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케팅 트렌드
  • 김민주
  • 승인 2018.09.03 12:58
  • 호수 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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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9 TREND 칼럼

우리를 둘러싼 것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환경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 문화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화는 삶의 질 개선은 물론이고 제품의 차별화, 다양화에 크게 기여한다. 따라서 가성비로 대표되는 효율성보다는 실질적인 영향력 차원의 효과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독립서점과 독서토론모임, 새로운 콘셉트의 플리마켓(Flea Market), 도시재생, 아트·다크 투어, 남북한 간 문화교류 트렌드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월간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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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독립서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글로벌 이슈 및 라이프스타일 잡지로 ‘모노클(Monocle)’이 있다. 2007년 영국에서 창간돼 시의성 있고 탄탄한 내용으로 유명한 이 잡지는 디자인, 트렌드, 비즈니스, 문화, 여행, 패션 등 여러 분야를 다룬다. 이 잡지는 삶의 질 관점에서 살기 좋은 도시 25군데를 매년 발표하는데 도시 선정 기준으로 커피 가격, 공공도서관 수, 좋은 점심 장소 유무 외에도 독립서점의 개수가 있다.

도쿄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1위, 2018년에는 2위였다. 도쿄는 비엔나, 뮌헨, 베를린 등 다른 도시들에 비해 독립서점의 개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형서점의 개수가 아니라 독립서점의 개수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도시 주민들이 규모성과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과 전문성을 중시한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서점은 특정 분야의 책에 집중한다.예를 들면 여행, 아동, 역사, 문학, 과학, 요리, 페미니즘, 저항,이색문화 등에 걸쳐 있다. 이들 독립서점은 책 판매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므로 음료 판매도 하고 있고, 저녁에는 작가 초청회, 독서 모임, 낭독회, 워크숍이나 북 콘서트, 공연, 영화 상영 등 다양한 기획행사로 수입을 보충하고 있다. 일부 독립서점은 직접 책을 출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파리에 있는 영어서적 전문 서점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1919년에 개업하여 현재까지도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다. 『비포선라이즈』 영화의 후속편인 『비포선셋』영화를 보면 여자 주인공 셀린느는 작가 초청회에 초대받아 미국에서 날아온 남자 주인공 제시를 바로 이 서점에서 재회한다.

올해 서울시 서촌에 오픈한 독립서점인 ‘역사책방’은 오로지 역사책에만 집중하고 있다. 서가에는 테마별로 해당 책들을 줄줄이 꽂아뒀고 최근 등장한 이슈의 책을 집중하는 전시공간도 따로 마련하고 있다. 매장의 한 가운데는 넓은 테이블이 있어 앉아서 커피와 책을 즐길 수 있고, 별도의 방에서는 서로 토론할 수도 있다. 신간 저자를 초청해 독자와 대화를 나누는 강좌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신병주, 유시민, 홍순민 등 여러 명사가 독자 모임을 열었다. 독립서점 운영에 있어서 단골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독립서점은 이처럼 역사 팬과 지역 주민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한다.

 

ⓒ월간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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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해지는 건전한 살롱 문화, 독서토론모임

책을 구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매한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혼자서 읽으려고 하면 꼭 읽어야 할 책이 아니면 읽지 않게 된다. 하지만 여럿이서 함께 읽으면, 더구나 그 책에 대해 정말 많이 아는 멘토와 함께 읽으며 토론하면 지식과 지혜를 훨씬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이 이런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료 독서토론모임 회사, ‘트레바리(Trevari)’가 있다.

트레바리가 내거는 슬로건은 ‘읽어요, 모여요, 얘기해요’다.트레바리는 4개월 단위의 시즌별로 여러 주제의 독서클럽을 만든다. 주제는 문학, IT, 경제, 경영, 통계, 음악, 역사, 미식, 부동산, 재테크 등 다양하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만나 토론을 한다. 한 시즌에 4번 만나는데 모임에 나오기 전에 독후감을 써서 제출해야 한다. 클럽장이 있으면 멤버들은 시즌마다 일정 금액을 내야 하고 이 금액의 일정 비율은 클럽장에게 돌아간다. 현재 한 시즌 당 트레바리의 클럽 수는 200여 개에 이른다.

