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홈쇼핑 뷰티, 어디까지 가봤니?
  • 남도연 기자
  • 승인 2019.11.18 09:00
  • 호수 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vol.43 MD's 파우치 | 이영호 신세계TV쇼핑 상품2담당 뷰티팀 MD

LED 마스크가 홈쇼핑 이·미용 기기 시장을 점령했다. 초고가의 프라엘, 셀리턴 LED 마스크가 이 대란에 불을 지폈고, 미용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여자들의 위시리스트 혹은 서랍장에 꼭 들어 있는 제품이 됐다. 연이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갈바닉, 미세 전류, EMS 등 다양한 기능의 미용 기기는 홈쇼핑 뷰티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신세계TV쇼핑 뷰티팀에서 남성 기초 화장품과 이·미용 기기를 담당하고 있는 이영호 MD를 만났다.

이영호 신세계TV쇼핑 뷰티팀 MD ⓒ월간 홈쇼핑

미팅을 마치자마자 스튜디오로 달려온 이영호 MD는 가쁜 숨을 고르며 아직 새내기 MD라고 첫인사를 건넸다. 처음 MD를 목표로 삼을 때부터 뷰티 카테고리가 가장 욕심났다는 그는 2년 동안 기초·팩·색조·헤어·바디·수입 제품을 두루 경험하며 어엿한 뷰티 MD로 성장해가는 중이다.

“뷰티는 시즌성이 명확하지 않고 이제는 스테디셀러라는 것도 의미가 없을 정도예요. 트렌드와 고객 반응은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날씨도 널뛰어서 예전보다 더 변수가 많아졌어요. 이제는 상품 운영주기가 엄청나게 긴 상품보다는 적시에 적중률 높은 신상품을 가져오는 게 중요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트렌드가 급변하는 홈쇼핑 시장에서 남성 화장품의 입지는 더 어렵다. 주요 시청 연령대인 40~60대 남성이 직접 화장품을 사는 일은 여전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제한된 수요층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 타깃만으로는 성장하는 홈쇼핑 시장의 목표를 다하기 어려운 상황이 온 거라고 말했다.

반면, 이·미용 기기는 T커머스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한 상품군이다. 지난 2월 저가형 LED 마스크가 목표 매출을 180% 달성하며 신세계TV쇼핑 뷰티팀의 다양한 도전에 물꼬를 텄다. LED 마스크의 독주는 끝이라고 보지만 홈케어, 홈에스테틱 키워드를 이을 다양한 뷰티 디바이스가 나온다는 전망이다.

“이제는 전구 개수로 승부하는 LED 미용 기기에 그치지 않고 갈바닉, 미세 전류 리프팅 등 이·미용 기기와 관련한 키워드가 계속해서 느는 추세예요. 일단 시장이 어느 정도 확대돼야 홈쇼핑에서 방송했을 때 반응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트렌드를 모니터하고 있어요.”

이영호 MD는 홈쇼핑에서 축소되는 남성 화장품 시장도 포기하지 않고 머릿속에 늘 더 참신한 상품, 매력적인 구성을 그리고 있다. 고가의 고기능성 상품이 판매 공식으로 통하는 홈쇼핑 이·미용 기기 시장의 틀에서 벗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피부 미용 기기도 준비 중이다. 잘 팔리는 공식을 알고 있으면서도 트렌드와 도전에 더 끌리는 자칭 ‘새내기’ MD를 만나 T커머스 뷰티 이야기를 물었다.

F/W 시즌의 피크예요. 뷰티 카테고리도 시즌을 구분 지어 운영하나요? 계절가전처럼 시즌성이 명확하게 나뉘는 건 아니에요. 여름에 특화된 썬 제품, 패디 케어류, 모공•피지 제거 제품이 있는 반면에 나머지는 시즌에 구애 없이 연중 운영이 가능하거든요. 전반적으로 여름보다는 F/W 시즌, 특히 12월에서 2월 사이에 매출이 제일 잘 나와서 이•미용 카테고리의 한 해 매출은 이때가 좌우한다고 봐도 돼요.

겨울에 매출이 가장 높은 이유가 있을까요? 날씨가 한번 바뀌면서 먼저 패션이나 다른 생필품 위주로 소비를 하고, 겨울 날씨가 그윽했을 때쯤 뷰티에 눈을 돌리다 보니까 12월부터 2월에 뷰티 매출도 같이 성장하는 듯해요.

