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호스트] 쇼호스트는 마음 근육이 단단해야 한다
  • 박미경 기자
  • 승인 2019.10.14 08:50
  • 호수 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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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쇼핑엔티 쇼호스트

신뢰를 주는 쇼호스트! ‘어떤 쇼호스트가 되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많은 쇼호스트가 꼽는 답변이다. 그만큼 쇼호스트에게 신뢰는 가장 큰 자산이다. 묵직한 음성, 진솔한 표정, 진정성 담긴 표현에서 이미 고객은 그의 얘기에 푹 빠진다. 쇼호스트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그에게서 전해지는 단단한 내공은 시간이 지나니 더 빛을 발휘한다. 쇼호스트 선구자로서, 선배로서, 새로운 꿈을 피우는 사람으로서 그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10월호 쇼호스트의 주인공, 김형수 쇼핑엔티 쇼호스트를 만나보자.

김형수 쇼핑엔티 쇼호스트 ⓒ박진환
김형수 쇼핑엔티 쇼호스트 ⓒ박진환

홈쇼핑 문외한이 간판 쇼호스트가 됐다
계획한 대로, 생각한 대로 인생은 흘러가지 않는다. 넘어지다 혹은 뒷걸음치다 운명 같은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알 수 없는 인생이 더 재밌다고들 한다. 김형수 쇼핑엔티 쇼호스트는 자신이 꿈에도 쇼호스트가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고 했다.

“저는 아나운서를 준비하던 언론사 지망생이었어요. 아나운서 문을 계속 두드렸지만 쉽게 열리지 않았죠. 2001년 공채가 떴는데 공중파 아나운서 그리고 쇼호스트였어요. 당시 제가 28살이었는데 계속 꿈만 좇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 곳을 지원하고 나를 찾는 곳에 가겠다는 승부를 봤죠. 사실 쇼호스트는 큰 관심도 없었고 홈쇼핑도 즐겨보진 않았지만 방송 진행자 측면에서 역할이 비슷하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는데 현대홈쇼핑 공채 1기로 시작해서 19년째 하고 있네요.”

어설픈 마음에 덜컥 시작한 쇼호스트 생활에 익숙해지는 데 애를 많이 먹기도 했다. 이른바 살림 고수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설명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발음, 발성, 카메라 앞에 서는 연습 정도만 했지, 쇼호스트를 준비한 건 아니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제 몸에 맞지 않는 남의 옷을 입은 기분이랄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방황했던 그때는 상품기술서에 적힌 것 위주로만 전달하다 보니 내 얘기가 아닌 남의 얘기를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나 봐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하지 못한다고 포기하기는 싫었어요.”

3~4년 정도는 쇼호스트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푹 빠져 매진했다. 저녁을 포기하고 밤새 방송을 준비한 기간만 무려 3년 이상이 된다. 2005년도부터는 ‘김형수’라는 쇼호스트로서 자리도 다져지고 방송도 노련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쇼호스트는 하면 할수록 너무 재밌었어요. 내 얘기를 하고, 소비자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거웠죠. 바쁘게 돌아가는 생방송에서 상품에 쇼호스트의 색깔을 입혀서 소구한다는 게 정말 짜릿했어요.”

김형수 쇼호스트는 오랜 기간 현대홈쇼핑에 몸담았다가 2016년부터 쇼핑엔티에서 고객과 만나고 있다.

“TV홈쇼핑만 쭉 하다 T커머스 방송을 해보니 오히려 제 장점이 부각되더라고요. 아나운서를 준비했다 보니 높은 목소리 톤, 말을 빠르게 말하는 게 저는 어려워요. T커머스는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이다 보니 차분히 제품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서 신뢰감도 높아지더라고요.”

김형수 쇼호스트는 멀티형 쇼호스트다.

