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와 윤리경영
  • 김민주
  • 승인 2018.10.02 09:24
  • 호수 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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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0 칼럼 TREND
ⓒ월간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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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기업윤리 관련 뉴스가 미디어를 뒤덮고 있다. 갑질, 채용 비리, 내부자고발, 리콜, 분식 회계, 환경오염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 알고 보면 이전에도 비윤리적인 행위가 많았는데 시민 의식 변화와 사회적 감시 증가로 더 많이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여기에는 법률 적용 강화도 기여했다. 기업이 법과 윤리의 테두리 안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윤리경영이다. 법만 지키면 된다는 준법경영을 넘어서 윤리라는 잣대를 기업에 대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에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이 윤리에 부응하지 못하면 기업의 사회적 평판은 땅에 떨어져 소비자의 외면으로 기업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고 만다. “세상에 기업 윤리라는 것은 없다. 오로지 윤리 하나만이 존재할 뿐이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존 맥스웰의 말이다.

 

 

1. 대학에서 기업윤리 과목 개설 필요성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기업윤리 과목 개설 논란

1980년대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로 글을 시작하겠다. 당시 미국 대기업들은 비윤리적 행위로 사회적 파문을 많이 일으켰다. 그래서 이 학교에서는 나중에 대기업 CEO가 될 학생들의 윤리의식을 높이려면 ‘기업윤리’ 과목 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의견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그런데 이런 반론이 나왔다. 기업윤리 과목이 필수과목이 아니라 선택과목이라면 이 과목의 교육적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인이 비윤리적이라서 이 과목을 꼭 들어야 할 학생은 이 과목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매우 윤리적이어서 이 과목을 구태여 들을 필요가 없는 학생들은 이 과목을 수강신청 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즉 기업윤리 과목의 교육적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안건을 표결에 부쳤는데 기업윤리 과목에 반대하는 것으로 최종 결과가 나왔다.

메디컬 키트 사기로 몰락한 미국 벤처기업 테라노스

이런 기업윤리 과목이 대학에 개설되지 않아서 그랬는지 스탠퍼드대학을 중퇴한 어느 기업 CEO에게 기업윤리 이슈가 최근에 터져 큰 문제로 비화됐다. 엘리자베스 홈스(Elizabeth Holmes)가 2003년 19세 나이에 창립한 바이오 벤처기업, 테라노스(Theranos)는 ‘건강관리의 민주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테라노스는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의 합성어였다. 피검사를 통해 한꺼번에 많은 질병의 유무를 진단하려면 피를 많이 뽑아야 하고 돈도 많이 든다. 하지만 홈스는 사람들에게 손가락 끝에서 피 몇 방울만 채취해 보내주면 200개 이상의 질병을 진단해주겠다며 메디컬 키트 에디슨을 50달러에 판매했다. 사모펀드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이에 열광해 회사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기업가치가 90억 달러에 이르렀다.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던 그녀가 실리콘밸리의 여왕으로 등극했음은 물론이다. 2015년 포브스에 의해 ‘자수성가형 여성 부호’ 1위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그 기업의 내막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테라노스에서 근무했던 양심적인 직원들도 내부고발을 하면서 2015년 모든 것이 들통나고 말았다. 이 회사가 실제로 확인한 질병은 16종에 불과하고 나머지 200여 개 질병은 기존의 대규모 의학 장비로 확인했던 것이었다. 더구나 개인으로부터 채취한 샘플 혈액도 이 회사가 마음대로 조작을 했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고소가 이어졌고 주식 거래마저 동결됐다. 테라노스의 임상시험연구소가 폐쇄되고 홈스 자신도 증권 사기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기소됐다. 결과적으로 올해 3월 테라노스는 업계에서 완전 퇴출당하고 만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정도경영

기업인으로서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다는 것은 사실 상당히 어렵다. 사업이 잘될 때에는 그래도 낫지만, 사업이 어려워질 때는 기업인에 대한 비난이 거세진다. 사업이 잘되더라도 기업인의 정경유착이나 분식회계 같은 큰 비리, 직원이나 협력업체에 대한 파렴치한 갑질 행위가 드러나면 민심은 싸늘하게 식는다.

그런 점에서 올해 타계한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다. 취임 초기부터 꾸준히 ‘정도경영’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대그룹 중에서 가장 먼저 지주회사로 ㈜LG를 설립해 그룹의 회계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그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편법을 저질러야 1등을 할 수 있다면 차라리 1등 안 한다.” 더구나 한 사람으로서 그는 소탈하고 구설이 없었다. 그는 대학에서 기업윤리 과목을 구태여 들을 필요가 없었다.

