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코노미’ 시대를 맞이하는 자세
  • 박현태 기획위원
  • 승인 2019.04.03 18:17
  • 호수 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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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동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조금 소란스럽긴 해도 천진난만 한바탕 웃으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면 생동감이 느껴지곤 했었는데 말이다.

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미세먼지 탓에 우리의 아이들은 집으로 키즈카페로, 모두 실내로 들어가버렸다. 어렸을 땐 그저 맘껏 뛰어 노는 것이 중요하다 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밖에서 놀고 싶을 때마다 스마트폰 앱으로 미세먼지를 확인하고 엄마의 허락까지 받아야 한다.

미세먼지와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생겨났는데, 이른바 ‘홈코노미’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홈코노미’는 홈(Home)과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데, 집에 대한 개념을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휴식과 레저를 즐기는 공간으로 확대해 해석한 개념이다. 집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경제활동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생각하면 된다.

굳이 밖으로 외출하지 않고서도 집 안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며 소비활동까지 이어가는, 홈코노미를 몸소 실천하는 많은 이들을 ‘홈족’이라 부른다. 미세먼지에 따른 반응은 홈쇼핑 매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수도권에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며칠째 지속되던 당시 홈쇼핑 방송에서의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평소 수준 4배 이상을 기록했다. 집안 공기는 공기청정기로 어찌해본다지만, 출근 등 반드시 외출이 필요한 때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미세먼지를 대비하는 KF94 마스크 또한 불티나게 판매됐다. 마스크의 경우 낮은 가격대 상품이어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긴급편성 할 수 있었는데, 20분 안팎의 짧은 방송을 내보내는 것만으로도 폭발적 매출을 기록했다. 또 공기청정기나 마스크처럼 미세먼지와 직접 관련 없는 상품이라 하더라도 방송을 통해 미세먼지 연관 설명을 하는 경우 높은 반응을 보였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탓에 창문 열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을 언급하면서 의류건조기를 설명하거나 주방에서 음식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다며 인덕션과 후드를 이야기할 때 고객의 반응은 높았다.

한편, 홈코노미와 더불어 쉬코노미 라는 용어도 뜨고 있는데, 여성을 의미하는 ‘쉬(She)’와 이코노미가 더해져 여성이 경제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쉬코노미를 체감하게 하는 홈쇼핑 2대 아이템은 피부 홈케어 상품과 홈트레이닝 상품이다. 홈족의 특징은 피부과에 가지 않더라도 전문기관에서 검증 받은 제품을 구매해 집에서 관리하는 것, 그리고 헬스클럽에 등록하기보다는 요가 영상을 보며 집에서 운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홈쇼핑 방송에서는 혼자서도 자기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이·미용 제품이나 운동 기구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특히 LED마스크는 고가의 제품임에도 여러 브랜드가 격돌하면서 경쟁적으로 매출을 끌어내고 있으며, 고주파 마사지기나 진동 클렌저 등 홈뷰티 상품의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당연히 홈뷰티 디바이스 라인을 크게 확대했고 다양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홈뷰티 기기 시장 규모는 4500억원에 다다랐다.

러닝머신, 스쿼트 머신, 근력 밴드 등 홈트레이닝 상품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한 인터넷 쇼핑몰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월 홈트레이닝 상품의 매출이 2018년 1월보다 150% 이상 늘었고 요가 비디오 DVD는 419%나 증가하는 등 해당 아이템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TV홈쇼핑에서도 김병만의 런닝머신 아이러너, 숀리의 스쿼트 머신 올인원, 렉스파 매직홈핏 등은 빈번하게 방송을 타고 있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실내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으며, 가구업계도 활기를 띠고 있다. 통계청이 밝힌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7조원 규모에서 2016년 13조 1000억원으로 늘었다.

빔프로젝터를 활용한 홈시네마 가전제품이나 커피 머신, 티포트 등 홈카페 관련 상품도 인기다. 지난해 술집이나 식당 등의 실질 매출액이 통계 작성이 시작된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통계청 조사가 나왔을 만큼, 홈족이 늘면서 외식 장사도 잘 안 되는 모양이다. 홈쇼핑도 발 빠르게 움직여 신선식품 새벽배송과 가정간편식 상품을 전략적으로 개발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물론 문제점도 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을 경우 소량의 음식물쓰레기만 발생하지만 1인 가구를 위한 식품 배송이 많아지면서 스티로폼과 아이스팩, 비닐 등 포장재 쓰레기가 급격히 늘고 있다. 미세먼지 피하려 홈코노미 하려다가 오히려 불필요한 쓰레기나 유해물질 환경 속에 갇힐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홈쇼핑사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실천되어야 하는 대목이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포장재 개발과 재활용 가능한 보냉재 등 앞으로도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숙제는 ‘현재 진행형’이어야 하겠다.

한편, 홈족에게도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다. 집안에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고, SNS 먹방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혼밥족도 늘었다지만 ‘인간적 외로움에 대처하는 자세’는 스스로 노력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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