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오프라인 매장의 선택
  • 최재섭 남서울대학교 국제유통학과 교수
  • 승인 2019.11.29 09:00
  • 호수 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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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홈쇼핑 이슈
오프라인 매장의 선택

디지털라이제이션

미국 유통시장의 이야기 좀 해보자.

미국 내에서 2017년부터 2019년 9월까지 문 닫은 소매점 매장 수가 1만2000개를 넘어섰다고 한다(Coresight-Research). 그런데 문을 닫는 업체들이 심상치가 않다. 1892년에 설립돼 한때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이었던 시어스(Sears)는 2018년 10월, 설립 후 126년 만에 매출 부진으로 인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한때 350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던 백화점의 상징이 무너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시어스뿐만 아니라 한때 유통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이들의 사례로 회자되던 Walgreens, FootLocker, Victoria’s Secret, Kmart, CVS, J.C. Penney, Lowe’s, Macy’s, Nordstrom, Target 등 쟁쟁한 업체들이 다투어 오프라인의 매장 수를 줄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미국 주요 도시 쇼핑센터 매장 공실률은 증가하고 있다. 쇼핑센터 또는 쇼핑몰은 일반적으로 몇 개의 핵점포(Anchor store)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점, 편의시설, 식당가 등으로 구성되고, 대형 주차공간을 구비하고 있다. 핵점포로는 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입점하고, 유명 브랜드들과 식당가, 멀티플렉스 등이 입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에서 문을 닫고 있는 유통매장의 면면을 보면 쇼핑몰에서 핵점포의 역할을 하는 시어스, J.C. Penny, Macy’s, Norfstrom 등 백화점은 물론 Victoria’s Secret, Foot Locker 등 전문점 구역을 구성하는 유명 브랜드를 망라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도미노 폐점은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의해 ‘소매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시어스 등 유명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파산과 매장폐쇄의 원인은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오프라인 매장유입의 한계 및 아마존 같은 온라인 유통기업에 고객을 빼앗기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등장한 아마존은 온라인을 열고 나와 오프라인을 평정하고 있다. 아마존의 등장에 초토화되는 경쟁자들을 빗댄 ‘아마존드(Amazoned)’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온라인의 바람, 유통의 디지털화를 감지하지 못한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종말이기도 했다. 이런 추세가 미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거대 시장 중국의 온라인 기업 알리바바는 ‘신유통(新零售, New Retail)’을 들고나왔다. 알리바바의 새 CEO 장융(張勇)은 온·오프라인 통합 식품 유통 상점인 ‘허마셴성(盒马鲜生)’으로 “고객들의 냉장고를 없애겠다”라고 했다. 이는 알리바바가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유통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유통은 온·오프라인을 융합해 전자상거래를 재정립하려는 알리바바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유통업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보다 기술을 활용해 고객 경험, 재고관리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것을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효율적인 운영 체계와 연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쟁업체인 징둥(京东)은 무경계소매(無界零售)로 알리바바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무경계소매는 말 그대로 ‘소비가 이뤄지는 영역에 경계나 제한이없다’는 뜻이다. 의미상 알리바바의 신유통과 큰 차이는 없고 우리에게 익숙한 명칭은 ‘옴니채널’ 유통이다. 징둥이 무경계소매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무인 매장’이다. 징둥은 2017년 10월 베이징에서 첫 번째 무인상점을 열었고 현재 중국 전역에 2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징둥의 무인상점은 RFID(무선인식), 안면인식, 화상인식 등 첨단 인공지능 기술들이 활용되는 점포다. 리테일 테크(Retail technology)로 통칭되는 이 첨단 기술들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유통을 경험하도록 초대하고 있다. 결국, 리테일 테크로 무장된 알리바바와 징둥 그리고 많은 유통의 모험가들이 중국 유통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지난 9월 10일,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선 아시아 쇼핑센터 협의회(CASC, Council of Asian ShoppingCenter)의 총회인 ‘CASC 2019’가 열렸다. 주최국인 말레이시아와 중국, 타이완, 홍콩, 일본, 인도네시아 등의 회원국들이 참가해 이틀간 다양한 행사를 가졌다. CASC 2019에 참가한 각국의 협회와 회원 쇼핑몰들은 다양한 그들의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대개는 쇼핑몰의 규모, 화려한 치장, 고객을 유혹하는 점포구성 등에 방점을 두었지만 그래도 행간을 흘러나오는 디지털의 냄새는 숨길 수가 없었다. 오프라인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온라인 못지않은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 디지털 기술, 이른바 리테일 테크를 활용해서 오프라인에서도 옴니채널과 유사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가 2019년 2분기에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1993년에 첫 점포를 열어 우리나라 유통사에 ‘리테일 2.0’ 시대를 열었던 이마트의 첫 적자를 어떻게 봐야할까. 다른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쿠팡 등 모바일 쇼핑 강자들의 시장 잠식,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수많은 플랫폼 유통 사업자들의 등장 등 새로운 시장 환경의 영향일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술은 온라인 유통의 전유물일까? 월마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해 고객에게 옴니 채널 환경을 제공한다. 모바일 앱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들을 지원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반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객 편의성을 강화했다. 오프라인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월마트이기에 온라인 구매 증대를 위해 물류 및 배송 서비스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직원이 퇴근할 때 퇴근 경로와 일치하는 지역으로 직접 배송해주는 전 직원 퇴근 배송(Associate Delivery) 서비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월마트 매장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픽업(Pick Up)할 수 있는 픽업타워 등을 도입해 옴니채널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다. 홈플러스도 오프라인을 뛰어넘는 고객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나섰다. 홈플러스가 전국 140개 점포를 ‘고객 밀착형 온라인 물류센터’로 변신시키며 온라인 사업 강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는 ‘올라인(All Line) 플레이어’가 된다는 것인데, 온라인 물류센터를 새로 짓는 대신 전국의 140개 모든 점포에 온라인 물류 기능을 장착해 전통적인 장보기와 온라인 배송이 공존하는 이른바 ‘쇼킹’(Shopping+picking) 매장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배송을 위해 상품을 골라 담는 인력(피커)과 신선식품 배송을 위해 콜드 체인 배송 차량도 늘렸다. 또 온라인 배송이 몰리는 지역은 점포 내 물류 기능과 규모를 키운 ‘풀필먼트 센터(Fulfilment Center, FC)’를 구축해 커버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소매의 종말’