 

2. 기업윤리와 여러 문제들

기업윤리 이슈는 기업활동의 많은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다. 생산, 마케팅, 재무, 회계, 인사, 국제경영, 환경, 오너 분야가 대표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갑질, 납품 비리, 협력업체에 물량 밀어내기, 제조물책임, 리콜, 채용 비리, 인사청탁, 접대, 회계부정/분식, 열악한 근로환경, 공금횡령, 특혜 비리, 내부자 정보 거래, 환경오염, 과장 광고, 제왕 경영 등 비윤리적 사례들은 끊임없이 들춰지고 있다. 이 중에 최근에 발생한 이슈 중 몇 개를 골라 소개한다.

경영분야

주요 기업윤리의 이슈

생산

제조물책임, 결함, 배상, 리콜

마케팅

과장 광고, 고객정보, 가격책정, 협력업체에 물량 밀어내기

재무

특혜대출, 주가조작, 공금횡령, 내부자 정보 거래

회계

회계부정, 분식회계, 납품 비리

인사

채용 비리, 내부자고발, 근로조건 및 환경

국제경영

사업 관행, 고용, 인권, 컬쳐 코드

환경

환경오염, 기후변화

오너

오너 리스크

 

오너 리스크와 내부고발

기업 활동을 하는 데에는 여러 위험(risk)이 뒤따른다. 조직 내에서 일어나므로 신경을 기울이면 피할 수 있는 예방 가능한 위험을 비롯하여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감수하는 전략 위험이 있다. 또한 외부에서 발생해 기업이 직접 조정할 수 없는 외부 위험(자연, 정치, 거시경제적 급변)도 있다. 내부의 예방 가능한 리스크 중에는 기업 오너(owner) 가족의 일탈적 발언과 행동으로 기업 전체가 순식간에 위기에 빠지는 오너 리스크가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두 항공회사(대한항공, 아시아나)의 총수와 가족이 임직원에게 행한 갑질처럼 비윤리적 언행과 조치가 해당된다. 그 정도가 심해서 평소에 내부고발을 잘 하지 않던 직원들마저 공공 공간에 나가서 기업내부 비리를 대놓고 공개하기까지 했다. 그동안 비정상적인 상황이 오랜 기간에 걸쳐 매우 심각했기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었다.

기업 오너가 경비원에게 폭언을 일삼고, 폭행하거나 부하 직원에게 성폭행, 성추행을 저지르는 문제도 심각했다. 일단 이런 이슈가 미디어에 뜨면 오너와 관련된 다른 문제들도 연달아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오너의 말과 행동은 해당 기업의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알게 모르게 작용한다. 기업 오너들의 신중하고 품격 높은 행동이 요구되는 이유다.

채용 비리와 정부 감독기관의 문제

최근 수년간 실업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청년 실업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1980년대~90년대 중반까지는 기업들이 공채를 통해 직원들을 대부분 채용했다. 하지만 IMF 경제 위기 이후에는 공채보다는 해외 인재를 포함하여 중간 채용을 많이 하면서 채용 채널과 기준이 많이 달라졌다. 더구나 대기업, 금융기관에 입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고 절차가 다양해지면서 해당 임직원의 자녀나 외부 실력자의 자녀를 불법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최근 6개 시중은행의 불법 채용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엄격히 감독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기 부서 사람들을 대기업에 재취업 시키는 낙하산 인사는 정말 문제가 많다. 금융감독원도 예외가 아니다. 총체적으로 기업이나 정부에서 윤리경영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제조물 책임과 리콜

올여름 장기간의 폭염 속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BMW 차량의 화재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다. 화재의 원인을 섣불리 발표했다가는 나중에 법적 책임이나 기업 신뢰도에 큰 문제를 일으키므로 기업은 구체적 원인 발표를 자제하곤 한다. 하지만 BMW는 차량 화재 원인을 자신의 제품 하자가 아니라 한 국인의 비정상적인 운전 습관과 교통 상황으로 몰아 자신들의 책임이 전혀 아닌 것처럼 호도했다. 정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나중에 부실한 자료를 제출했다. 이 회사는 자사 자동차의 특정 차종에 대해 리콜을 했으나 다른 차종에서도 화재는 계속 일어났다. 독일 기업에 대한 우리의 신뢰도가 상당히 높았으나 이번 미숙한 대응은 소비자의 신뢰도를 크게 깎고 말았다.