이런 커뮤니티형 지식 취미클럽은 사실 트레바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합정동 2층 양옥 주택을 개조해 회원제 사교공간으로 만든 ‘취향관’은 올해 새로 생겼다. 또 소셜 살롱인 ‘문토’, 인문예술공유지 ‘문래당’, 창작자 커뮤니티 ‘안전가옥’도 있다. 온라인 공간의 지나친 확장을 저지하려는 듯 이런 바람직한 오프라인 공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18세기 프랑스 귀족이나 부르주아 여주인들은 자신의 성이나 저택을 수준 높은 독서, 토론, 대화, 전시, 사교 공간으로 만들어 지식의 전달과 계몽주의를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랑베르 부인의 살롱부터 시작해 탕생 부인, 조프랭 부인, 데팡 부인의 살롱이 특히 유명했다. 살롱의 유형도 문학부터 시작해 토론, 공연, 사교 등 다양했다. 이런 살롱 문화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다시 퍼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판 지역 플리마켓 ‘리버마켓’

전통 시장이 개선을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지만,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현대적 대형 유통시설에 계속 밀리고 있다. 어떤 식으로 개선을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품목 구성이나 매장 위치, 주위 자연환경과 문화환경의 차별화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곳이 있다.

북한강 강변에 있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서는 2014년 4월부터 ‘리버마켓(River Market)’이 2주마다 한 번씩 주말에 열리고 있다. 이른바 ‘지역 플리마켓(Local Flea Market)’이다. 입점하는 셀러(seller)들이 직접 만든 퀼트, 인형, 목공예, 도예 공방, 의류, 캐리커처 초상화 그리기 가게들이 열린다. 커피, 떡, 유기농 식품 등 여러 먹거리 가게도 열리지만, 강변이라서 환경오염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요리하는 가게는 열리지 않는다. 문화 행사로 공연도 열리고, 참가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연날리기, 활쏘기 등 체험 놀이도 할 수 있다. 가족들이 텐트를 치고 자유롭게 강변의 쾌적하고 널찍한 공간에서 자유스럽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런 아기자기한 환경 때문에 가족의 나들이 장소로도 적격이어서 방문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첫 개장 이후 이 리버마켓은 지금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열렸다.

셀러의 절반은 마켓이 열리는 지역에 사는 예술가, 귀농·귀촌을 한 사람들이다. 셀러들은 어느 정도 통일된 규격화된 텐트를 사용해야 하고 가게의 간판은 셀러들이 자신들의 개성을 살려 직접 만들곤 한다. 리버마켓이 열릴 때마다 170개팀 정도의 셀러가 가게를 연다. 처음에는 가족 중 한 사람이 가게에 들어갈 물품을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며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사업에 관여되곤 한다.

서울에서는 한강을 따라 리버마켓이 열리는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 나루터로 유명했던 충주 목계나루와 여주도자세상, 서울 잠수교, 곤지암에서도 리버마켓이 열렸다. 그동안은 한강 변에서 마켓이 주로 열렸지만, 앞으로는 금강,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으로 퍼질 수도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 프로모션 ‘잘 생겼다! 서울 20’

지금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예전에는 기존 것을 모두 부수고 새로 지었지만, 이제는 기존 것을 일부 보완, 개선하는 차원으로 도시재생을 하고 있다. 전통을 보존하고 주민의 공동체를 유지하고 비용도 적게 들여 좋다.

서울특별시는 2017년과 2018년에 새로 오픈한 공간 20곳을 엄선해 ‘잘생겼다! 서울 20’ 캠페인을 진행했다. 도시재생으로 재탄생한 스무 군데를 널리 알리려는 취지인데, 유형별로 보면 역사문화가 여덟 군데, 과학경제가 여덟 군데, 도시건축이 네 군데다.

ⓒ월간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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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공간

역사문화

덕수궁 돌담길, 문화비축기지, 경춘선공원, 서울식물원, 서울함 공원, SeMA 벙커, 50플러스 남부캠퍼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과학경제

