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훌쩍
  • 남도연 기자
  • 승인 2019.11.01 08:00
  • 호수 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vol.43 흔적
ⓒ남도연

어느새 훌쩍 가을이 깊었다. 캠핑족들이 가장 설레는 계절이란다. 맞장구라도 치듯 10월의 하늘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훌쩍 떠나고 싶은 푸른색이었다. 양양으로 가 서핑을 하고 경주 첨성대 울타리 안의 모과나무 향도 맡고 여수 밤바다의 찬 바람도 쐬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10월이 훌쩍 지나갔다.

이 가을의 중간쯤 왔을 때 오랜 취업 준비생 기간을 끝내고 이직에 성공한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다짜고짜 봉화로 놀러 가면 좋을 것 같다며 내게 언제가 좋냐고 물었다. 7년 전에는 대뜸 라오스에 가고 싶다며 내 생애 첫 배낭여행을 이끌어준 친구다. “글쎄… 우리 그냥 연말에 가면 안 돼?” 새로운 일을 꾸미기에 11이라는 숫자는 뭔가 어정쩡하다는 게 내 핑계였다. 사람들이 12월 31일과 1월 1일에 각별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친구는 기어이 11월의 어느 날을 비집고 들어왔다. 덕분에 이 어정쩡한 타이밍에 계획도 없이 훌쩍 떠나게 됐다. 훌쩍. 나 정말 떠나도 되는 걸까? 갑작스레 찾아온 코감기에 코를 훌쩍이며 10월을 마감한다. 후련함과 아련함이 교차하며 11월이 다가온다. 훌쩍. 저 우는 거 아니에요. 훌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