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박선희 SK 스토아 생활용품 MD
  • 송서영 기자
  • 승인 2019.12.16 10:00
  • 호수 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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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s 파우치 | SK 스토아 생활용품 MD
PARK SUN HEE

편리함이 곧 프리미엄이다

편리미엄 시대에 돌입했다. 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인 편리미엄. 편리함이 곧 프리미엄이라고 할 만큼 소비자들은 편리성을 최우선으로 두기 시작했다. 생활용품에도 편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가사 일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 주는 제품이 즉각적인 사랑을 받는 추세다. 유명 브랜드보다는 편리성, 화려한 기능과 디자인보다는 편리성이다. 여기 고객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그들의 ‘최애’가 될 만한 제품을 쏙쏙 골라오는 MD가 있다. 박선희 SK 스토아 생활용품 MD다.


박선희 MD의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가구 형태의 변화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다. 개별 가구의 가장 큰 변화는 1인 가구의 증가다. 1인 가구 600만 시대, 생활용품 소비 유형은 어떠할까. 박선희 MD는 편리함, 간편함, 가성비를 갖춘 제품이 고객을 사로잡는다고한다. 예전만큼 가사 활동에 시간을 쓰기 어려운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는 빠르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또한 집이 좁아지고 이사도 빈번하게 가다 보니 비싸고 거창한 것보다 간편한 걸 쓰고 버리자는 심리가 반영됐다. 제품을 오래 두고 쓸 생각이 없다 보니 가성비는 당연히 중시하게 된다.

박선희 MD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에 ‘캐치함’을 추가했다. 그의 주특기라 하면 ‘이게 될까’라는 제품을 골라 성공시키는 거다. 그의 론칭 목록을 보니 아무래도 독특하긴 하다. 지난 7월 박선희 MD는 쓰리잘비 빗자루를 론칭했다. 실리콘으로 만든 얇은 빗자루는 간편하면서도 먼지나 액체를 말끔히 쓸어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지난 11월 기준 누적 실적 20억원을 이뤘지만 론칭 초기에는 처음 보는 빗자루 형태에 내부 직원들의 따가운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박선희 MD가 론칭한 드레스북 의류정리기는 ‘누가 이런 걸 접고 있냐’는 의심 어린 눈초리를 뚫고 지난 11월까지 누적 실적 30억원을 달성했다. 드레스북 의류정리기는 옷을 책처럼 접을 수 있도록 돕는 플라스틱 틀이다. 솔 부분이 1.5배 가까이 큰 왕타 칫솔은 “이거 *이소에서나 파는 거 아니야?” “누가 칫솔을 몇 세트를 사”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지금은 검색만 해도 ‘홈쇼핑 매진상품’으로 각 쇼핑몰에서 줄을 잇는 아이템이다. 박선희 MD는 그만의 추진력과 제품을 보는 눈으로 ‘YOUNG 론칭’을 이끌어 가고 있다. 흔한 길보다는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 더 가슴 뛴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품 론칭때마다 “이게 되겠어?”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자주 듣는 말이에요.(웃음) 독특한 제품을 론칭하는 걸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특이한 만큼 안정성을 따지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지난 7월에 론칭한 쓰리잘비 빗자루도 그랬어요. 처음 제품을 들고 오니, “이게 되면 내가 장을 지진다” “누가 이걸 몇만원에 주고 사냐”라는 말을 들었어요. 이미 다른 쇼핑몰에서 구매해 사용해 본 직원만이 진가를 알고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워낙 익숙한 질문들이라 우직하게 하다 보니 론칭까지 이어졌어요.

왜 어려울 것 같은 제품만 고르나요?

흔하거나 안정성이 보장된 제품보다는 어려운 것을 성공시켰을 때의 희열이 더 크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되겠어?’라는 물품을 잘 가져오는 편이에요. 좋게 말해 트렌디한 틈새시장 공략을 좋아한다고 할까요. 기존과 비슷한 상품을 진행하면 결국 구성과 가격만 조정하는 기획이 돼요. 하지만 쓰리잘비 빗자루나 드레스북 의류정리기 같이 어디서도 보지 못한 신제품은 제품 시연부터 영상 제작까지 MD가 새로이 기획하고 참여해요. 이렇게 많은 공이 들어가고 성공했을 때 기억에 오래 남고 뿌듯함이 커요. 한가지 이유를 더 이야기하자면 ‘어? 저게 뭐야’라고 했던 제품도 그 독특함에 ‘대체 그게 뭐길래’로 바뀌며 매출로 이어져요. 사람들이 제품의 진가를 알아보는 짜릿한 순간을 맛보고 나니 자꾸 어려운 제품에 손길이 가네요.

수많은 생활용품 중 쓰리잘비를 pick한 이유는?

