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소리 없이 펼쳐지는 전쟁
  • 박현태 기획위원
  • 승인 2018.10.17 10:26
  • 호수 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심비 넘치는 감성 담긴 배송 필요
ⓒ월간홈쇼핑
ⓒ월간홈쇼핑

하루가 다르게 점점 편리해지는 세상, 요즘에는 ‘새벽배송’이 이슈다. 아침에 눈을 떠 현관문을 열면 주문한 상품이 도착해 있다. 처음에는 신기하더니 이제는 익숙함과 당연함으로 느껴질 만큼 배송의 역사는 쉴새 없이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 새벽배송 서비스의 본격화는 신선식품 회사 ‘마켓컬리’가 그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따지고 보면 새벽배송의 원조는 우유와 신문이다. 정보 매체의 트렌드 변화로 아침에 종이신문을 받아보는 사람들은 크게 줄었지만, 우유는 우리가 어렸을 때인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새벽에 배달되고 있으니까. 우리가 잠에서 깨기 전, 누군가의 수고로운 발걸음에 의해 새벽의 신선함이 현관문 앞주머니에 담겨진다.

새벽배송 경쟁에 뛰어든 것은 홈쇼핑 업계도 마찬가지다. 현대홈쇼핑의 식품코너인 ‘싱싱냉동마트’가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새벽배송 전문업체인 ‘하루로지스’와 협력을 통해 서울지역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새벽배송 아이템은 냉동조리식품과 가정간편식(HMR) 그리고 유제품 등 약 400여 개에 이른다. 롯데홈쇼핑은 TV홈쇼핑에 방송된 신선식품을 바로 다음날 새벽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10월부터 제공할 계획이고, CJ오쇼핑과 GS홈쇼핑도 새벽배송 전담팀을 준비하는 중이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농식품 소비 트렌드’를 보면 신선식품 구매 방식에 큰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농식품 소비경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한 이동을 거친다. 지난 8년간, 신선식품 오프라인 구매액은 6% 증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온라인 구매액은 354% 증가했다. 싱글족이 늘고 있는데다 바쁘게 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가정간편식이 집밥을 대체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온라인을 통한 식품 주문 시장은 3조원 규모로 커졌다. 신선식품으로 대표되는 새벽배송 시장 또한 2015년 100억원 규모에서 올해는 4000억원 가까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새벽배송이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편리함과 만족감을 주는 것은 틀림없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이미 대세 서비스로 자리매김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보니, 모든 회사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는 있지만 사실 새벽배송을 놓고 기업들은 고민이 깊다. 온라인 신선식품 1위 업체인 어느 회사는 2016년 88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데 이어 2017년에는 124억원으로 손실액이 증가했는데, 매출 성장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빠른배송’과 ‘새벽배송’의 경쟁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배송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쿠팡을 빼놓을 수 없다. 창업 시점부터 인터넷쇼핑 업계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온 쿠팡은, 자정에 주문해도 다음 날 배송되는 ‘로켓배송’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각인시켰고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어 새벽배송 또한 시도하고 있는데, 최근 52시간 근무제도와 관련해 정규직 쿠팡맨 근무시간을 새벽조와 오후조로 나누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배송서비스를 위해 빠른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다음 단계의 고객맞춤 배송서비스는 무엇일까?

 

ⓒ월간홈쇼핑
ⓒ월간홈쇼핑

중국은 현재 ‘30분 내 배송’ 경쟁이 치열한데, 광저우의 한 지역에서는 신선식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서비스가 이미 시작됐다. 이 서비스는 대규모 유통체인 그룹과 드론 전문기업이 협력을 통해 진행하고 있고, 마트를 기준으로 4.5km 이내에 있는 고객이 모바일 앱으로 주문을 하면 드론이 15~20분만에 배송을 해주는 것인데, 광저우시 정부 부처의 정식 비준을 받은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드론을 활용한 우편물 배달에 이미 성공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드론에 5㎏의 우편물을 싣고, 강원도 영월우체국에서 2.3㎞를 날아 6분 만에 봉래산 정상 별마로천문대까지의 배송을 성공시켰는데 2022년에 우편물 드론배송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새벽배송이나 드론배송의 최대 장점은 식품의 신선도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선도가 중요 기준이 아닌 일반 공산품이나 생활용품마저도 굳이 새벽배송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벽배송의 또 다른 해석은 ‘출근 전 배송’이라는 점이다. 1인 가구도 늘고, 맞벌이 부부도 늘고, 결국 낮에는 집에 사람이 없다. 예를 들어, 이미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 오전 9시에 문 앞에 택배 상자가 놓이게 된다면, 야근 등 상황에 따라서는 12시간 넘게 그대로 놓여있을 가능성이 크다. 신선도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덩그러니 놓여있는 배송박스가 ‘빈집’이라는 신호가 되어 범죄 피해의 우려 또한 존재한다.

배송서비스에 있어 중요한 것은 ‘감성’이다. 가성비의 시대에서 가심비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것처럼 단지 시간 개념의 ‘빠름’만이 전부가 아닌 세상이다. 배송이란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전해주는 것이기에 고객의 만족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감성배송’ 연구가 필요하다.

쿠팡 배송서비스 도입 시점, 고객들의 만족감이 커지면서 인터넷상에는 쿠팡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올라왔다. 총알배송이나 로켓배송에 대한 내용도 있었지만, 쿠팡맨들이 고객에게 남긴 손글씨 메모나 마음이 담긴 문자메시지 또는 배송사진 등에서 느낀 만족감과 즐거움이 더 큰 화제가 되지 않았던가?

한편, 새벽배송 일을 하는 배송기사들의 어려움 또한 크다. 요즘에 강조되는 ‘워라벨’이나 ‘저녁이 있는 삶’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고 밤낮이 바뀐 수면시간 때문에 건강도 염려된다.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배송직원에게 알려주는 것에 대해 보안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심지어, 조용한 새벽시간에 배송박스 내려놓은 소리가 시끄럽다며 민원이 들어오는 아파트도 있어서 걸음조차 살살 내디뎌야 한다는 고충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빠름’과 ‘편리함’을 위해 개발된 다양한 배송서비스, 그리고 그 만족감이 제공되는 이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 ‘배송하는 자’와 ‘배송받는 자’ 모두 행복한, 인간적이며 서로의 감성이 녹아있는 배송서비스를 연구해야 할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