협력업체/대리점에 대한 강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 회장은 경비원을 폭행하고 특정 대리점에 대해 보복 출점을 하고, 친족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치즈를 비싼 값에 공급하도록 하여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남양유업도 대리점주에게 자사 상품을 강매하고 욕설을 하다가 호되게 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실제로 엄청난 매출 하락도 겪어야 했다. 협력업체와 대리점은 함께 상생해야 하는데 이처럼 착취와 압박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워진다.

플라스틱 쓰레기와 환경문제

올여름처럼 기후변화 이슈 때문에 발생하는 폭염, 폭우도 문제이지만 갈수록 폭증하는 플라스틱 제품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큰 문제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더미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는 자잘하게 분해되어 우리가 먹는 생선을 통해 섭취되고 있다. 음료를 섭취할 때 사용되는 플라스틱 빨대를 카페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갈수록 폭증하는 택배 물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도 큰 문제다.

레고 그룹은 그동안 블록 제품을 만들 때 매우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런 소재를 앞으로 계속 활용해서는 지구상에 커다란 환경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 자각하고 기존 소재를 대체할 친환경 신소재를 10년 안에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물론 많은 예산을 들여 연구소도 만들었고 인력을 투여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런 자발적인 노력은 지속 가능한 환경과 기업을 만드는 데 매우 필요한 사회·윤리적 결정이다.

 

3. 기업윤리는 국가 경쟁력과 사회 수준을 높인다

기업윤리연구 기관인 에티스피어(Ethisphere Institute)는 다섯 가지를 기준으로 하여 2007년부터 매년 윤리지수를 발표한다. 윤리 및 준법 프로그램(35%), 기업시민의식 및 기업 책임(20%), 윤리문화(20%), 기업지배구조(15%), 리더십과 혁신 및 기업평판(10%)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기관은 2018년에 23개국, 57개 산업에 걸쳐 135개 기업을 선정한 바 있다.

‘Business Ethics’ 잡지는 1989년부터 자신들의 평가 기준에 부합되는 기업들을 선정하여 기업윤리상(Corporate Ethics Awards)을 수여해 왔다. 상의 평가 기준은 이렇다.

1) 윤리적 방법을 제시하여 해당 분야의 리더일 것 2) 성실함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나 주체성을 가지고 있을 것. 그리고 회사의 구석구석까지 그 내용이 스며 있을 것 3) 그 기업의 윤리적 행동이 커다란 의미를 줄 만큼 전국적으로 중요한 존재일 것 4) 적어도 하나의 영역에서 윤리적 성과가 도드라질 것 5)최근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여 그것을 성실하게 극복한 기업일 것 등 다섯 가지다.

한국에서도 한국표준협회는 ‘대한민국 좋은 기업(Korean Good Company)’ 상을 매년 시상한다. 2012년에 서울대학교 경영정보연구소와 함께 평가 방법을 공동 개발했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재무성과 달성은 물론이고 법적, 윤리적 사회적 책임까지 포괄하는 기업 경영의 종합 평가지표다. 65개 산업, 27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데 조사 방식은 국민 설문, 전문가 평가, 경영성과로 나뉜다. 이 중 국민 설문의 조사 항목은 고객만족, 사회공헌, 인재존중, 혁신경영, 리더십으로 구성된다. 경영성과는 기업의 공시지표를 활용하여 수익성과 성장성을 계량화했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은 아무래도 선정되기 어렵다.

 

ⓒ월간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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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윤리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참고할 만한 것들이 여럿 있다. 기업이 윤리경영을 추구하려 한다면 이러한 기준들을 참고로 하여 기업을 개선하면 좋을 것이다. 윤리경영은 고객, 직원, 주주/투자자는 물론이고 협력업체/사업파트너, 지역/국제사회, 경쟁업체, 지구도 고려해야 한다. 즉 경제, 사회, 환경을 골고루 신경 써야 한다.

평소에 기업윤리를 아무리 열심히 추진했어도 그 기업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문제를 일으키면 그 기업에 대한 윤리의식 수준은 급락하여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따라서 직업윤리를 촉구하는 행동 강령을 회사 자체적으로 갖추고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시민으로서 또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각 개인은 시민이자 소비자로서, 회사 직원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면서 사회의 수준을 꾸준하게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윤리적 수준이 모두 합쳐져 사회의 윤리 수준을 이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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