늘 잘 나가는 스테디셀러도 있겠죠? 바르고 90초만 지나도 주름이 쫙쫙 펴져서 시연성이 굉장히 좋은 나인테일즈 제품이 대표적이에요. 조금 들쑥날쑥하긴 해도 방송할 때마다 반응이 좋아요. 조성아 녹즙 클렌저도 그렇고 연중 잘되는 제품이 있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스테디라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변수가 많아졌어요. 트렌드나 고객 반응이 너무 시시각각 바뀌고 날씨도 널뛰니까요.

남성 화장품 고객은 어떤가요? 홈쇼핑 남성 화장품은 오프라인과 다르게 대리 구매를 하는 여성 구매 고객이 매우 많아요. 아들, 남편을 대신해 고르기 때문에 본인 화장품을 고를 때와 기준도 달라요. 사용감이나 효능, 효과보다는 브랜드, 구성, 대신 구매해서 줬을 때 ‘괜찮은 거 샀네’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요. 그래서 남성 화장품은 선물 세트처럼 상자에 넣어서 포장하는지도 주요한 것 같아요.

여성용 뷰티 상품과 방송 내용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상품의 효능, 효과에 관한 얘기를 여성 화장품에 비해서는 많이 하지 않아요.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남성 쇼호스트나 모델이 증명해주는 편이에요. 설명도 구성과 가격에 초점을 맞춰서 구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게 흐름을 빨리하는 게 특징이에요.

홈쇼핑에서 남성 화장품을 판매한다는 게 쉽지는 않죠? 남성 뷰티 카테고리를 맡은 입장에서 정말 안타깝지만, 홈쇼핑에서 남성용 화장품 시장은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요. 홈쇼핑 방송을 보는 40대~60대 남성들도 직접 화장품을 사는 건 아니다 보니까 수요층 자체가 한정적으로 시작된 카테고리잖아요.

신규고객 확보나 기존고객 이탈 방지가 어려운 건가요? 홈쇼핑 시장은 최근 5년 사이에 굉장히 커졌고 목표는 더 올라갔기 때문이에요. 한정된 수요층만으로는 그 목표를 다하기에 어려운 상황이 온 거죠. 이제는 60분 풀 방송을 하기는 힘들어졌어요. 구성과 가격도 뻔하고, 저가 상품만 팔아야 하고요.

수요층의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추가 구성품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려주면 지금처럼 뻔한 상품은 아니지 않을까요? 고급 브랜드나 백화점에 입점한 화장품 브랜드 상품에 여성용 화장품이나 남성이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잡화를 추가 구성으로 붙이는 거예요. 같은 브랜드의 키링이나 카드지갑으로 브랜드 가치를 보여주는 거죠. 그러면서 MD가 가격까지 잘 맞춰오면 남성 화장품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홈쇼핑 이·미용 기기 시장은 어떤가요? 작년까지만 해도 업력이 짧은 T커머스 특성상 화장품보다 고가라고 볼 수 있는 이·미용기기 판매 방송이 잘 될 수 있을까 우려가 있었어요. 올해 2월에 AHC의 저가형 LED 마스크가 매출 목표 180%를 달성하면서 이·미용 카테고리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여러 형태의 기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LED 마스크 시장은 여전히 성장세인가요? 홈쇼핑 이·미용기기에서는 LED 마스크가 완전히 독주했고 렌털 상품까지 합하면 규모가 성장한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지금처럼 단순히 빛이 나오는 LED 마스크, 전구 개수만으로 경쟁하는 시장 구도는 거의 끝났다고 봐요. 신제품이 나올 만큼 나왔고 가성비만큼 가격도 내려갔고 살 사람은 다 샀으니까요.

앞으로 이·미용 기기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기기는 기술력이 많이 들어가야 해서 MD 입장에서 예측은 굉장히 어려운데, 이제 ‘LED는 거들뿐’ 이런 느낌이에요. 최근에 현대홈쇼핑에서는 ‘메이크온’이라는 피부를 진단해서 맞춤 설정으로 작동하는 기기를 방송했어요. 박람회를 가 봐도 진단을 하고서 다음 스텝을 밟는 스마트 뷰티 기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올인원 기능에서 진단에 따라 기능을 변주하는데 작동법이 어렵지 않고 쉽게 쓸 수 있는 것. 그런 형태의 토탈 디바이스가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너무 구성, 가격에 연연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뷰티 카테고리 전체를 봤을 때는 어때요? 매출이 잘 나오다가 안 나오는 상품이 있을 때 MD가 제일 고민하는 게 ‘가격을 꺾어볼까?’ ‘구성을 늘려볼까?’예요. 그런데 점점 구성이나 가격 플레이로는 고객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이전에는 상품 미팅을 나가면 ‘볼륨감이 작아 보이지 않나요?’ ‘양이 적어 보이지 않나요?’라고 많이 말했거든요.

