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상품 매입과 판매 수수료
  • 최재섭 남서울대학교 국제유통학과 교수
  • 승인 2019.04.25 14:43
  • 호수 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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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산업이 ‘점포에 가지 않고 구매’하는 무점포 판매, 즉 홈쇼핑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행한 ‘2018 유통산업 통계집’은 우리 유통산업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현상을 확인해주고 있다. 2017년, 점포가 없는 온라인 홈쇼핑 등 무점포 유통업체의 매출은 61조 2410억 원으로, 슈퍼마켓(45조 4150억 원), 대형마트(33조 7980억 원) 등을 따돌리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시장의 성장률이다. 이 시장은 2016년에는 전년보다 15.5%, 2017년에는 전년보다 13.3% 성장하여, 정체 내지는 역신장하고 있는 다른 업태와 다른 면모를 보였다.

홈쇼핑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은 물론, 농어업, 축산업 등 소비재 생산자들에겐 대단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TV홈쇼핑을 통해 한 시간에 수억 또는 수십억의 매출을 올렸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저기에 뛰어들어야 하겠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늘 TV홈쇼핑사엔 상품을 입점시키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렇다면 TV홈쇼핑엔 어떻게 들어가고, 비용은 얼마나 들까? TV홈쇼핑의 파괴력을 입증하듯이 각사는 자사의 상품 입점과정을 공개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공정한 과정을 구축하고 있다.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생산자 또는 벤더 등 상품공급업체가 특정 상품의 입점을 제안하는 경우, 홈쇼핑사의 제안서 검토와 MD 상담을 거쳐 상품평가가 이루어진다. 다양한 구성원이 실시하는 품평회 또는 상품선정위원회를 통과한 상품은 품질검사를 거쳐 입점계약이 이루어지고, 이후 일정을 잡아 방송과 판매가 이뤄진다. 

2017년에 TV홈쇼핑이 취급한 상품군은 식품(24.2%)-이미용・화장품(12.2%)-패션(10.7%)의 순이었다. TV홈쇼핑사의 상품 매입은 대부분 특정매입에 의존한다. 특정매입(또는 특약매입)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우선 외상으로 매입해서 판매한 뒤 재고품은 반품하는 거래형태로, 국내 유통업계의 주된 매입 방식이다. 반면 직매입은 TV홈쇼핑사가 상품을 직접 구매하여 판매하는 거래 방식으로, 판매 방송이후 미판매분 재고에 관한 책임은 홈쇼핑사가 지게 된다.

TV홈쇼핑업체의 매입 구조는 취급한 상품이 소위 ‘대박’이 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대한 만큼 판매가 되지 않는 이른바 ‘쪽박’의 경우 상품을 공급하는 생산자 또는 벤더사에게 가혹한 결과로 귀결된다. ‘쪽박’인 경우 상품 공급자는 못 판 재고를 떠안고, 게다가 방송과 관련된 제반 비용까지 부담하는 이중고를 지게 된다.
그럼, TV홈쇼핑에서 상품을 파는 대가, 즉 판매수수료는 얼마나 될까? TV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즉, 상품 판매에 대한 판매수수료를
내게 된다. TV홈쇼핑의 판매수수료는 공식적으로는 30%라고 한다(2017년 기준, TV홈쇼핑협회 자료). 그리고 이것은 매년 인하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TV홈쇼핑의 판매수수료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의 경쟁업태에 비해 높다. 특히, 같은 홈쇼핑 업태인 대형마트의 온라인 부문과 온라인 몰에 비해 두세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업태별 유통기업의 판매수수료는 다음 표와 같이 나타난다.

주목할 점은 방송을 통해서 소품종 대량판매를 추구하는 TV홈쇼핑의 판매수수료가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온라인 몰이나 대형마트는 물론 고가의 대명사인 백화점의 수수료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TV홈쇼핑사들은 높은 수수료의 배경에는 송출수수료*와 방송발전기금* 등 필수불가결한 비용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까지는 타당한 주장일 수 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플랫폼에 지불하는 높은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의 비용을 높이고, 그 비용을 충당하려니 판매수수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TV홈쇼핑사의 매출이 TV에 국한하지 않고 인터넷, 모바일 등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TV 외의 매출이 더 커지는 상황에서는 설득력 있는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TV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상품공급자들은 가외의 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 상품 소개를 위한 영상자료(인서트), 게스트나 모델비용 등은 만만찮은 부담이 된다. 때로는 상품성보다는 스토리텔링으로 고객에게 소구하기 위해 연예인이나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동원되기도 하는데, 그 비용도 물론 공급자의 몫이 된다. 이 추가의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선 꽤 부담이 된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판매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비용이 상품공급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럼, TV홈쇼핑에 안 들어가면 될 것 아닌가? 판로확보가 가장 고민인 우리나라 중소사업자들에게 그건 해답이 아니다. TV홈쇼핑은 여전히 중소사업자들의 기회의 땅이고, 성공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어쩌면 수수료 논쟁은 이제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2019년, 대한민국의 유통시장은 격변의 중심에 서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기반을 채용한 옴니채널과 스마트 리테일은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유통의 세계로 고객을 빨아들이고 있다. TV홈쇼핑의 매력들은 이미 옴니채널 유통환경에서는 평범한 경험일 뿐이고, 아니 사람들은 아예 TV를 보지 않는다. 코드를 잘라라(Cut Cord)! 미디어의 중심은 TV를 떠나 OTT(Over The Top)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고액의 수수료가 고비용 구조의 홈쇼핑을 만들고, 소비자 지향적인 유통환경을 외면하면서 우리는 TV라는 어쩌면 한물간 플랫폼에 묻혀 떠나가는 소비자들은 못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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