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제품을 빛내줄 ‘최고의 연출’
  • 박미경 기자
  • 승인 2019.10.21 08:50
  • 호수 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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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희 홈쇼핑 디스플레이어

홈쇼핑 방송에 진열된 제품은 그냥 진열된 게 아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연출의 흔적이다. 이처럼 제품에 숨결을 불어 넣는 자가 있다. 바로 홈쇼핑 디스플레이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품을 마주할지 모르다 보니 그의 차는 요청만 하면 다 나오는 만능 창고가 돼버렸다. 무거운 소품을 들고 다니는 일이 일상이다 보니 강인한 체력은 덤으로 얻게 됐다. 감각적 센스와 스피드가 바로 그의 경쟁력이다. 프리랜서 홈쇼핑 디스플레이어로 활동 중인 이난희 실장을 만나 홈쇼핑 DP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이난희 홈쇼핑 디스플레이어 ⓒ월간홈쇼핑
이난희 홈쇼핑 디스플레이어 ⓒ월간홈쇼핑

스피드가 경쟁력이다
화훼 디자인을 전공한 이난희 실장은 디스플레이어라는 직업에 매료된 건 ‘제품 연출’ 수업을 들으면서부터라고 회상했다. 이 실장은 “브랜드를 하나 정해서 콘셉트, 포인트 컬러를 선정하고 전시 및 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발표하는 수업이었다”며 “한 학기 동안 하나의 브랜드를 파서 진행했는데 푹 빠져서 진행할 만큼 재밌었고 결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홈쇼핑 디스플레이(이하 DP)를 접하게 된 건 그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본 교수의 추천 덕분이다. 홈쇼핑 현장을 버티고 이겨낸다면 많은 경험을 쌓게 될 거라는 교수님의 제안을 믿었다.

2010년도는 홈쇼핑 디스플레이어라는 직무가 활성화되지 않을 때였다. 당시 단순히 상품의 나열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DP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홈쇼핑에서도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다.
그는 “홈앤쇼핑이 개국한 지 1년이 채 안 됐을 때 홈쇼핑 디스플레이어를 채용했는데 운 좋게도 졸업하자마자 일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시작은 좋았지만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사회 경험이 적은 애송이 디스플레이어가 매일매일 다르고 많은 제품을 맞닥뜨리니 막막했을 테다. 이난희 실장은 “홈쇼핑 카테고리는 정말 다양하다”며 “카테고리에 익숙해지는 데만 1년을 헤맸다”고 전했다.

홈쇼핑 DP는 2인 1조로 움직인다. 하루 10개의 방송이 있다면 번갈아 가면서 디스플레이어를 맡는 구조다. 짝 디스플레이어의 DP 차례가 되면 함께 도와주면서 짬을 내어 내 소품까지 챙기면서 속도감 있게 업무를 진행한다. 방송이 끝나면 다음 방송 준비를 위해 1시간 동안 스튜디오가 빈다. 이 시간을 홈쇼핑 무대를 꾸미는 스텝이 적절하게 나눠 쓰는데 20분 동안 세트를 세우고 다음 20분은 제품 DP를 진행하고 나면 본격적인 방송 준비를 위해 20분동안 정리를 한다. 짧은 시간 내 준비한 DP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어에게는 스피드가 경쟁력이다.

이 실장은 “홈쇼핑에서 DP를 하면서 생방송 상황 대처나 스피드를 습득했다”며 “또 현장에서 PD, 스텝, 협력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디스플레이어가 진행하는데 중간에서 조율하면서 소극적인 성격도 이제는 먼저 인사를 건넬 만큼 적극적으로 변하게 됐다”고 말했다.

ⓒ월간홈쇼핑
ⓒ월간홈쇼핑

현장을 통솔하는 작은 거인
홈쇼핑 DP에는 홈쇼핑 생방송과 사전 녹화 DP가 있다. 이난희 실장은 “사전 녹화 DP는 외부 디스플레이어가 하는 업무와 비슷하다”며 “생방송이 호스트 위주의 카메라 무빙이 있다면 사전 녹화는 제품 위주의 무빙이라 카메라 무빙법, 조명 등까지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홈앤쇼핑 디스플레이어로 5년간 근무했을 때쯤 프리랜서로 전향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 실장은 “매일 홈쇼핑 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저를 좋게 봐주시는 사람들도 생겨나면서 프로젝트를 선뜻 제안해주셨다”며 “2016년 홈앤쇼핑을 나와 프리랜서 디스플레이어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DP 업무를 일선에서 배운 경험과 현장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프리랜서 디스플레이어로서 전문성을 키워가며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난희 실장의 주 업무는 홈쇼핑과 관련된 제품 방송 및 인서트 영상 DP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좋게 봐준 클라이언트의 입소문을 타면서 다양한 프로젝트 의뢰를 받고 있다. 프로젝트 의뢰가 오면 담당 PD와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면서 특장점을 어떻게 표현하고 니즈를 반영할 것인지 콘셉트를 잡는다. 어느 정도 DP 밑바탕이 그려지면 이난희 실장은 적절한 소품을 준비한다.