하수도과학관, 서울시립과학관, 서울혁신파크, 새활용플라자, 장안평 자동차산업 종합정보센터, 서울바이오허브, 양재R&CD혁신허브, 서울창업허브관

도시건축

다시세운, 서울로 7017, 돈의문박물관마을, 도시건축비엔날레

서울시 경희궁 근처의 돈의문박물관마을은 100여 년에 걸친 서울 돈의문(서대문) 바로 근처의 새문안 동네 모습을 재생해 보여주는 공간이다. 43개 건물 동으로 구성된 마을 전체가 전시장이다. 골목길을 따라 일본식 2층 목조건물, 개량 한옥, 프랑스식 집을 흉내 낸 슬래브집, 그리고 옛 음식점, 여관, 공방들이 돈의문 성곽마을답게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마을 내 돈의문전시관에 가면 이 마을과 인근 마을의 전체적인 변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향토 문헌학자들과 건축가들이 매우 신경 써서 만든 도시재생 공간이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문화비축기지는 1970년대에 만들어졌던 석유 비축 공간을 리노베이션(Renovation) 해서 상당히 넓은 공간에 위치해 있어 인기 있는 도시재생 공간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잘 알듯이 ‘재활용(Recycling)’과 ‘새활용(Upcycling)’은 서로 다르다. 새활용은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 성동구 용답동에 있는 새활용플라자는 매우 신경 써서 만든 공간이다. 어떻게 하면 업사이클링을 할 수 있는지 방법도 가르쳐 주는 전시공간, 체험공간, 교육공간이 있다. 또 업사이클링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의 작업 결과물도 보여준다. 우리 주위에 넘쳐나는 플라스틱을 비롯해 우리가 재활용이나 새활용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조만간 그들에게 뒤덮여서 허덕이며 살게 될 것이다.

 

아트 투어, 다크 투어

요즘 ‘아트(Art)’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러한 수준 높은 수요 때문에 아트 강좌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실전감을 배양하기 위해 해외 아트 현장과 미술관으로 함께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이안아트컨설팅 회사는 자체적으로 아트 클래스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미술사 베이식부터 시작해 아티스트 이야기, 중세미술사, 아트마켓, 갤러리&뮤지엄 강좌를 강의실에서 제공한다. 그리고 일본으로는 가나자와 아트 투어, 영국으로는 아트&가든 투어, 북유럽으로는 아트&디자인 투어를 패키지로 간다. 물론 해외 아트 투어를 떠나기 전에는 사전 교육도 받고 현지에서는 아트전문 해설사가 동행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으로 외지인을 이끌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인천시 강화도는 2018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돼 볼 만한 관광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우선 강화도 전역에 걸쳐 20개 코스의 강화나들길을 조성했다. 강화이야기 투어, 종교문화 투어, 안심수학여행 투어, 먹거리 투어 등 6개의 테마여행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해 소개하고 있다. 이들 여러 공간을 자전거나 버스를 타고서 둘러볼 수도 있다. 강화도에는 선사 유적, 고려 유적, 조선, 현대 유적이 많다. 종교 별로도 불교, 유교, 가톨릭, 성공회, 개신교 유산도 많다. 그런데 강화도에는 다크 투어 관광지가 많다.

어두운 역사 현장을 찾아가 반성도 하고 마음을 다잡는 여행을 다크 투어(Dark Tour)라 한다. 큰 전투가 일어난 곳, 종교 박해가 심했던 곳, 학살이나 암살이 자행된 곳, 유배를 하러 갔던 곳, 감옥이나 묘지, 식민지 유산이 남겨져 있는 곳 등이 해당한다. 역사를 배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강의, 토론을 통해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역사의 현장에 직접 찾아가 느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역사 현장이 주는 현장감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제 남북한 문화교류에 박차를

올해 들어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후 북한과의 교류가 여러모로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이뤄질 것이다. 당장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원 및 상품 교류가 여러 채널로 많이 이뤄질 것이고 그 전이라도 남북 간 문화교류는 더욱 필요하다. 지난 70년간 서로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남북한 컬쳐 코드(Culture Code)의 커다란 괴리를 메우려면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옛 서울역 건물인 문화역서울284에서는 ‘개성공단’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앞으로 부산과 흥남 간의 크루즈가 취항할 수도 있고 철원 근처 DMZ에 있는 궁예의 태봉국수도가 부활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국가, 기업, 단체들의 다양한 문화 마케팅이 절실하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서울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다크 투어』 『레고, 상상력을 팔다』 『자본주의 이야기』 『북유럽 이야기』 등 다수의 단행본을 출간하고 『깨진 유리창 법칙』 『폴트 라인』 등 해외 비즈니스•마케팅 도서를 번역했다. 건국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마케팅 컨설팅사 ‘리드앤리더’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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