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등산학교 지리산 원정대 아시나요?
지리산 종주, 이 얼마나 벅찬 말인가!
산 꾼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 말을 듣는다면 설레지 않을 이가 없을 터.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 어머니의 산에 들고싶은 이들이 어디 한 둘일까?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거나 나중을 도모할 뿐이리라. 길고 험한 산길을 걷기 위해선 결연한 의지와 굳센 마음가짐, 실천이 필요하다. 3일치 식량과 산행 장비를 커다란 배낭에 넣고 이 험한 산길을 걸은 아이들이 있다. '햇살 등산학교 지리산 원정대'다.
홍동초 6학년, 홍동초를 졸업한 중학생 30명의 학생과 아이들을 이끌 이끔이 6명, 학부모 3명 등 총 39명으로 구성된 지리산 종주 원팀이다. 이 원정대를 꾸린 목적은 자연에서 자신을 이겨내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길러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시킨다는 취지다.
햇살배움터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해, 해마다 꾸려가는 주요 마을 사업이다. 원정대가 꾸려지고 3차례 연습 산행을 진행한다. 체력을 길러 산길에 적응하기 위함이다. 아이들은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을 통해 협동심과 인내, 모험심, 동료애를 키운다.
마을의 어른들이 ‘이끔이’로 참여해 아이들의 산행을 돕고 안전을 책임진다. 양육자들도 한몫을 한다. 연습산행에도 참여해 아이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홍동초와 홍동중에서도 협찬하고, 홍동농협 외 여러 기관과 개인이 필요한 음식과 의약품 등을 아낌없이 지원한다. 그야말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오래된 아프리카 속담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8월 8일, 지리산 성삼재는 서늘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맑은 공기와 피부에 닿는 마 파람이 그간 폭염 속에서 헉헉대던 몸과 마음을 한 순간에 다 날려버린다. 어른과 아이들은 자연스런 탄성을 지른다. “와, 엄청나게 시원하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고개로 오르며 아이들은 끊임없이 조잘대고 있다. 길섶엔 들꽃들이 지천이다. 슬픈 이야기를 담은 동자꽃, 노랑 원색으로 채색된 원추리, 참나물꽃들이 산행의 동반자가 된다. 문득 이 꽃들이 아이들의 성장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린 싹이 자라면서 바람과 비를 마주하면서도 꿋꿋하게 이겨내어 결국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
마주치는 등산객들은, 자기보다 큰 배낭을 맨 아이들을 볼 때마다 기특하다거나 대견 하다며 한 마디씩 응원을 던진다. 세석 대피소에 이르렀을 땐, 우리 마을의 한 양육자가 오직 아이들의 지리산 종주를 응원하고자 여기까지 와 밤새 얼린 감귤 주스를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모두들 한편으론 놀라움이, 한편으론 먹먹함이 채워졌다.
아이들의 진면목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자연스레 나온다. 이미 자신들의 역할을 나눴기에 막힘이 없다. 뭔가 막힐 때면 바로 의견을 나누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이런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하다.
아이들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길을 걸으며, 음식을 만들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아침이나 저녁을 지을 때 서로 머리를 짜며 가져온 재료들로 식단을 마련한다. 아이들의 창의성이 엿보인다. 험한 산길을 오를 때엔 힘든 친구를 위해 짐을 나눠진다. 그러니 종주하는 내내 어느 누구도 피로한 기색 없이 맑고 밝은 표정이었다.
원정대는 또 하나 특별한 의식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겪고 체험한 산행을 기행문으로 기록하는 일과, 아이들에겐 알리지 않은 채, 양육자들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미리 작성해 산행 마지막 날 밤에 전달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끝없는 사랑의 메시지에 그만 눈물을 보이거나 울컥한다.
아이들도 산장에서 남이 볼세라 몰래 엄마 아빠에게 화답의 편지를 쓴다. 이제 아이들은 지리산 능선 길을 걸었던 경험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얻었거나 느꼈으리라. 작게는 자신의 부족한 체력을 길러야 하겠다는 결심에서부터, 함께 고민하며 머리를 맞대면 부닥치거나 곤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아이들이 산길을 걸으며 느낀 것들을 마음 속 그릇에 꼭꼭 눌러 담아 소중히 간직하면 좋겠다.
함께 이끔이로 활동한 이세중(충남교육청 장학관), 김명중(장곡초 교사), 손재익, 김준호, 정택헌 외 학부모 지원단으로 활동한 문지혜, 김철호, 송호진 님과 더불어 지리 산을 다녀온 소중한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다. 또한 우리 원정대 일정을 기획한 최은계 님께 이 지면을 빌려 고맙고 감사하단 말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지리산을 다녀온 얘들아, 너희들이 청년이 되면 이 ‘지리산 원정대’를 이끌어 갈 수 있겠지?” 너희들이 경험한 소중한 추억들을 되살리면서 이를 후배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함께 산길을 걷는 거야. 그러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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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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