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새로운 데님, 패션을 사로잡다
  • 남도연 기자
  • 승인 2019.06.20 09:00
  • 호수 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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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8 MD's 파우치 | 오주현 K쇼핑 트렌드사업본부 패션팀 MD

매년 성장을 거듭하는 홈쇼핑 패션은 단독·자체 브랜드 경쟁까지 불붙으며 치열한 전쟁터가 됐다. 그중 블라우스, 니트, 코트 등 여성복은 늘 홈쇼핑 인기상품 TOP10에 이름을 올린다. 그런데 K쇼핑은 어쩐 일인지 캐주얼 의류 ‘청바지’의 활약이 눈에 띈다. 청바지는 어떻게 효자 상품이 됐을까? K쇼핑 단독 데님 브랜드 C2와 르 에이치 헤비추얼(Le H. HABITUAL) 상품을 이끄는 오주현 K쇼핑 트렌드사업본부 패션팀 대리를 만났다.

오주현 K쇼핑 트렌드사업본부 패션팀 MD ⓒ월간 홈쇼핑

“원래 패션을 좋아하긴 했어요. 그런데 여자는 다 옷 좋아하잖아요.”

오주현 MD가 패션 카테고리를 맡게 됐을 때의 이야기다. 좋아한다고 해서 누구나 전문가를 자처할 수는 없는 노릇. 미팅에서 오가는 전문용어들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고, 인터넷에 검색해도 제대로 된 뜻을 찾을 수 없었다. 처음은 그랬다. 패션을 전공한 친구에게 용어 과외까지 받아야 했던 그가 이제는 K쇼핑 의류 판매 1위에 오르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MD가 됐다.

매 시즌 유통시장에 쏟아지는 패션 트렌드는 어떻게 홈쇼핑 상품으로 재탄생될까. 오주현 MD에게 패션 트렌드의 영향에 관해 묻자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선뜻 입을 수 없는 옷은 소개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요즘 대세라는 네온 컬러 티셔츠보다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청바지를 자신 있게 소개하는 이유다. 그의 소신이 담긴 상품은 ‘나도 잘 소화할 수 있는 옷’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과감하지 않다고 해서 트렌드와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올해는 릴랙스(Relax)·미니멀(Minimal)트렌드를 반영해 여유로운 핏(Fit)에 한층 깔끔해진 청바지를 선보였다. 론칭 실적 148%를 달성한 ‘C2 하이 쿨링 데님’도 오주현 MD의 기획이다. 캐주얼 의류에 가장 관심이 많다는 그는 F/W 시즌에는 경량 다운이나 플리스 재킷처럼 남녀 모두 입을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다음 계획을 늘어놓았다.

“만약 PB 상품을 하게 된다면 데님으로 해보고 싶어요. 데님이라고 해서 청바지만 하는 게 아니라 원피스, 재킷, 셔츠, 야상 등 데님을 확장하는 개념으로요. 데님으로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거든요. 하반기에는 주력하고 있는 데님 제품을 여러 가지 라인으로 개발해볼 생각이에요.”


Q. 공채 입사 이후 패션 카테고리만 맡아 오고 있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캐주얼, 여성 의류, 남성 의류까지 거의 모든 패션 상품군을 담당하고 있어요.

Q. MD 업무의 고충이 만만치 않잖아요. 패션 MD는 어때요?

처음에는 ‘우라를 세운다’ ‘파이핑 처리를 했다’ 그런 용어들을 아무것도 못 알아들었어요. 패션을 전공한 게 아니라서 되게 힘들었어요. 익숙해지면서 다 들리게 됐는데, MD라는 게 또 혼자 하는 직업이 아니더라고요. PD, 작가, 디자이너, 업체, 쇼호스트 이렇게 다같이 일을 하니까 제가 말 한마디를 해도 ‘잘’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상품을 기획할 때는 끌고 가야 하고. 다양한 사람과 일하는 직업이라서 재밌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요.

