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세상을 바꾸는 소비자 윤리
  • 김민주
  • 승인 2018.11.01 09:35
  • 호수 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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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의식 실종, 블랙 컨슈머와 악성 민원고객(CIP)
친환경 윤리를 따르는 로하스 소비자
ⓒ월간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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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분야에서 윤리 문제는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에만 국한되는 이슈가 아니다. 상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도 해당한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기업을 골탕 먹이는 블랙 컨슈머도 있고, 환경 의식 없이 일회용 상품만 잔뜩 구매하고 마음대로 버리는 반환경적 소비자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건전한 윤리 의식을 가진다면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과 세상을 크게 좋게 할 수 있다. 소비자는 자신들의 권한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소비자들은 기업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고, 악화하는 지구 환경을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

 

고객 만족을 위한 기업의 6쾌 마케팅

우리가 통상 소비자(Consumer)라 말하지만 엇비슷해 제대로 구분해야 할 개념들이 많다. 예를 들면 구매자(Buyer), 사용자(User)가 있고, 기업 관점에서 보면 고객(Customer)도 있다. 어머니가 아이의 장난감을 사면 구매자는 어머니이지만 장난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 사용자는 아이다. 때때로 기업에 제품 아이디어를 제공해 생산자 기능도 겸하는 소비자로 참여형 소비자(Prosumer)도 있다.

구매자든, 사용자든 소비자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들은 정말 큰 노력을 기울인다. ‘쾌(快)’ 자를 활용한 6쾌 마케팅이 있다. 소비자의 이성에 소구하는 명쾌,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유쾌, 소비자의 넉넉함과 너그러움을 유도하는 흔쾌가 있다. 또, 친환경 소비자를 위한 상쾌, 소비자의 속도감을 따라잡는 경쾌, 마지막으로 소비자 불만을 단숨에 해결해주는 완쾌도 있다.

그런데 완쾌를 위한 기업의 피나는 노력을 소비자가 오히려 악용해 골치 아픈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바로 블랙 컨슈머다. 소비자 개개인은 미약할지 모르나 소비자들이한 방향으로 힘을 합치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소비자의 집단행동에 따라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상품을 소비하고 나서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딘가에 차곡차곡 모여 지구 생태계를 교란한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분해되어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이는 다시 우리 몸에 들어와 건강을 해친다.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 사용을 규제한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배출하는 플라스틱은 아직도 끝이 없다. 개인의 편의성만 너무 추구하다 보면 우리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소비윤리를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욕구를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타인과 사회, 환경을 배려하여 소비해야 한다. 기업에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지 말고 소비자도 스스로 실행에 옮겨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의 소비생활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중심으로 전개하자는 것이 바로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생활양식이다.

 

ⓒ월간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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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의식 실종, 블랙 컨슈머와 악성 민원고객(CIP)

윤리 이슈는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만이 아니라 소비자도 갑질을 한다. 기업 상품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 비행기 내에서 기내식이 맛없다고 또 와인을 적게 준다며 난동을 부리는 탑승객도 있고, 백화점에서 직원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객에게 사과하라고 호통을 치는 고객도 있다. 또 식당에서 식사를 거의 마친 후에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었다고 트집을 부려 음식비를 내지 않고 당당하게 문을 나서는 고객도 있다. 인터넷으로 옷을 주문해서 받아 한 번 이용한 후에 사이즈가 맞지 않다고 반품하는 경우도 있다.

한 때 ‘고객은 왕이다’ ‘고객은 항상 옳다’는 구호가 기업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물론 소비자도 이 구호에게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돈을 지급했으니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자신이 당연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객이 늘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돈을 내면 ‘내가 주도권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진상(進上) 고객이다. 윤리 의식의 실종이다.

진상 고객과는 약간 다른 블랙 컨슈머는 피해보상금을 목적으로 이런저런 생트집을 잡아 의도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나, 파워블로거야”라고 하면서 기업을 협박하기도 하고 기업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는 행동을 일삼거나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들기도 한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기업에 민원을 자주 하는 고객을 악성 민원 고객이라 하여 CIP(Complaint Important Person)라는 단어도 생겼다. 기업이 두 팔 들어 환영하는 VIP(Very Important Person)의 반대말이다.

소비자 일부인 진상 고객이나 블랙 컨슈머가 만연할수록 여러 문제점을 낳는다. 우선, 이들의 천박한 소비자 지상주의가 감정노동자의 가슴에 피멍을 들인다. 소비자의 거친 불평과 불만 그리고 욕설을 들어야 하는 콜센터 응대 직원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는다. 감정노동자의 애환이다.