“안 해본 상품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만났죠. 의류, 가전제품, 보험이나 여행 같은 무형상품은 많이 했고 가장 자신 있어요. 특히 제게 자신감을 심어줬던 상품은 보험이었죠. 2003년 현대홈쇼핑에서 보험방송을 최초로 시도했는데 모두 홈쇼핑에서 보험방송을 한다고 하니 반신반의했죠. 그러나 첫 방송이 끝난 뒤 반응은 정말 대단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아 상담원 연결만 했는데도 다들 경악할 정도로 주문이 쏟아졌죠.”

ⓒ박진환
ⓒ박진환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입었다
김형수 쇼호스트는 시간이 증명하듯 쇼호스트로서 해볼 건 다 해봤다. 작은 기업이 홈쇼핑 방송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도 지켜봤고 남 부럽지 않은 매출도 냈다. 쇼호스트로서 산전수전 다 겪은 얘기를 듣자고 하면 몇일 밤을 새워도 부족할 테다. 이처럼 한 분야에서 명성을 떨친 사람의 다음 얘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쇼호스트와 관련된 책을 내고 싶어서 자료를 모으다가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의 작가로 연재 글을 쓰고 있어요. 제가 쇼호스트를 하면서 깨닫고 느낀 얘기를 하고 싶었죠. 그간 상품의 생로병사를 지켜봤고 ‘비슷한 상품인데 왜 이건 되고 저건 안될까?’ 등을 연구했어요. 조금 더 공부를 병행해서 지금의 파편화된 경험 지식에서 범주를 넓혀 상품, 마케팅, 스피치 기술, 쇼호스트 등 홈쇼핑에 관련된 글을 써서 언젠가는 꼭 책을 낼 생각입니다.”

경험을 교육을 통해 전하고픈 열정도 있다. 쇼호스트가 되는 길은 협소하지만 많은 사람이 문을 두드린다. 실제로 쇼호스트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생각한 그의 소신과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는 일이 의미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제 경험이 꼭 쇼호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나 영업 업무를 하는 분들, 스피치 때문에 고민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TV홈쇼핑, T커머스 외에도 모바일커머스 쇼호스트 등 다양한 문호에서 쇼호스트가 등장하고 있어요. 시장이 계속 커지고 니즈가 많아지니 제 경험을 공유해보고 싶어요.”

실제로 많은 쇼호스트 후배가 그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고. 그때마다 그는 마인드 컨트롤을 강조한다.

“저는 후배나 지망생에게 잘하기 위해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 말해요. 축구에 비유하자면 꼭 축구선수가 메시나 호날두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골키퍼, 수비 등 빛이 나지 않아도 다 자기 자리가 있어요. 짧게 보고 실망하면서 스스로의 자존감을 낮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마음부자가 되라고 해요. 쇼호스트를 오래하고 싶고, 즐기면서 행복해지고 싶다면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키워야 해요.”

다양한 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김형수 쇼호스트가 관심을 갖게 된 부분은 제품 브랜딩이다.

“방송이 없는 날에는 인천에 소재한 남동공단을 찾아가요. 중소기업의 경우 론칭하고 싶은 니즈는 분명 있지만 유통 경로라던지 어떻게 론칭해야 할지 인적·경험적 토대가 없어서 고민하시더라고요. 상생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쇼호스트로서의 삶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고객과의 접점이 많아지면서 28세 김형수에게 버거운 얘기가 이제는 막힘없이 술술 풀어낼 수 있게 됐다고.

“쇼호스트는 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직업이예요. 제가 지금 46살인데 50대의 나는 어떤 쇼호스트일까가 너무 기대돼요. 제 고객들과 친구의 느낌으로 더 많이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고요. 그리고 김형수 하면 ‘정말 열심히 했던 쇼호스트야’ ‘좋은 사람이야’라고 기억되고 싶어요. 그러다 나의 한계라는 시점이 왔을 때 박수 받으면서 세컨드 라이프를 꿈꿔보고 싶어요.”

ⓒ박진환
ⓒ박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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