Q. 특히 쇼호스트와 교류가 많을 것 같아요.

패션이 특히 쇼호스트 분들과 가깝고, 가까워야만 하는 카테고리인 것 같아요. 패션 상품은 걸어서 예쁠 게 아니라 쇼호스트가 입었을 때 예뻐야 하거든요. 착장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여요. 또, 상품이 어땠고, 방송에서는 뭐가 부족했는지 많이 대화하려고 하죠. 상품 기획할 때 어떤 게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해주세요.

Q. 업무 스트레스는 어디서 어떻게 해소하나요?

쇼핑으로 풀어요. 정말 많이 사요. 남편이 “또 사?”하면 “나 지금 일하는 중이야”하면서 사리사욕도 좀 채우고. 시장조사를 하면서도 사요. 라이브 방송도 항상 보거든요. 어제도 CJ오쇼핑에서 엣지(A+G) 티셔츠를 샀어요. 타사 것도 많이 입어봐야 하니까. 너무 변명 같나요? 아무래도 매일 보는 게 홈쇼핑과 옷이라서 살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렇게 일하면서 풀고 있어요.

Q. 그런데 패션 상품은 전부 다 입어 보기에는 성별, 체형, 스타일, 시간 등 제약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최대한 많이 입어보려고 해요. 남성복은 꼭 남편에게 입혀 봐요. 저는 남자들 옷이 어디가 불편한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어깨에 스트레치 원단을 넣은 옷은 지하철 손잡이 잡기가 편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획할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와 타깃 연령대가 너무 안 맞는 여성복은 엄마나 시어머니께 드려서 피드백을 들어요.

 

오주현 K쇼핑 트렌드사업본부 패션팀 MD ⓒ월간 홈쇼핑

Q. K쇼핑 패션 카테고리의 주 고객층은 누구인가요?

주 고객의 연령대는 50대예요. 평균 53세 정도 되는데 상품별로는 차이가 크게 나요. 데님은 40대 비율이 높은 편이고 여성 의류 중에도 핏이 루즈하거나 꽃무늬, 화려한 패턴 등 디자인이 센 옷은 50대 후반의 비율이 높아요.

Q. 50대를 타깃으로 하는 옷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50대라고 하면, 저도 처음 일할 때는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부모님을 보면 되게 젊게 입지 않으세요? 50대가 3, 40대 옷을 입고, 40대가 2, 30대 옷을 입고. 다 영(Young)하게 입어요. 그래서 40대의 트렌드를 따라가되 청바지 허리에 밴드를 넣거나 블라우스 같은 경우 품을 크게 하는 식으로 50대 소비자에게 맞추고 있어요.

Q. 홈쇼핑 상품은 3종, 4종 등 세트가 많아서 컬러와 패턴 구성도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

확실히 매장하고 다른 게, 홈쇼핑은 TV로 상품을 보다 보니까 화사한 컬러가 하나는 있어야 화면에서 시선을 확 사로잡아요. 그래서 포인트 컬러를 하나씩 다 넣고 있어요. 3종 구성 중 2종이 베이지, 블랙이라면 나머지 1종은 레드로 하는 거예요.

Q. 성별에 따른 패션 상품의 편성 시간대는 어떻게 되나요?

여성복은 보통 06시부터 13시까지, 남성복은 19시부터 22시까지 사용할 수 있어요. K쇼핑에서는 지금 캐주얼, 특히 데님이 제일 많이 나가요. 캐주얼 같은 경우는 거의 저녁 시간대에 잘 나오는데, 오전 시간도 사용할 수 있어서 조금 다른 것 같아요.

Q. 가장 인기 있는 스테디셀러는 무엇인가요?

첫번째 상품군은 데님이고요. 데님을 제외한 캐주얼에서는 밴딩 팬츠, 여성복 중에서는 블라우스류예요. 봄철부터 겨울 기모 블라우스까지 사계절에 맞춰서 준비해요.

