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멈추기 전에
  • 박현태 기획위원
  • 승인 2019.03.07 08:00
  • 호수 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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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뿌연 하늘, 녹조로 덮인 강과 하천의 모습은 매년 반복돼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빙하가 녹아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 영상이 결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게 된 것이다. 홈쇼핑에서도 친환경은 필요한 것이 아닌 필수적인 개념이 됐다. 각 홈쇼핑사는 화학 보냉제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아이스팩, 비닐 상자테이프를 종이로 바꾸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우리에게 반격을 가하는 지금, 환경을 지키고 환경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홈쇼핑 업계의 다양한 노력을 살펴봤다.

박현태 기획위원

 

빌딩 숲속의 점심시간, 최근 개인용 텀블러를 손에 쥐고 거리에 나서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한 시간 남짓 되는 점심시간에 사무실을 벗어난 채 마시는 커피 한잔은 그야말로 직장생활의 재미이면서 근무 시간 중 허락되는 유일한 자유시간 아니던가? 어쩌면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지만, 환경을 생각해서 텀블러를 챙겨 들고 나간 그 발걸음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초등학생 자녀 등교를 돕고 학교 앞 커피숍에서 차 한잔을 마시는 학부모들 손에서도 개인 텀블러는 자주 발견된다. 어쩌면, 아이를 키우는 처지에서, 지금의 환경을 잘 지켜 미래의 자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반면에 지난달 설 명절이 끝나갈 무렵, 동네마다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은 여전히 난리를 겪었다. 한과세트, 과일, 생선 등 선물 받은 품목도 다양하고 플라스틱 상자나 비닐, 스티로폼 등 포장재 또한 천차만별인데, 미래 환경을 생각한다면 고민이 큰 대목이다. 이미 10년 전에 개봉됐던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의 대사 한 마디가 문득 떠오른다.

“지구가 죽으면 당신들도죽어. 하지만 당신들이 죽으면 지구는 살아.”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개발된 많은 상품은 홈쇼핑을 통해서도 대박을 기록하고 있다. 미세먼지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등이 그러한 아이템들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이었던 어느 날, 한 홈쇼핑사에서 긴급 편성한 황사마스크 상품은 10분 만에 2000세트가 넘게 판매됐다. 또 다른 홈쇼핑사에서도 같은 날 황사 방역 마스크를 15분간 긴급 편성한 결과 판매량 1600세트를 넘겼는데 이것은 목표 대비 3배 이상 높은 실적이었다. 1세트 안에 100개의 마스크가 포장되어 있으니, 결국 15분 동안 16만개의 마스크가 팔려나간 셈이다. 외출할 때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어버린 요즘, 가정 내 공기의 질에 대한 관심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는 해마다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늘고 있고, 지난 1월의 경우 작년 대비 4배 이상 매출을 보인 대형마트가 있으며 홈쇼핑에서도 1시간 방송에 6억원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공기청정기 매출과 더불어 동반상승하고 있는 아이템은 의류건조기다. 건조기 역시 홈쇼핑 방송 한 번에 10억원 매출이 일어날 만큼, 이제 집에서 창문을 열고 빨래 말리기조차 힘들어진 세상임을 일깨운다.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지구를 향해 미확인 물체가 돌진해 오고, 그 안에서 나온 외계 생명체에게 한 과학자가 질문을 던진다.

“지구를 구하러 왔다면서 왜 인류를 파멸시키려는거죠?”

인류가 아닌 그 생명체가 답한다.

“너희로부터, 지구를 구하려고.”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매우 명확하고 충격적이다. 우리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많은 제품이 개발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미래 ‘환경’을 위해서도 많은 연구가 실천되고 있는가? 다행히 최근 각 분야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홈쇼핑사 역시 동참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신선식품 배송 업계 최초로 친환경 아이스팩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 보냉제는 화학성분의 젤 형태로 만들어져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친환경 아이스팩은 버려지는 페트(PET)병을 재활용해 만들었고 내용물 또한 재활용 가능한 비닐과 100% 물로만 채워졌다. 냉기 지속력 또한 좋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른 홈쇼핑사에서도 도입하고 있다.

CJ오쇼핑은 친환경 포장을 위해 ‘택배 상자용 비닐 테이프’를 종이 재질 테이프로 바꿨다. 기존 비닐 테이프는 택배 상자에서 떼어내서 분리하는 불편함과 썩지 않는 단점이 있었지만 종이테이프는 부착된 상태 그대로 버려도 된다. 배송중 상품이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명 ‘뽁뽁이’와 같은 충전재도 스티로폼 대신 종이 소재를 적용한 점 또한 인상적이다. 지난해 국내 택배물동량은 약 25억개 수준으로 집계됐다. 1년 동안, 국민 1인당 평균 46개의 택배상자를 받은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홈쇼핑사의 친환경 배송 노력이 우리의 미래 환경을 지켜나가는 데 결코 무의미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배송 상자의 충전재 역할과 고객을 위한 반짝 선물,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어느 기업의 아이디어가 눈길을 끄는 요즘이다. 이 회사는 키친타올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었는데 ‘완충재 공간채움’이라는 제품을 선보이며 기술 분야 발명 특허 출원과 상표등록을 마쳤다. 택배상자 내부 흔들림 방지를 위해서는 빈 공간을 채우는 충전재를 사용하는데 보통의 비닐 충전재가 아니라 펄프를 원료로 한 키친타올을 활용한 것이다. 배송되는 동안에는 완충재로, 배송이 끝나면 그대로 주방용품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도록 만든 상품이 ‘완충재 공간채움’이다. 앞으로도 환경오염이나 자원 낭비 해소를 위한 더 많은 아이디어 상품들이 나와주기를 그리고 배송과정은 물론 제품생산 과정에서도 미래 환경을 고민하는 제조기업들의 노력이 실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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