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까, 전략일까? 종편과 홈쇼핑 방송 연계편성
  • 박현태 기획위원
  • 승인 2018.09.26 09:00
  • 호수 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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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구: 종편과 홈쇼핑 방송 연계편성
ⓒ월간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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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청률이 높은 인기 드라마가 끝나고 이어지는 광고의 한 장면. 조금 전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화장품 모델로 나오더니, 잠시 후에는 남자 주인공이 시원한 맥주 광고의 모델로 화면에 등장한다. 마치 드라마를 계속 보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이 자주 드는 것은 우연에 의한 것일까, 보이지 않는 숨은 전략의 결과일까?

사실 우리는 이미 그러한 상황과 만나는 일에 익숙하다. 대부분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그날 방영 분량의 초긴장감을 주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보니 항상 다음편이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고, 시청자는 극도의 몰입감으로 마지막 장면을 지켜보다가 바로 광고에 노출된다. 자연스럽게 광고효과는 극대화된다.

의사들이 패널로 출연하는 종편 채널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는 동안 홈쇼핑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른바 ‘연계 편성’ 역시 전략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면, 종편 채널에서 티벳 비타민나무 열매가루, 브라질너트, 홍삼 성분 등에 대해 의사가 건강정보를 이야기하는 순간 홈쇼핑에서는 해당 재료를 물에 타먹는 장면을 시연한다거나 핵심성분에 대한 강조가 이뤄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메카니즘이 녹아있는 것일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난해 9월과 11월, 종편 방송사와 TV홈쇼핑 편성 현황을 점검했다. 해당 기간 동안 종편 4개사의 26개 프로그램이 재방송을 포함해 110회 방송됐는데, 7개 TV홈쇼핑의 상품 판매 방송에 모두 114회에 걸쳐 연계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연계 편성은 종편이나 TV홈쇼핑사의 상호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라, TV홈쇼핑에 상품을 공급하는 납품회사가 매출 증대를 목적으로 자체 기획하거나 대행사를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편 프로그램 광고주들은 방송 내용을 사전에 조율하면서 제작비용을 협찬하고, 본방송이 나간 이후에도 재방송 요청을 통해 해당 시간에 관련 상품을 연계 편성되도록 노력한다. 현행법 상 연계 편성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위법한 사례는 물론 아니다.

실제로 홈쇼핑과 연계 편성된 시간의 매출을 보면, 그렇지 않은 일반 판매의 경우보다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홈쇼핑 방송 내용만을 보고는 살까, 말까 망설였다가도 해당 건강식품에 대해 의사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면 당연히 마음이 흔들리게 될 테니까.

하지만 이러한 매출의 호조를 보면서도 홈쇼핑사가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홈쇼핑사가 건강식품 아이템을 방송할 때는 몹시 조심스럽다. 판매 방송인 만큼 각종 심의와 규제를 지키며 방송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편 프로그램의 경우 직접 판매하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심의와 규제의 압박이 덜하다.

따라서 홈쇼핑 방송에서는 언급할 수 없거나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보니 상품 효능이 과장될 우려가 있고, 연계 편성된 방송을 보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그 효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홈쇼핑사에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연계 편성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소비자는 혼란을 느낄 수 있으며 홈쇼핑회사는 난처함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월간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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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조화로운 동행의 방법은 없는 것일까?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현행법에 연계편성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규정은 없지만 시청자들이 오인하지 않도록 ‘해당 방송 프로그램이 협찬을 받아 제작됐다’는 사실을 알리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물론 이러한 법 개정 움직임은 시청자들이 불확실한 정보를 맹신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견제장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종편과 홈쇼핑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다. 어쩌면 방송 심의나 규제 탓일 수도 있지만 홈쇼핑 방송은 이미 많이 변화했다. 예를 들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처방에 들어있는 한방 성분이라 하더라도 식약처로부터 정확한 인증을 받지 못했다면 방송에서 언급하지 않는다. 해당 성분이 논문에 게재됐더라도 SCI급 논문이 아니라면 역시 화면에서 보여줄 수 없으며, 대학연구팀에서 임상실험을 마쳤더라도 방송심의상 일정 기준에 부합되지 않으면 언급불가다. 혹시라도 효능과 효과에 대해 진행자의 멘트가 잘못 튀어나가는 실수라도 했다면, 그 생방송 안에서 반 드시 정정멘트를 통해 바로잡기를 하고 넘어간다.

닥터테이너(Doctor+Entertainer)라는 단어가 생겨날 만큼 종편에는 예능화된 의사들의 출연이 잦다. 인기가 오르면서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졌고, 익숙해진 만큼 그들 이야기의 파급력 또한 크다. 예능프로그램이니 편하고 자유롭게 건강정보를 언급할 순 있겠지만, 단순 출연자가 아닌 ‘의사’라는 점을 인식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책임 있는 내용을 조심스럽게 다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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