 

오주현 K쇼핑 트렌드사업본부 패션팀 MD ⓒ월간 홈쇼핑
오주현 K쇼핑 트렌드사업본부 패션팀 MD ⓒ월간 홈쇼핑

Q. 이번 S/S 상품에는 어떤 트렌드가 반영됐나요?

릴랙스 그리고 미니멀이에요. 핏 자체가 좀 더 여유로워졌고 예전에는 시접 없이 단을 잘라내서 올이 드러나게 하는 ‘데끼재단’을 했다면 요즘은 점점 더 깔끔한 스타일로 가고 있어요. 뉴트로는 전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트렌드예요. 맘 진(Mom Jeans)이나 보이 핏 청바지도 뉴트로가 반영된 거죠. 인터넷 쇼핑몰만 봐도 하이 웨이스트(High Waist)에 허벅지는 통이 넓고 밑단은 짧게 크롭진(Cropped jeans) 형태로 떨어지는 옷이 많이 보여요.

Q. 패션 트렌드는 어떻게 선별해서 홈쇼핑 상품에 적용하나요?

일단 제가 옷을 입을 때 조금 보수적으로 입는 편이라서 제가 시도하지 못하겠다 싶은 건 하지 않아요. 전반적으로 우리 고객이 백화점이나 TV에서 굉장히 많이 봐서 익숙해진 상품을 예측해서 기획하고 있어요. 소화하기 편하고, ‘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이에요. 네온 컬러(형광색) 옷, 네트 백 같은 트렌드는 쇼호스트가 스타일링 팁으로 소개할 뿐이에요.

Q. 담당하는 데님 브랜드 ‘C2’도 마찬가지로 소화하기 편한 옷들이죠?

맞아요. 지금까지 열 번을 방송했는데 열 번 다 내부목표 대비 100%를 넘겼어요. K쇼핑 단독 브랜드로 진행한 지 4년 정도 지나면서 고객에게 확실히 인지가 된 것 같고 기다리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Q. 이번 시즌의 C2 데님은 어떻게 기획됐나요?

여름에는 아무래도 비싼 제품을 선뜻 사지 않기 때문에 ‘하이 쿨링 데님 3종'은 처음부터 가격을 낮춰서 기획했어요. 한 달도 안 돼서 2만 2천 세트가 판매됐는데 남녀 판매 비율이 6:4 정도예요. 데님 같은 경우 남녀 상품을 함께 판매하면 남성 상품의 판매율이 조금씩 더 높아요.

Q. 최근 단독 여성복 브랜드도 론칭했어요.

헤비추얼이라는 데님 브랜드를 ‘르 에이치 헤비추얼’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여성복 라인을 만들었어요. 첫 상품인 보이 핏 데님이 목표 대비 96% 정도를 달성했어요. 기존에 많이 보이던 슬림 스트레이트 핏이 아니었는데 반응이 꽤 좋아서 새로운 핏의 데님 팬츠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죠.

Q. 다음 시즌엔 새로운 핏의 청바지를 만나볼 수 있겠네요?

가을은 보이 핏으로, 겨울은 플레어 핏으로 할까 기획 중이에요. 처음에는 현대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조이너스’처럼 대중적인 상품이 많은 브랜드를 하고 싶었어요. 대신 여성복 전문이니까 여자들이 좋아하는 걸 다 넣어보자 했어요. 보통 데님 상품을 기획하면 남녀 스타일을 맞춰야 하는데 그런 제한이 없어졌잖아요.

Q. 여자들이 좋아하는 디테일이요?

코랄 핑크색 실로 스티치를 넣고, 주머니엔 스와로브스키를 달았어요. 허리 라벨도 반짝이는 택션지를 사용하고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참고를 많이 했어요. 여자의 마음을 아는 듯한 요소가 많으니까 쇼호스트가 얘기할 거리도 많아요.

Q. F/W 시즌에는 어떤 신상품이 기다리고 있나요?

데님을 여러 가지 라인으로 개발해볼 생각이에요. 라이브(TV홈쇼핑)에서는 데님 퍼 야상 이런 것도 많이 나왔거든요. 특히 캐주얼에 관심이 많아서 남녀 같이 입을 수 있는 플리스 재킷도 기획하고 있어요. 함께 입을 이너와 다른 제품까지 넣어서 3종 정도로 구성해 보려고 해요. 르 에이치 헤비추얼은 아우터나 코트류, 일반 슬랙스를 기획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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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2019-06-21 09:26:02
남자들의 핏에 맞는 진도 별도 런칭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