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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을 바꾼 힘, “로컬창업 정석은 ‘여행산업’에 있다”

김우솔 기자입력 2026.08.31 08:23조회 0

올해 정부가 ‘국가 창업시대’를 선언하며 대기업·수도권 중심을 넘어 지방과 청년으로 확산되는 창업 모델을 제시했다. 홍성에서도 ‘집단지성’을 중심으로 26개 팀이 지역에 정착하는 등 로컬 창업의 새로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성과를 넘어 지속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점검하고자 한다. 홍성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로컬 창업 우수 사례를 통해, 지원사업 종료 후에도 유지되는 청년 창업의 ‘자생력’과 ‘생존조건’을 총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12년 전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강원도 양양의 한 해변. 박준규(48) 대표는 이곳을 국내 대표적인 서핑·해변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켰다. 단순히 성공한 로컬 창업가를 넘어, 이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로컬창업의 정석’을 정립하고 교육에 나서고 있다.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여행산업과 연결해 지역을 하나의 ‘여행 목적지’로 만드는 것이 그가 말하는 로컬창업의 핵심이다.

서피비치 해변
서피비치 해변
해변문화 공간 서피비치를 만든 박준규 대표.
해변문화 공간 서피비치를 만든 박준규 대표.

단순한 서핑명소 넘어, 이국적 해변문화 공간으로

박 대표는 서피비치를 시작한 배경에 대해 국내 해변이 가진 잠재력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해변 문화가 수십 년 동안 파라솔을 세우는 데 머물러 있었다”며 “여름에 보통 45~60일 정도 해수욕장이 운영되는데, 사실 굉장히 큰 여행 자원이 방치돼 있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의 멋진 해변처럼 1년 내내 운영되는 해변을 만들자는 생각에 서피비치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서피비치의 이름은 ‘Surf(서프) YY(양양)’에서 따왔다. 양양에서 서핑을 즐기는 해변이라는 의미다. 서피비치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서핑 명소’가 아닌 ‘해변문화 공간’이다. 현재 서피비치는 서핑을 비롯해 비치요가, 비치러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여행객이 해변을 찾도록 만들고 있다. 또한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획일적인 음식점 대신 라운지를 운영하며 칵테일 등 이국적인 식문화를 선보이고자 했다.

또한 기업과 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레드불, 코로나, 벤츠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서피비치에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해변에서 즐길 수 있는 대형 축제도 만들었다. 국내 해변에서 큰 축제가 없다는 점에서 착안해 2017년부터 ‘코로나 선셋 페스티벌’을 개최해왔다.

박 대표는 “그동안 행정이 지역 자원에 맞춰 여행 목적지를 만들어왔다면, 그것이 실제 여행자들의 눈높이와 맞았던 것은 아니었다”며 “민간에서 처음으로 우리가 여행의 목적지를 만들게 된 것 같다. 그렇게 12년째 서피비치를 이어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양양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서피비치를 만들기 전 진행했던 ‘해운대 스마트 비치’ 사업이었다. 그는 “당시 보라카이를 롤모델로 삼았던 것처럼 해변 하나가 하나의 여행 목적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해운대 사업을 마친 뒤 1년 동안 전국의 여러 해변을 직접 찾아다녔다. 그가 생각한 ‘멋진 해변’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외국에 온 듯한 느낌, 둘째는 청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 셋째는 해변의 형태였다.

박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변들을 보면 일자 형태인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나라 해변은 대부분 U자형인데, 하조대부터 동호까지 약 7.2㎞에 이르는 일자형 해변이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군사보호구역으로서 설치된 철조망은 크게 중요치 않았다.

서핑 또한 처음부터 기획한 것은 아니다. 양양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을 보며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서핑 문화는 필요하지만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일반인들이 강습을 받을 때도 편안한 해변이어야 하는데, 이곳은 수심이 비교적 얕고 파도가 아주 거칠지는 않으면서도 항상 파도가 있다는 바다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서피비치 밤 파티문화.  사진=서피비치 인스타그램
서피비치 밤 파티문화.  사진=서피비치 인스타그램

서피비치가 자리 잡으면서 주변의 변화도 시작됐다. 양양 일대의 서핑숍은 104개까지 늘었고, 양양을 찾는 방문객도 연간 1600만명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서피비치가 고용한 계절직원만 100여 명에 이르렀으며, 이들이 주변 민박을 이용하면서 지역 내 소비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지역의 성장에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양양을 둘러싸고 ‘문란하다’, ‘마약을 한다’는 등의 잘못된 이야기가 확산되면서 서피비치도 대응에 나서야 했다. 박 대표는 “그때 ‘이게 우리 힘만으로는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행정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어서 대응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역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또 다른 고민이 됐다.

