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IT NOW]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소비
  • 남도연 기자
  • 승인 2019.05.08 09:00
  • 호수 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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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7 DO IT NOW

가방은 언제나 보부상 봇짐처럼 무겁고, 1인 가구인데도 이삿짐센터를 불러야만 하니 누가 봐도 미니멀리스트는 아니다. 사고 싶은 걸 다 산 것도 아닌데 어쩌다 맥시멀리스트가 됐을까. 때때로 절제하고, 가성비를 따지고, 지르기도 했던 것들이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을까?

소비 성향 테스트 ⓒ월간 홈쇼핑

A 나는 라곰식으로 산다.

내게 필요한 것은 누리면서 작은 변화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라고머(Lagomer).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을 하며 ‘필요한 만큼’을 그 기준으로 삼아 소비를 최소화한다.

라곰(Lagom)은 소박한 삶과 그 삶에 만족을 느끼는 자세를 뜻한다. 과소비와 부의 전시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 정반대에 있는 삶이다. 내게도 나름의 라곰식 습관이 있다. 저녁 식사는 예쁜 접시에 담아 먹는 것, 한 번 입을 옷은 빌려 입는 것, 차를 끓여 마시는 번거로움에 익숙해지는 것 등 이미 가진 것으로 긴 행복을 누리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일상이 된 저녁 외식, 계절 옷 쇼핑, 생수 정기배송 등 필요 이상의 소비를 걷어내고 얻는 행복이다. 라곰의 핵심은 절제가 아닌 ‘적당함’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좋고, 지구의 자원을 가져다 써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이를 누구나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태도다. 나도 라곰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지만 실천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다. 물건을 살 때 욕망이 아닌 양심에 먼저 귀 기울이면 라곰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머가 되고 싶은 포미족은 오늘도 가성비와 가심비 사이에서 줄타기한다.

 

가성비를 타고 내려온 소비요정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만큼 ‘같은 품질이면 최저가’가 반가운 가성비족. 언제나 할인 행사를 노리며 온라인 최저가를 비교한다. 쿠폰 사용기한을 놓치면 손해 본 것 같아 분하다.

유독 마트나 생활용품점에 가서는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 플라스틱 쓰레기통도 수납함도 좀 더 저렴한 것으로 고르고 똑같은 냉동 식품 두 개를 두고도 싼 걸 고르기는 마찬가지다. 가격만이 아니다. 조금 더 비싸지만, 더 많이 주는 식료품의 유혹은 늘 떨쳐 내기가 쉽지 않다. 과자 판매대에서는 2+1 행사 상품에 더 눈길이 가고, 맥주 판매대에서는 맥주잔 증정 세트에 이끌린다. 뭔가 더 얻은 것 같긴 한데 정말 가성비 높은 쇼핑을 한 건지 모호하다. 양파 두 알을 사러 갔다가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양파 한 단을 덜컥 사거나, 계획에도 없던 과일 한 상자를 사기도 했다. 그렇게 냉장고와 찬장에 쌓이는 것들은 결국 친구네 집이나 음식물쓰레기통을 향하는데도 말이다. ‘필요한 만큼 적당히’와 ‘만족할 만큼 적당히’ 사이의 저울질은 항상 실패로 끝이 나고, 그 실패는 번번이 반복된다. 가성비를 타고 내려오는 소비요정은 사실 지름신의 오른팔이 아닐까 싶다.

 

FOR ME? 소비 아닌 투자

알뜰한 소비보다 알찬 소비를 지향하는 포미(FORME)족. 내 기준에 따라 가치 있고 만족을 주는 제품이라면 다소 비싸더라도 과감히 구매한다. 소비는 곧 나를 위한 투자라는 마인드.

놀 때 쓰는 돈은 정말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그리고 용감해진다. 수영도 못하면서 서핑, 카약킹, 스노클링을 하러 떠나고 뷰가 좋다는 카페 이름 하나만 알면서 무작정 다른 도시로 드라이브를 하러 간다. 덕후의 피도 무시할 수 없다. 3일간 하는 콘서트는 세 번을 가야 하고 페스티벌은 무조건 양일권을 구매해 이틀을 즐겨야 직성이 풀린다. 영양제도 아낌없이 사는데 프로폴리스, 비타민D, 비오틴, 유산균 등 효과를 보고 나니 더 좋은 제품으로만 눈이 간다. 세상에 귀여운 건 또 어찌나 많은지 지난해에는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에 빠져 온갖 굿즈를 열렬히 사 모았다. 큰 쓸모는 없지만 가지고 있으면 더 행복하니 그걸로 됐다. 과소비로 양심이 찔릴 때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본다. 주는 기쁨과 받는 기쁨 둘 다 누릴 수 있는데 이걸 과소비라고 할 수 있을까? 이건 두 배의 행복이다! 기분을 내기 위해 지르는 홧김비용과는 다르다. 누구보다 소중한 나를 위한 투자 정도로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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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연 2019-05-15 18:33:28
저는 B 스타일 나왔어욤 ㅎㅎ 가성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