과연 그럴까? 유통은 변모하는 것이지 소멸되지 않는다. 사람의 생활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정보들은 어떤 기술적 조건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그것을 얻는 과정과 방법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유통의 겉모양은 변할지라도 유통이 가지는 고유한 기능은 없어지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온라인 유통업체의 등장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위협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프라인 유통도 디지털로 무장하면서 생존의 길을 찾고 있다.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소매유통업의 새로운 생존의 길은 다시 디지털이다. 유통산업은 사회의 진보와 기술의 발전을 유통산업 발전에 활용해 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연 기술들도 예외는 아니다. 유통산업은 이 기술들을 유통산업 발전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기술들을 리테일 테크라고 명명했다. 온라인 유통업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유통기업들은 디지털을 활용한 유통, 즉 유통의 디지털라이제이션을 달성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 특히 가진 자원이 열악한 작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또는 곧 그런 처지가 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온라인 유통이 오프라인을 보강하고,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의 장점들을 취하면서, 둘은 다른 듯 닮아간다. 옴니채널의 요소들 말이다. 이런 추세는 어쩌면 유통 발전에 관한 오래된 교과서적 이론, 정반합(Thesis-Antithesis-Synthesis)의 이론을 실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진화의 결과는 옴니 채널 플랫폼이다.

그런데, 홈쇼핑은 어떻게 하나!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유통이 옴니채널의 요소로 수렴하게 되면서, 고객 경험 측면에서 홈쇼핑은 그 절대적 장점을 상실하고 있다. 더구나 마켓 컬리나 쿠팡처럼 임팩트 있는 ‘라스트 마일’을 구축하면서 TV홈쇼핑은 점점 더 왜소해진다.

홈쇼핑은 변해야 한다.

17개 채널의 과당경쟁, 속절없이 올라가는 송출수수료, 까다롭기만 한 고객의 수준, 풀필먼트에 대한 무한 부담... TV 화면은 이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홈쇼핑은 화면을 나와 플랫폼을 건설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관통하는 플랫폼을 건설하고, 그 중심에 서는 허브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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