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상품은 ‘싼게 비지떡?’
  • 박현태 기획위원
  • 승인 2018.11.14 10:18
  • 호수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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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질의 고급화로 현명한 소비 패턴 이끌어
ⓒ월간홈쇼핑
ⓒ월간홈쇼핑

지난달, 때늦은 휴가를 다녀왔다. 여름 바캉스 시즌이나 겨울방학 시즌에는 어느 여행지나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이어서, 가급적 비성수기에 여행을 하는 편이다. 내가 직접 방송을 통해 소개했던 제주도 자유여행 상품으로 다녀왔는데, 공항도 호텔도 한산한 편이어서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홈쇼핑에서 소개하는 여행상품은 아주 다양하다. 홈쇼핑에서는, 유럽이나 미주지역 같은 장거리 여행부터 가까운 아시아권 지역 등 거리별로 여행상품이 나뉘기도 하고,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처럼 여행의 유형별 구분이 있기도 하며 비즈니스석 항공 좌석과 특급호텔, 고급식당으로 구성한 럭셔리 상품이 방송되기도 한다. 모든 상품은 저마다의 이유와 사연을 가진 채 고객들에게 소개되고 가격대 또한 다양하다.

예를 들어,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하와이, 몰디브 그리고 칸쿤 같은 휴양지는 언제 가더라도 좋고, 매년 가도 좋을 듯하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시간과 비용’ 때문 아니겠는가? 일주일 이상 휴가를 내야 하고 상품에 따라 몇백만원에 달하는 비용 때문에 큰맘 먹고 평생 한 번 가는 여행지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곳이지만, 형편 때문에 누구나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도 하다.

지난 여름 시즌에 한국 사람에게 가장 인기 높았던 여행지는 ‘다낭’이었다. 소셜 업체 한 곳이 지난 7월과 8월 항공권 발권량을 분석해 보니 ‘다낭’이 1등에 올랐는데, 2018년 여름 한국 사람들에게 ‘시간과 비용’의 적절한 타협점이 그렇게 나타난 것이다.

따지고 보면, 꼭 여행상품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모든 상품은 누군가(제조사)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누군가(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러한 과정이 곧 ‘유통’인데 그 모습을 상품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여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

과연 각각의 상품들은 저마다 어떤 곳을 자신이 판매될 목적지로 정하고 싶어 할까? 어떤 상품은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또 어떤 상품은 대형 할인마트에서 판매되며 그 밖에도 인터넷몰이나 소셜 미디어 등 상품이 판매되는 시장과 매체는 다양하다. 그런데, 앞서 말한,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인기여행지처럼, 모든 상품이 꿈꾸는 여행지(판매처)는 백화점이 아닐까? 다만, 상품의 가격이나 품질 그리고 소비자 반응 등의 시장 기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목적지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일 뿐.

한때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가전제품은 백화점 상품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소비자 몇몇의 느낌이 공유·확산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이를 단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홈쇼핑 대형가전 상품의 빅브랜드는 LG와 삼성이고, 생활가전으로 불리는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이 대표상품이다. 각각의 아이템 속에는 무수히 많은 모델이 존재한다. 색상에 따라 모델명이 다르고 일부 기능 여부에 따라 또 모델명이 분류된다. 물론 가격대도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그 중 상위의 모델은 백화점으로 향하고 하위의 모델만 홈쇼핑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공식이 있는 걸까?

한마디로 말해 ‘그렇지 않다’가 정답이다. 홈쇼핑 방송을 통해 고급모델을 판매하기도 한다. 당연히 ‘백화점 동일 모델’임을 강조하는 콘셉트로 방송이 진행된다. 하지만 판매량 측면에서는 제조사가 만든 최고급 모델의 매출이 더 높지는 않다. 핵심 성능에는 차이가 없으나 가격이 적정한, 일명 가성비 뛰어난 대중적인 모델을 판매할 때 더 큰 매출이 나온다. 결국 상품의 품질이 떨어진다기 보다 소비자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가성비 좋은 상품이 홈쇼핑에 더많이 존재한다는 해석이 정확하다. 여행상품에 있어서 시간과 비용의 적절한 타협점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래서 쇼핑의 고수인 알뜰소비자는 백화점에 가서 프리미엄 상품의 기능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핵심성능이나 핵심부품은 같으면서도 일부 덜 필요한 기능은 생략된 가성비 상품을 홈쇼핑에서 구매한다.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우리나라는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는 많은 상품들이 이미 ‘가격의 고급화’를 성공시켰다는 점이다.

여행이나 출장을 위해 외국에 나가는 경우, 반드시 그 나라의 홈쇼핑 채널을 찾아보는 것이 나의 오랜 습관이다. 관심이 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의 직업을 고려하면 일종의 숙제 같은 것이기도 한데, 미국이나 일본 또는 아시아 지역의 홈쇼핑 상품들을 보면 여전히 저가형 생활 상품이 대부분이다. 박리다매의 장점을 그대로 살린 경우인데, 우리나라처럼 100만원이 넘는 가전제품이나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 또는 수백만원대 가격표를 붙인 고급 여행상품 등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홈쇼핑 산업 초기에는 저가형 상품이 많았다. 아이템은 다양했지만 39,900원이 마치 홈쇼핑을 대표하는 가격으로 기억되는 시절이 있었으니까.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연관된 것도 아마도 그 가격대의 상품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고, 해당 가격으로 제조되고 판매될 수 있는 상품의 품질 또한 크게 예상을 벗어날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39,900원의 10배 또는 100배 되는 가격대의 상품들이 홈쇼핑을 통해 소개되는 세상이다. 이렇게 판매상품 가격의 고급화가 가능했던 배경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상품의 품질 고급화가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눈은 점점 높아질 뿐 낮아지는 경우는 없다. 구매한 상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바로 등을 돌리는 냉철함이 소비자의 특권 아닌가?

가격이 다소 비싸지더라도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는 고급 상품들을 꾸준하게 판매하면서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홈쇼핑의 노력에는 분명 박수를 보낼 만하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누가 홈쇼핑에서 100만원 넘는 물건을 사냐?’ 하는 말이 들렸었지만, 지금은 홈쇼핑 상품이 좋아졌다는 평이 더 지배적이다. 특히 여행상품의 경우 최근에는 홈쇼핑 상품이 가장 낫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인터넷몰의 경우도 ‘홈쇼핑 방영 인기상품’이라는 타이틀이 부제로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감 또한 무겁다. 홈쇼핑을 통해 소개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꼼꼼한 품질관리를 지속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상품의 고급화와 가격의 고급화를 두고 고무적이라 표현했던 이유는 이 과정이 홈쇼핑과 소비자가 공동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함께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홈쇼핑에는 상품 고급화를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깐깐한 품질 관리가 소비자에게는 구매만족감을 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앞으로도 상호신뢰가 지속될 수 있는, 함께 만족할 만한 상품기획이 꾸준하게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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