와 기능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특히 도민이 직접 나무를 기부해 조성하는 ‘도민참여숲’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했다.

명품화 사업의 핵심은 공원 전체를 단순한 산책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능에 따라 공간을 특화하는 데 있다. 기존의 산책 중심 공원에서 벗어나 가족과 문화, 자연이 결합된 체류형 공원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도민참여숲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인 사업이다. 도민과 기업, 기관, 단체의 헌수와 기부를 통해 나무를 심고 조경시설과 조형물 등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공원의 외형을 바꾸는 것을 넘어 공원을 만드는 과정에 주민과 민간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민간 참여가 나무를 기부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공원이 완성된 이후에도 주민들이 관리와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 모니터링단과 공원 자원봉사단, 시민정원사,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 기획단 등 다양한 참여 통로를 마련해 일회성 후원이나 행사 중심의 참여를 지속적인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홍예공원 관리 가장 큰 과제는 ‘행정구역’

홍예공원의 관리가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행정구역이다. 공원이 홍성군과 예산군에 걸쳐 있고 내포신도시 역시 두 지역의 경계에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내포신도시는 과거 행정구역에 따라 홍성군과 예산군이 시설을 나눠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공동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충남혁신도시 지방자치단체조합은 2023년 출범해 공공시설과 공원·녹지, 도로·하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홍예공원 역시 행정구역을 넘어선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공원에서 발생한 민원이 어느 지역에서 발생했느냐에 따라 담당 기관이 달라지고 이용자가 여러 기관에 반복적으로 문의해야 한다면 공원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책로는 홍성군, 일부 시설은 예산군, 주요 시설 개선은 충남도가 맡는 식으로 업무가 나뉜다면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충남연구원도 공원의 예산과 행정, 운영관리, 시설관리 업무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운영관리 업무는 가능한 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용자 만족도와 불편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주민 의견을 프로그램 기획에 반영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이 공원을 이용하면서 ‘어느 기관 소관인가’를 고민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용자는 한 곳에 불편사항을 전달하고, 행정 내부에서 담당 기관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공원은 행정기관만의 공간이 아니다. 주민들이 매일 이용하고 기업과 단체가 행사와 프로그램을 열며 지역 예술가와 활동가들이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활공간이다. 따라서 행정은 안전과 시설관리, 예산과 제도, 장기적인 계획을 책임지고 시민단체와 주민, 전문가, 기업 등은 콘텐츠와 프로그램, 참여와 후원에 역할을 맡는 민관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관리’와 ‘운영’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관리는 시설을 고치고 나무에 물을 주며 잔디를 깎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다. 반면 운영은 사람들이 공원을 어떻게 이용하도록 만들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기획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어느 시간대에 공연을 열지,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반려동물 동반자, 운동을 즐기는 사람과 조용히 산책하려는 사람에게 어떤 공간을 제공할지까지 고민하는 것이 운영이다.

명품공원의 기준도 단순히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었느냐’에서 벗어나야 한다. 잘 관리된 잔디와 나무, 깨끗한 산책로, 고장 나지 않은 놀이시설은 기본적인 조건이다. 여기에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머물 수 있는지,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지가 더해져야 한다.

홍예공원은 이미 운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충남도는 2026년 6월부터 11월까지 홍예공원에서 숲 해설과 수목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홍성·예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 숲해설가가 참여해 나무와 생태를 설명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공원이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교육과 문화, 건강, 여가가 결합된 생활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적 관리와 주민 수요 지속적으로 반영해야

공원 운영에서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이용자 수요를 따라가는 것이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늘면 놀이와 체험 공간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고, 고령인구가 늘면 건강과 휴식, 무장애 동선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청년층에게는 공연과 문화행사, 야간 콘텐츠가 필요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주민이 증가하면 관련 공간과 이용 질서에 대한 요구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이용자 만족도 조사와 시간대별 이용객 분석, 민원 데이터 분석, 주민 간담회, 온라인 의견수렴 등을 공원 운영의 기본 업무로 포함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의견을 받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의견을 실제 정책에 반영했고, 어떤 의견은 왜 반영하지 않았는지를 주민에게 공개하는 피드백 체계가 필요하다. 그래야 주민들이 공원을 행정기관이 만들어주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생활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다.

공원의 규모가 커지고 시설이 다양해질수록 단순한 시설관리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어린이 놀이시설과 수경시설, 테마정원, 야외무대, 체육시설, 산책로, 수목과 잔디 등 관리 대상이 다양해지는 만큼 각각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특히 수목 관리는 홍예공원의 과거 문제와 직접 연결돼 있다. 기존 공원에서 수목 생육 불량과 고사가 문제로 지적됐던 만큼 토양과 배수, 식재 수종, 관수, 병해충, 생육환경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명품화 사업을 통해 나무를 새로 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나무들이 5년, 10년 뒤에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시설도 마찬가지다. 어린이 놀이시설과 물놀이시설은 안전관리 전문성이 필요하고, 공연장과 야외무대는 행사 운영 역량이 요구된다. 테마정원은 일반적인 녹지관리와 다른 식물 관리 전문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공원관리 조직 역시 단순한 시설관리 인력 중심에서 벗어나 조경·수목, 시설안전, 환경, 문화기획, 시민참여, 홍보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전문적인 운영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명품 공원의 경쟁력은 ‘운영’에서 결정

홍예공원의 명품화 사업은 이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공원을 새롭게 만드는 단계에서 벗어나 조성된 공간을 지속적으로 살아 움직이게 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시설이 완성됐다고 명품공원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설이 완성된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남은 과제는 홍예공원을 매일 사람들이 찾고 머무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다. 공원을 잘 만든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위한 공간을 잘 만든다는 뜻이며, 사람을 위한 공간은 사람들의 요구가 변화하는 만큼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충남도와 홍성군, 예산군이 시설 조성과 관리의 행정적 경계를 넘어 홍예공원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보고, 전문가와 민간, 주민이 함께 운영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홍예공원은 단순히 규모가 큰 도시공원을 넘어 충남을 대표하는 생활·문화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결국 명품공원의 경쟁력은 무엇을 새롭게 만들었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하느냐에서 결정된다. 홍예공원이 내포신도시의 상징을 넘어 충남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중심의 조성을 넘어 운영이라는 다음 단계의 정책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공원을 행정기관이 관리하는 시설이 아니라 시민과 행정, 전문가와 민간이 함께 책임지는 공공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데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윤종혁 기자

기획·특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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