상품 소싱 때 두 가지를 주목해요. 시연성과 콘셉트인데 이 두 가지를 충족하면 50% 이상으로 성공 가능성이 늘어나요. 쓰리잘비는 두 조건에 딱 부합했어요. 먼저 시연성이 확실한 제품은 Before&After가 뚜렷해요. 홈쇼핑은 온라인 쇼핑몰보다 보여지는 것이 더 중시돼요. 사용 전후 효과가 눈에 띄어야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쓰리잘비 빗자루는 카펫에 붙은 반려동물의 털이나 먼지를 싹싹 긁어낼 뿐만 아니라 액체마저도 쓸어 담아 사용 전후의 차이가 확실하기 그지없었어요. 그리고 콘셉트가 확실해야 해요. 즉 그 제품만의 주제가 있어야 해요. 많은 생활용품이 기존과 비슷하더라도 계속 출시될 수 있는 이유는 그때마다 각 주제를 달리했기 때문이에요. 디자인이 유독 달랐던지, 특별한 성능이 중점이 됐던지, 구성이 파격적이었던지 말이에요. 쓰리잘비 빗자루는 지금까지 없던 실리콘 재질로 모양이 독특하고 청소마저도 잘 돼요. 콘셉트가 확실해 이거다 싶었어요.

쓰리잘비 빗자루로 포상도 받았다고.

SK 스토아는 단순 실적이 아닌 론칭의 의미도 고려해 상을 줘요. 새로운 것을 시도했거나, 판로를 개척하는 등 의미가 있는 판매였다면 포상의 기회가 열려있어요. 쓰리잘비 빗자루는 SK 스토아에서 시작해 타 홈쇼핑으로 줄줄이 론칭이 이어졌어요. 홈쇼핑사 최초 판매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포상을 받게 된 거죠. 물론 실적도 좋았어요. 쓰리잘비 빗자루는 11월까지 2개 1세트 3만 9900원 기준으로 5만 세트를 넘게 판매한 셈이에요. 판매도 판매지만, 가능성을 열어두는 회사 덕분에 YOUNG 론칭의 의미를 살릴 수 있었어요.

드레스북 의류정리기는 어떻게 기획됐나요?

제품이 론칭되는 과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벤더사 관계자가 직접 방문하기도 하고 홈쇼핑사가 주기적으로 주최하는 제조사와의 미팅 자리에서 이루어지기도 해요. 드레스북은 영세 기업 설명회 자리에서 만났어요. 만드신 분은 어머니뻘 되는 주부였어요. 직접 제품을 제작해 특허까지 냈지만 한 포털에서 알음알음 개인 판매를 하는 정도였어요. 그러다 홈쇼핑 문을 직접 두드리신 거죠. 그때 독특한 것을 좋아하는 제 마음을 사로잡았고요.

드레스북 의류정리기는 론칭까지 유독 발품을 많이 팔았다고.

1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기업이다 보니 소량의 물품을 국내 공장에서 비싼 금액에 제작하고 계셨어요. 게다가 수작업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먼저 판매량을 맞춰 줄 공장부터 직접 찾아 나섰어요. 또 홈쇼핑 판매가 처음인 제조사에 매번 진행 과정을 설명해야 했어요. 그렇게 초기 준비에만 2~3개월이 걸렸어요. 발품 판 덕에 드레스북 의류정리기는 8월 론칭 이후 지금까지 30억 누적 매출을 냈어요. 2019년 취급고 40억원을 예상한답니다.

1년에 몇 개의 상품을 론칭하나요?

홈쇼핑사별로 주 1회 상품선정위원회를 열어요. 평균적으로 MD 1명이 한 달에 3개 이상, 1년에 36개 제품을 제안해요. SK 스토아는 신상품 론칭에 호의적인 편이라 그 중 30여 개 정도를 진행 할 수 있어요. 외부 상품선정위원과 여러 내부 위원이 모인 상품선정위원회 자리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QA(품질검사) 등을 거쳐요. 안전성을 충족시키는지, 성분 함량이 정확한지 등을 확인해요. 이때 통과되면 진행이 가능하고, 통과되지 못하면 보완해 재도전하거나 다음 기회로 넘기기도 해요.

소싱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나요?

캐치한 상품에 끌리는 편이라 그런 제품들이 모여 있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또는 독특한 해외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펀샵 사이트 등을 봐요. 신기한 제품들이 많이 있어요. 가끔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유명세를 한번 거치고 시들해진 제품도 눈여겨 봐요. 인터넷 쇼핑보다 홈쇼핑을 더 많이 이용하는 고객층에게는 새로운 제품이라 대박이 날 수도 있거든요.홈쇼핑 생활용품의 주요 타켓은 누구인가요? 홈쇼핑 생활용품 카테고리는 40~6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해요. 최근에는 30대의 유입이 늘기도 했어요. 20대 여성이 부모님이 시청하던 홈쇼핑을 보고 자랐고 그들도 주부가 되니 홈쇼핑을 시청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품에 대한 고민도 새로 하게 돼요. 새로 유입되는 연령에 맞춘 상품을 지속적으로 찾아볼 계획이에요.

