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이야기
  • 박현태 기획위원
  • 승인 2018.12.12 09:10
  • 호수 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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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서 식탁으로 돌아오기까지
사진 출처 : 『한약재감별도감: 외부형태(2015)』 ⓒ아카데미서적
사진 출처 : 『한약재감별도감: 외부형태(2015)』 ⓒ아카데미서적

지난달(2018년 11월) 초, 백수오 상품과 관련해 소비자 모임이 제기했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원고 패소 판결로, 고등법원은 백수오 업체의 고의적 잘못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이 벌어지면 이겨서 다행인 경우와 져서 서운한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백수오 상품을 둘러싼 이 판결은 누가 더 억울한가를 따지기에 앞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갈등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속상한 일이다. 유통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저아픈 일이다. 아프고 속상한 이야기지만 지난 수년간 진행되어온 백수오 관련 이야기를 돌아보려 한다.

 


 

ⓒ월간홈쇼핑
ⓒ월간홈쇼핑

백수오가 처음 TV홈쇼핑 방송에 등장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갱년기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콘셉트로 방송되면서 ‘백수오’ 제품은 그야말로 중년 여성 고객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방송이 나갈 때마다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고, 필자 또한 해당 제품을 구매해서 어머니께 선물하기도 했다. 백수오는 덩굴식물인 은조롱 뿌리다. 중국 진시황이 불로초로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으며, ‘산삼’처럼 자양강장제로 알려지기도 했다. 문제가 터진 것은 백수오 제품이 한참 매진 행진을 하고 있던 2015년이다. 이른바 ‘가짜 백수오 사건’이다. ‘백수오’가 TV홈쇼핑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면, ‘이엽우피소’는 각종 뉴스 채널에 부정적으로 보도되면서 소비자의 뇌리에 각인되고 말았다.

‘가짜 백수오 사건’의 발단은, 당시 매출 고공행진을 하던 백수오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발견되면서부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백수오 제품 중 상당수에 이엽우피소가 포함돼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백수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제조업체가 이엽우피소를 넣은 제품을 만들었고, 홈쇼핑사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는 식으로 허위 과장 방송을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대부분 사람은 이엽우피소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던 터였다.

이엽우피소는 백수오처럼 덩이뿌리 식물이며 기능성 사용 부위 역시 뿌리 부분이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그 크기나 색상 차이가 거의 없어서 잎의 모양을 보고 구분하는데 당연히 일반인이 분류해 내기는 쉽지 않다. 이어서 논란은 '이엽우피소가 의학적으로 사람 몸에 심각한 문제 인가?'하는 대목으로 옮겨갔다.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식용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생약규격집에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약용이든 식용이든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가 직접 백수오 판매방송을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께 선물도하고 주변 사람에게 권했던 만큼 홈쇼핑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난처한 상황을 겪었다.

백수오는 홈쇼핑 방송에 첫선을 보인 후 3년 동안은 유명세와 함께 폭발적 매출을 기록했고, 2015년부터 3년 동안은 오명과 아픔 속에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다시 홈쇼핑 방송화면에 재등장했다. 가짜 논란 후, 검찰과 식약처 조사 결과, 해당 제품에 이엽우피소 혼입이 있기는 했지만 비율로 보면 0.02%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제품에는 백수오가 함유되어 있으며 이엽우피소의 혼입 정도를 볼 때 납품단가 절감을 위해 혼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마도 이 판결 내용이 향후 백수오에겐 큰 힘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지금, 백수오 제품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또한 2015년 당시 구매고객에게 전액환불 등 홍역을 치렀던 홈쇼핑사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현재 식약처는 진품 백수오 확인 후 판매를 허용하는 검사명령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백수오 농가와 협동조합 역시 재배부터 수확, 제품 생산 등 모든 과정을 검토하면서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홈쇼핑 회사들 또한 품질관리 절차를 세분화하고 협력업체 검증 프로세스를 엄격히 하는 중이다. 홈쇼핑사 자체적인 안전성 검사는 물론 공신력 있는 기관과 연계해 검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질병관리본부 등에 검사를 의뢰해 유전자 검사도 시행한다. 방송 전 서류로 심사해 왔던 생산공장의 위생상태를 이제는 직접 현장 방문을 통해 심사하고 품질 유지 심사단계를 늘린 것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다.

백수오 상품이 큰 아픔을 겪은 것도 사실이고, 지금은 ‘지나간 진통’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찌 됐건 상처가 남은 것 또한 사실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더욱 꼼꼼한 관리체계가 마련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건강식품은 그 효능을 느끼기에 즉각적이지 않고, 개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도 다르다. 그런데도 방송만 보고도 그 상품을 주문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의 믿음이 크기 때문 아닐까? 그리고 그 믿음은 자신의 건강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의 크기와 비례한다. 홈쇼핑 방송 제작진이 건강식품을 다룸에 있어, 더 솔직하게 접근하고, 검증의 눈초리를 더 크게 떠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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