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책을 읽는 이유를 묻다
  • 김수식 기자
  • 승인 2018.05.11 09:35
  • 호수 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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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가 던지는 한 마디

“넌 정말로 책을 좋아하는구나.”

책을 읽고 있으면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그런 말이 싫 지 않다. 당연히 서점에 가는 것도 좋다. 누군가를 만날 때도 약속 장소는 가까운 거리에 서점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 그러면 조금 일찍 집에서 출발해 서점에 들를 수 있다. 잠깐이나마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는 그 시간이 좋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으면 고민 없이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곧잘 묻는다. “책은 얼마나 많이 읽었어?” 그 질문에 멈칫한다. 질문은 멈추지 않는다. “책 한 권 읽는데 얼마나 걸려?” “그 베스트셀러 읽어봤어?” 등 많은 질문을 받는다. 안타깝게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물음이 아니다.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은 후에는 책을 더 많이 읽어보려고 하고, 빨리 읽으려고 연습도 한다. 종종 책의 인기순위도 체크한다. 그런 내 행동에 따끔하게 일침을 놓은 책을 최근에 만났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다.

저자 나쓰카와 소스케 / 번역 이선희 / 출판 아르테
저자 나쓰카와 소스케 / 번역 이선희 / 출판 아르테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나쓰키 린타로’는 아무런 준비 없이 할아버지 죽음을 맞이했다. 린타로는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어릴 때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책벌레’라는 정도다.

그런 린타로에게 이제 남은 건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나쓰키 서점’뿐이다. 그마저도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처음 만난 고모의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해 처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고 린타로는 생각한다. 어차피 할아버지는 없으니까 말이다.

분명히 처음에는 그랬다. 어느 날 신비한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고 린타로는 조금씩 바뀌었다. 사람의 말을 하는 얼룩고양이다. 자신을 ‘얼룩’이라고 소개한 고양이는 린타로 앞으로 다가와 ‘갇혀 있는 책을 구해 달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린타로는 자신에게 그럴만한 힘이 없다고 했지만 고양이는 간단히 무시했다. 그 고양이는 배려하는 말은 배우지 못한 모양이다. 심지어 독설적이다.

결국, 사람 한 명과 고양이 한 마리는 책을 구하기 위해 첫 번째 미궁에 들어선다. 첫 번째 미궁에서 만난 사람은 책을 ‘가두는 자’이다. 책을 단 한번 읽고 자물쇠로 채워놓는다.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수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많은 책을 읽은 사람만이 지식인으로 인정받는 시대라고 말한다. 논리적인 그의 말에서 겨우 허점을 찾아낸 린타로는 무사히 책을 구한다.

두 번째 미궁에는 책을 ‘자르는 자’가 있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서 하는 일은 바쁜 일상 속에 사는 사람을 위해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책의 내용을 싹둑 잘라 버리고 간결하게 줄거리만 남겨놓는다. 그의 말은 참 논리적이지만 린타로는 현혹되지 않고 책을 지켜낸다.

세 번째 미궁에서는 책을 ‘팔아 치우는 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미궁에서 만난 사람과는 달랐다. 책을 좋아하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서도 린타로는 숨어있는 허점을 찾아 책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책의 힘을 믿는다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린타로와 고양이는 작별 인사까지 나눴지만 그들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또 하나의 미궁이 열렸다. 이번 미궁은 특별히 위험해 보인다. 미궁의 주인은 린타로와 이야기하려고 반 친구인 유즈키 사유까지 납치했다. 린타로는 사유를 구하기 위해 그 위험한 미궁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린타로는 ‘책’을 만난다. 책에게 수많은 질문을 받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어둠이 주위를 감싸고 정적만이 흐를 때 린타로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그걸 가르쳐주는 게 책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 힘이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주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한번 말한다.

“우리가 책의 힘을 믿고 있는데, 당신이 당신 자신을 믿지 않으면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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