용량이 적거나 구성이 약한 제품은 아무래도 론칭에 부담이 있죠? 그런데 나갈 제품은 나가더라고요. 너무 구성, 가격에 연연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겠다 싶어요. 경쟁사 동향을 보면 신세계TV쇼핑이 T커머스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고가의 수입 상품이나 안티에이징 화장품이 잘 나간다는 차별점도 있고요. 제품 자체로 가치가 확실하고 셀링 포인트가 명확한 제품을 찾아내는게 MD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입사 전과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입사 전에는 홈쇼핑에서 물건을 사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신입사원 면접 때 하고 싶은 상품 PT를 해보라고 해서 고객 맞춤형 화장품을 준비해갔어요. 고객이 섞어서 자기 맞춤형으로 쓸 수 있는 상품을 해보자 하고요. 되게 아이디어가 좋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웬걸 막상 뷰티 MD가 되고 보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이더라고요.

아이디어는 좋지만 방송 상품으로는 터무니없었던 거죠? 제가 일을 해보고 느낀 건, 단시간에 많이 팔 수 있다는 홈쇼핑의 강점이 MD 입장에서는 한계라는 거예요. 대중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매출이 절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보니까 내 친구들이 많이 사더라, 인기 많다더라 하는 정도로는 힘들어요. 흔히 말하는 감을 잡는 데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리는 것 같아요. 지금도 선배님들께 ‘이거 맞나요? 잘 될까요?’ 이렇게 괜히 물어보고 그래요.

이제는 촉이 딱 오는 상품이 있나요? 트렌드를 보면 앞서 말한 피부 미용 기기가 많이 나올 것 같고, 제 생각에는 니치하다고 여겨지는 시장 제품도 가능할 것 같아요. 왁싱 쪽으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시즌 한정적이기도 하고 아직은 젊은 애들이나 한다고 생각하니까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홈쇼핑 은 1시간 동안 물동량이 워낙 크니까요.

그런데도 시도해보고 싶은 이유는 뭐예요? 여름날씨가 길어져서 1년으로 따져보면 노출 빈도가 훨씬 높아졌어요. 젊은 층에 한정되긴 하지만 왁싱도 많이 하고, 40대 남자도 팔에 털이 많거나 다리털이 수북하면 신경을 쓰더라고요. 병원에서 레이저 제모를 받는 것보다 합리적인 제품이라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주 52시간제 시행도 맞물리고 집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기기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모멘텀이 있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피부 미용 기기는 염두에 둔 상품이 있나요? 아직 구체화한 건 아니지만 데일리하고 아주 가격 접근성이 낮은 기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홈쇼핑에서 팔던 뷰티 디바이스들은 대부분 고기능성으로 안티 에이징, 탄력 이런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물론 그게 홈쇼핑 뷰티에서 잘 팔리는 공식이긴 한데 그러다 보니 기기라는 콘셉트와 만나면서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거든요. 이걸 더 일상적인 관리로 끌어내려 줄 수 있는 제품일 거예요.

저렴이 시트 팩을 마음껏 하는 것처럼 말이죠? 맞아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흥청망청 쓰는데 가격 부담이 없는 기기를 살펴보고 있어요. 주름 개선, 탄력 이런 쪽도 좋지만 데일리한 보습관리 기기가 될 것 같아요. 한동안 홈쇼핑 미용 기기는 피부 미용 기기가 독주할 것 같네요. 점점 LED, 갈바닉, 미세 전류 리프팅 등 이·미용 기기와 관련된 키워드가 많아지고 있어요. 이런 시장이 어느 정도 확대가 돼야 홈쇼핑에서 판매 적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트렌드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세계TV쇼핑 뷰티팀의 다음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그룹사와 같이 해볼 수 있는 상품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 신세계TV쇼핑에서 성공사례로 일컬어지는 게 ‘엘라코닉’이라는 언더웨어 브랜드와 협업한 단독상품이에요. 또 일렉트로맨 에어프라이어는 이마트와 협업해서 만든 거거든요. 우리 그룹사의 인프라를 방송용으로 잘 만들어서 선 기획한 상품이 성과를 보고 있어서 그런 흐름을 뷰티나 다른 카테고리로도 많이 장려하는 분위기예요.

시코르에 특히나 탐나는 아이템이 많을 것 같은데요? 너무나 많죠. 일반적인 H&B 스토어와 다르게 정말 뷰티를 사랑하고 관심이 깊은 사람들이 좋아 할만한 브랜드와 아이템이 있고 ‘이거 한번 써보고 싶다’ 하는 느낌을 잘 갖추고 있거든요. 촬영도 시코르에서 해보고 싶고 눈여겨 본 상품도 가져오고 싶어요.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어서 아주 먼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