둘째,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요구를 하는 블랙 컨슈머가 많아지면 그만큼 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부담이 늘어나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상품을 사야 할 선량한 소비자에게 금전적 부담을 더 많이 지우게 된다. 블랙 컨슈머 몇 사람의 행동이 모여 다른 소비자들의 지갑을 얇게 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악성 민원을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 민원이 악성이라 판단해도 혹시 잘못 대응하면 입소문이 나쁘게 나서 기업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에게 섣불리 맞대응하지 못하게 하곤한다. 하지만 기업의 이런 소극적인 대응은 블랙 컨슈머를 더욱 양산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한다. 기업은 블랙 컨슈머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시키고 있고 정부는 관련 법률들을 만들고 있다. 현재 법제도에서 언어폭력, 성희롱을 하는 고객에게는 2년 이하 징역 혹은 5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기업의 블랙 컨슈머 대응법>

1) 막무가내형

억지 부리거나 과다보상 요구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여지를 남긴 후 방안 검토

2) 파파라치스타일

업주 고발이나 인터넷 유포 협박

법 규정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수집 후 블랙리스트를 공유

3) 폭언형

욕설과 무례한 말투

단독 상담실로 모셔온 뒤 화가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림

4) 업무방해형

매장에 찾아와 불만을 계속 제기

보상 범위를 정확히 알려줘야함

5) 피해과장형

억지 보상 요구

과거 보상사래를 기준 예시로 들면서 고객 설득

자료: 권익위원회

LG전자 콜센터가 실제로 대응했던 경우를 보자. 2014년 1월부터 두 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언어폭력을 반복하면 상담원은 ‘7112’(성희롱) 또는 ‘7113’(폭언 및 욕설)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경고성 자동응답 멘트가 나가고 자동으로 상담이 종료된다.

성희롱 고객에게는 이런 메시지가 나간다. “고객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을 지금처럼 계속하시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음을 안내 드립니다.” 상습적인 성희롱으로 인해 악성 민원고객(CIP)으로 분류된 고객이 다시 전화를 걸어오면 자동으로 남자 직원이나 본사 책임자에게 연결된다. LG전자의 이런 고객 응대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월간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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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윤리를 따르는 로하스 소비자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것은 한둘이 아니다. 이산화탄소, 메탄가스를 비롯한 온실가스는 지구 대기를 덥혀 빙하를 녹이고 해수면을 높여 바닷가에 가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주고 있다. 편리하다며 인간들이 무작정 사용하는 플라스틱 때문에 하와이섬 동쪽의 수역에는 해류에 휩쓸려 몰려든 플라스틱이 침전되어 바다 바닥에 쓰레기 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지층에는 ‘플라스틱괴’라는 명칭이 부여되었다. 나중에 인류가 멸망하면 미래의 생명체들은 이 플라스틱괴를 인류가 살았던 시대의 대표적 지층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악화하고 있는 지구 환경을 호전시키려고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비관적인 사람들은 지구상의 지나친 인구가 문제라며 인구를 크게 줄이자며 단호한 조치를 주장하기도 한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급속하게 발전하는 과학기술로 지구 환경 문제를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며 공연한 노파심을 버리라고 설득하려 든다.

기업들이 저렴하게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소비자들이 이런 플라스틱 제품들을 아무 생각 없이 구매하고 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덩달아 환경을 오염시키는 생활을 한다. 소비자는 기업이 그렇게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그것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한 기업은 소비자들이 그렇게 만든 제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상품을 계속 만들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이 고리를 이어가다 보면 지구 환경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다. 따라서 기업도 지속 성장을 위해 환경을 중시하는 기업 윤리를 지켜야 하고 소비자도 친환경 소비 윤리를 고수해야 한다.

홈쇼핑으로 상품을 구매하면 상품을 포장 배달 받는다. 혹시 배달받은 상품이 어떻게 포장되었는지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으로 완전히 포장된 경우도 보았을 것이다. 다른 홈쇼핑 업체는 이보다 친환경적인 포장을 해서 상품을 보냈을 수도 있다. 만약 소비자들이 친환경 포장을 한 회사의 제품 구매를 선호한다면 반환경적인 포장을 한 회사도 생각을 바꿀지도 모른다.

소비자는 얼마든지 기업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를 실천하는 소비자가 로하스(LOHAS) 소비자다. 어느 호텔에 가서 며칠을 묵게 된다고 생각해보자. 첫 투숙 다음 날 구태여 침대 시트를 바꿀 필요가 없는데 아무 생각 없이 호텔방을 빠져나오면 청소원은 침대 시트를 바꿀 것이다. 세탁기를 돌리면 세탁물에서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빠져나와 지구 환경을 악화시킨다. 큼직한 플라스틱보다 미세한 플라스틱이 우리 건강을 훨씬 위협한다.

호텔 방을 나설 때 ‘방을 치워 주세요’ 혹은 ‘방을 치워 주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을 문손잡이에 걸어놓곤 한다. 그런데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침대 시트를 바꿔 주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이 있다면 이를 문 손잡이에 걸어 두어 불필요한 지구 환경 오염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환경윤리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호텔은 호텔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인도 철학에서 보면 사람이 자연과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야그나’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회와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다나’, 자신의 내적 평화를 ‘사타스’라고 부른다. 소비자가 야그나, 다나, 사타스를 위해 노력하면 바로 로하스 생활로 접어들게 된다.

우리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으려면 4~5년이 흘러야 한다. 물론 정치적 투표는 중요하지만, 터울이 너무 길다. 반면에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여 기업에 표를 던지는 경제적 투표는 수시로 이루어진다. 하루에 두 번 세 번 행사할 수도 있다. 선거에서는 1인 1 투표에 그치지만 소비에서는 얼마든지 반복 투표가 가능하다. 기업이 바뀌지 않는다고 푸념만 하지 말고 소비자가 힘을 합치면 얼마든지 기업과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지구 환경까지 개선할 수 있다. 소비자는 자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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