이 실장은 “DP에서 원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품의 경우 해당 식품에 들어가는 모든 원물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원물과 DP 소품이 구해지고 나면 디스플레이어의 본 무대는 지금부터다”고 말했다. 그는 융통성 있게 소통하면서 넓은 공간을 통솔하는 작은 거인이 된다. 이 실장은 “현장에서 제가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제가 늘어지거나 우왕좌왕하면 촬영 시간 전체가 딜레이되기 때문에 매 순간 긴장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 생방송 DP도 협력사의 요청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는 “협력사가 원하는 방향이 있는데 홈쇼핑 소속 DP는 하루만 해도 많은 방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특별한 요구를 하기 어렵다”며 “그런 경우 저와 같은 외부 디스플레이어에게 의뢰해 원하는 DP를 연출한다”고 말했다.

이난희 홈쇼핑 디스플레이어의 DP 작품
이난희 홈쇼핑 디스플레이어의 DP 작품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끝없는 도전
홈쇼핑 DP 트렌드는 점점 심플하게 가자는 쪽으로 방향이 맞춰지고 있다. 과거의 홈쇼핑 영상에서는 성우의 목소리나 화려한 자막을 넣었다면 요즘에는 인물이 없는 제품 위주의 감각적 느낌을 가미하는 추세다.

카테고리별 DP 방향도 차이가 있다. 생활·주방 및 가전제품은 인테리어적 요소를 많이 고려한다. 식품은 식감을 강조하거나 원물의 싱싱함을 표현한다. 화장품·미용 및 패션은 감각적인 영상미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난희 실장은 “홈쇼핑도 광고 콘셉트의 영상 촬영이 많아지면서 DP도 심플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그는 SNS를 통해 DP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 실장은 “제품의 홈페이지나 SNS를 찾아 마케팅 방향을 숙지하고 콘셉트 컬러를 정한다”며 “그리고 이 제품과 비슷한 다른 제품은 어떻게 연출했는지 찾아보면서 방향을 잡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트렌드에 민감한 명품 브랜드 SNS 광고에 집중한다.

DP는 때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이난희 실장은 “남극을 표현해 달라, 눈밭을 만들어 달라 등 다양한 도전을 받을 때면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며 “눈밭을 만들기 위해 온종일 혼자 낑낑대며 소금 삽질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한번은 미래 대체 식품을 작업하는데 원물이 벌레였다”며 “살아있는 벌레를 연출하기 위해 작은 테이블에 숲을 만들어 벌레를 DP 했는데 멘붕 속에서 작업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디스플레이어로서 가장 큰 만족감을 얻을 때는 결과물이 좋을 때다. DP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요소의 합이 잘 맞았을 때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DP부터 카메라 무빙, 조명, 편집까지 완벽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소통과 조율이 중요한 이유다”고 강조했다.

이난희 실장은 믿고 의뢰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어로서 자리를 더 견고히 다지고 싶다. 그는 홈쇼핑 DP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광고 등 다분야에 도전하면서 만능 디스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월간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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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Q. 필요한 자질은
A.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시간 엄수가 기본이다. 홈쇼핑 입사 초기에 크게 지각한 적이 있다. 새벽 4시까지 출근해서 DP를 해야 하는데 30분을 늦어버린 거다. 30분 뒤에 바로 방송에 들어가야 하는데 지각으로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뿐이었다. 정말 아찔했던 경험이다. 그 이후로는 시간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책임감이다. 저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오직 저를 믿고 의뢰해주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촬영을 앞두고는 시안을 고민하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경우도 많다.

Q. 고충이 있다면
A. 잠이 부족하고 스케줄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 DP에 사용되는 꽃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꽃 시장을 가야 하는데 새벽에만 연다. 시간 조율과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Q. 지키는 철칙은
A. ‘대충’은 안 된다. 매 순간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하자는 게 제 신념이다. 촬영 전에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촬영에 들어갔을 때 다시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없다. 그리고 꼭 제품 대본(장면별 촬영 설명서)을 받아본다. 촬영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면 흐지부지 촬영하게 된다. 영상 촬영 시 빠른 진행을 위해 다음 영상 DP도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는 대본이 꼭 필요하다.

Q. 직업으로 생긴 습관은
A. 늘 항상 카메라 감독 옆에 꼭 붙어 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빠르게 캐치해서 DP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제품 위주의 영상을 주로 찍다보니 제품에 지문이 묻어 있거나 이물질이 있는 경우 등 꼼꼼하게 신경 쓰고 있다.

Q. 공부 방법을 추천한다면
A. 제가 처음 DP를 공부할 때는 지금처럼 SNS가 활발하던 때는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브랜드 매거진을 정말 많이 찾아봤다. 백화점, 호텔을 돌면서 얻어서 봤다. 거기에는 명품 브랜드가 많이 소개됐는데 명품 브랜드의 모델링, 트렌드를 찾아보면서 공부했다. 요즘에 카페에 관련 매거진이 많이 비치돼 있어 더 구하기 쉬울 거다.

Q. 이 직무를 꿈꾸는 이들에게
A. 이 직무는 현장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홈쇼핑 디스플레이어는 맡은 방송이 많기 때문에 방송마다 모든 것을 최대치로 쏟아내기란 쉽지 않다. 하루에 하나쯤은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한다면 많이 성장할 수 있겠다. 기회가 닿는다면 실무를 익히는 경험을 쌓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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