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좀비의 주말
  • 남도연 기자
  • 승인 2019.10.01 08:00
  • 호수 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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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 흔적
ⓒ월간 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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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뭘 해야 월요병이 치유될까. 휴일을 앞두고 놀 생각에 들뜨면 젊은 사람, 쉼을 생각하면 늙은 사람이라고 하던데… 갈팡질팡하다 제대로 놀지도 쉬지도 못하는 애매한 늙은이, 애늙은이가 됐다. 왜 이렇게 팍팍해졌을까 따져볼수록 가슴만 답답해질 뿐이다.

그래서 테마파크를 찾았나 보다. 무려 할로윈 데이보다 두 달이나 앞서 할로윈 축제를 시작하는 핵인싸 테마파크였다. 좀비에게 피 빨아 먹히기 전에 사람들한테 기 빨려 죽는다며 할로윈 데이의 이태원을 가장 멀리하던 사람이었는데 제 발로 축제를 찾아가다니.

환상의 나라는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버스를 타자마자 마라톤 대회로 교통 통제에 걸려 30분 넘게 도로에 발이 묶였다. 판교까지 돌아 길을 찾아낸 기사님의 든든한 뒷모습을 보며 안도하기도 잠시. 뒷자석에 탄 에버랜드 캐스트의 “여기 내려서 택시 타면 5만원인데 어떻게 빨리 가요”라는 경직된 목소리를 듣고서야 ‘아, 모든 게 글렀구나’ 했다. 1열에 줄 서야 하는데!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지 테마파크에 도착한 뒤부터는 꼭 내 뒤로만 긴긴 줄이 생겨 묘하게 이긴 기분이 드는 하루를 보냈다. 시간에 쫓기는 평일을 뒤로하고 좀비에게 쫓기는 치열한 주말을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놀 힘이 남아서가 아니라 힘을 채우기 위해 이 좀비 같은 몸을 끌고 어디든 떠나야 한다는 것을. 마감을 끝냈으니 또 어디로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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