그는 “지난해가 특히 어려운 시기였다”며 “모든 서핑숍이 우리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겠지만, 서피비치를 롤모델로 삼았던 친구들이 많았고 그 사업들이 어려워지고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힘들었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OLS 사업부 설립, 대학창업교육 및 지역 소멸 대응
이때부터 그는 행정의 역할과 필요성을 고민했다. 행정이 지역에서 ‘관광’과 ‘유인’만 담당하는 방식으로는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만들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관련 정책과 예산을 공부하는 한편, 행정이 직접 하기 어려운 부분은 대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OLS(오픈 로컬 스타트업)’ 사업부다.

박 대표는 OLS 사업부를 통해 서피비치가 쌓아온 로컬창업 방식을 공개한다. 대학 창업교육도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지역을 여행의 목적지로 만드는 사업을 기획하고, 중앙정부가 지역소멸지역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따오기도 한다.

박 대표는 기존의 ‘관광업’이라는 표현 대신 ‘여행산업’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그는 “여행산업에는 7가지 공급자 역할이 있다”며 “숙박, 식음, 레저, 문화·예술·체육, 역사, 쇼핑, 관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관점의 변화에는 정보 환경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박 대표는 “정보가 많지 않았던 시기에는 여행과 관광의 주도자가 행정이나 여행사였다”며 “하지만 2014년 7월을 전후해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가 붙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새로운 장소를 직접 찍고 해시태그를 통해 공유하면서 정보량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행정이 만든 관광지만 여행 목적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역사, 레저, 문화 등 다양한 자원도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로컬창업 ‘6차산업’과 ‘여행산업’에서 찾아야
박 대표는 지역에서 가능한 로컬창업을 ‘6차산업’과 ‘여행산업’으로 나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과 임산물 등을 활용해 2차 가공과 상품화로 연결하는 6차산업 방식. 그리고 여행산업은 외부에서 사람이 지역으로 이동하게 만들고, 이들이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다.

그는 “지역소멸지역은 해당 지역 주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의 효용이 떨어지는 곳”이라며 “누군가 지역을 찾아오게 해야 하고, ‘우리 지역으로 이동하는 행위’를 ‘여행’이라고 본다면 그들이 소비할 수 있는 것을 공급하는 것이 여행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지역은 숙박이 잘되고, 어떤 지역은 식음이 잘되지만 또 다른 영역은 부족할 수 있다”며 “그 지역의 빈틈을 여행산업으로 채우면 빠르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하는 로컬창업의 첫 번째 단계는 지역에 대한 이해다. 두 번째는 여행산업의 7가지 카테고리를 구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과 임산물을 1월부터 12월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3년가는 아이템 없다” 이를 넘을 전략 필요
이 때문에 그는 현재의 로컬창업 교육이 지나치게 ‘아이템 찾기’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박 대표는 “보통 로컬창업 교육은 아이템을 가져오면 전문가가 심사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템과 아이디어라도 3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템 하나가 잘된다고 해도 오래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템 자체보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중요하다”며 “취업하듯 창업해서 제품을 고도화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들고, 3년 후 지속적인 변화를 맞더라도 조직을 구성하고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그의 로컬창업 교육은 새롭다. 예를 들어 홍성이라면 지역에서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사업이 6차산업과 여행산업 중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분석한다. 1~12월 농·수·축산물의 생산 현황을 살펴보고, 지역의 숙박·식음·관광 등 여행산업의 전체 규모를 파악한다. 이후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6차산업 2개, 여행산업 2개 등 실제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획안을 미리 작성한다. 교육생은 이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사람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홍성에서도 필요해 불러주신다면 이러한 로컬창업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며 웃음지었다.

또한 박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보다 ‘어떤 구조에서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과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양립할 수 없다”며 “이를 인정하고 성취와 자신의 삶 사이에서 만족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세 가지가 정해지면 취업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만족스럽게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박 대표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서피비치의 운영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서피비치는 약 3년을 주기로 콘텐츠를 변화시켜 왔다. 이유는 소비자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변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서핑을 처음 시작했던 사람들도 5년 정도 지나면 신규 유입이 줄어든다”며 “2015년의 25세와 2026년의 25세는 전혀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레저 콘텐츠의 유효기간은 보통 10년”이라며 “하나의 콘텐츠가 잘된다고 해서 그것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피비치에서 진행하는 비치요가. 사진=서피비치 인스타그램
서피비치에서 진행하는 비치요가. 사진=서피비치 인스타그램

서피비치는 서핑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포착하고 3년 전부터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했다. 비치요가와 비치러닝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표는 “서핑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비치요가에는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비치요가를 하러 온 사람 중 일부가 서핑으로 유입되고, 비치러닝에서도 서핑으로 넘어온다면 서핑이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코로나 선셋 페스티벌’을 비롯해 파라다이스 로컬 페스티벌, 요가 페스티벌 등 해변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대형 행사를 유치 및 개최를 통해 양양이라는 여행 목적지의 인지도를 다시 끌어올리고자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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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솔 기자

기획·특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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