마케팅 경력이 MD 업무를 할 때도 도움이 됐나요?

원래 전공은 독일어이고 유통에 관심이 많아 유통 분야를 부전공으로 했어요. 그 후 홈앤쇼핑 카달로그 마케팅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로부터 1년 간 CRM(고객관계관리) 업무를 다뤘어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 마케팅을 하는 일이에요. 빅데이터 분석을 주 업무 기반으로 삼다 보니 MD가 되어서도 고객 데이터를 볼 줄 아는 스킬이 생겼어요. 소비자에게 최선의 제품을 소싱하는데 효과적인 편이에요.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탁월한 생활용품이 있을까요?

제가 론칭했던 것 중에 추천 드린다면 센스큐 브랜드의 분리수거함이에요. 지난 9월 론칭했어요. 깔끔한 디자인의 분리수거함인데 비닐 봉투가 가득 차면 밑에서 당겨 버리기만 하면 돼요. 매번 분리수거함을 씻지 않아도 되고 번거롭게 비닐 봉투를 갈아 끼울 필요도 없어요. 포털의 생활용품 쇼핑 10순위에 늘 분리수거함이 있길래 기획해 봤어요. 10위권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분리수거에 대한 주부 스트레스가 상당할지도 모른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사실 분리수거함이라는 개념이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됐잖아요. 종이박스에 분리수거용 쓰레기를 모으다가 상자째로 버리는 경우도 아직 많고요. 센스큐 분리수거함은 고급스러운 가림막으로 쓰레기를 가려줘 인테리어도 되고 사용하기까지 수월해 생각보다 삶의 질을 높이는 꿀 가사템이에요.

생활용품 MD 6년 차인데 슬럼프는 없었는지

생활용품은 생각보다 범위가 매우 방대해 질릴 틈이 없어요. 세제, 청소 도구 등을 비롯해 수납을 위한 가구도 생활용품으로 들어가요. 아직도 탐구해야 할 영역이 차고 넘치는 거죠. MD가 1년에 10개의 제품을 론칭했다고 가정한다면 그중 3개를 성공하기도 쉽지 않아요. 루즈할 틈이 없어요. 또 MD는 예측하지 못했던 일에 맞닥뜨릴 때가 많아요. 아무리 좋은 제품도 제조사의 사정으로 물량을 못 맞추는 상황이 벌어지기고 하고, 방송이 펑크나기도 해요. 지루할 새가 없지요.

MD 일을 하는 원동력은 어디서 오나요?

흔한 답변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보람됨’에 있어요. 단순히 실적이 보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획을 통해 불특정 고객이 혜택을 누리고 사장될 수 있는 제품이 세상 밖에 드러 난다고 생각하면 이 일을 멈출 수 없어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고객 평가를 둘러봐요. 물론 안 좋은 평을 보면 가슴이 아프지만 좋은 평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내가 아니었으면 어찌 됐을지 모를’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그래요. 단순 실적이나 결과물을 넘어서 저에겐 더 큰 보람이 있는 거죠.

후배들에게 살짝 알려주고 싶은 MD의 고충이 있을까요?

롤모델 사수였던 분이 계셨는데 MD의 약자를 ‘모두 다 한다’라고 설명하셨어요. 그 말에 저는 100% 공감해요. MD는 제품 하나를 두고 뭐든지 다 관여한다고 보면 돼요. 아주 사소한 것까지. 품질 문제를 비롯해 고객의 소리, 물량 체크 등 모두 MD를 거쳐요. 업체의 요청 사항도 MD를 통하지요. 아주 다양한 문제를 동시에 챙겨야 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상당히 크답니다.

앞으로 기획해 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PB 제품을 기획해 보고 싶어요. SK스토아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해요. 얼마 전에 SK 스토아는 자체 패션 브랜드 헬렌카렌을 론칭했어요. PB 제품은 단가를 맞추는 데서부터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에어프라이어 등의 가전제품 하나를 출시한다 해도 이미 타사에 비슷한 제품이 있다면 결국 가격 경쟁에서 따라잡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거죠. 그렇다고 퀄리티를 높이면 가격 경쟁에서는 더 멀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아시잖아요. 어려울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거. PB 제품 기획을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기획력 확장에 있어요. MD는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선정해 공장을 정하고 가격을 맞춘 뒤 제조 후 론칭을 해요. 반면 PB 제품은 기획 과정에서 브랜드명을 직접 만들고 제품 개발도 해요. 제품이 탄생하는 초기 단계부터 기획하게 되니 제품 론칭 과정의 완전체가 아닐까요. 그래서 꼭 한번은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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