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도 홈쇼핑을 할까?
  • 남도연 기자
  • 승인 2018.04.27 15:44
  • 호수 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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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거대한 소비자 ‘밀레니얼 세대’
그러나 2030은 우리가 아는 4050이 되지 않는다

골드만삭스의 ‘린지 드러커 만’은 밀레니얼 세대가 단지 나이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2015년 이후 5년간 의류, 외식, 필수소비재, 가정용품에 있어서 15% 이상 소비가 늘어나고, 그 전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는 10%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프 프롬은 그의 책 『밀레니얼 세대에게 팔아라』에서 10년 안에 전 세계 노동인구의 75%를 차지하게 될 25억 명의 밀레니얼 세대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소비 세대’라고 표현하며 이들을 연구하고 전략을 세워 세계 최고로 성장한 기업으로 애플, 나이키, 페이스북, 아마존을 지목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역사상 가장 많은 인구를 포괄하는 세대이며,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소비 주체라는 것은 반박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거대한 소비 세대가 과연 4050이 된다고 해서 지금의 4050처럼 홈쇼핑을 이용할까?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고 이들을 위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이미 ‘겨냥’이 아닌 ‘기본 수칙’이 됐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번 호에서는 소비 주체로서의 밀레니얼 세대를 알아본다.

 

밀레니얼 세대는 떡잎부터 다르다

경제 혼란 속에 자라난 밀레니얼 세대는 혁신과 글로벌화로 대변된다. 이들은 규모의 경제를 다른 게 아닌 지문으로 익혔다. 필요한 상품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휴대폰 화면을 몇 번 터치해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소비방식이 낯설지 않은 세대다. 그 외에도 크라우드 펀딩부터 블로그 마켓, 구매대행, 해외직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물건을 얻는다. 혹여 “X세대인 나도 다 하고 산다”라고 한다면 당신은 아직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어르신이다. 4050이 ‘우리도 똑같아’라고 콧방귀 뀔지언정 ‘그런 게 있다더라’하는 카더라 통신으로 건너 들은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늦어도 본인 명의의 카드를 만들기 전부터 이것들을 누리고 자라온 세대와 같을 수는 없다. 이들은 스스로 구매력이 생기기 이전부터 TV에서 스마트폰을 광고하고 있었고 수학여행을 앞두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구매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이 시기, 그러니까 후불교통카드로 버스를 타고 다니며 휴대폰 소액결제로 치킨을 시켜 먹는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이들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다. 앞서 ‘티머니’나 ‘마이비카드’로 버스를 환승하던 초등학생도, 이후 스마트폰 하나 달랑 챙겨 나가도 삼성페이로 하루를 날 수 있는 대학생도 같은 밀레니얼 세대다. 인터넷으로 뚝딱 ‘페이팔’ 계정을 만들어 ‘직구족’이 되는 세대이며 이들에게 직구족이라는 단어는 사실, 굳이 뉴스를 찾아보지 않는 한 듣지도 보지도 못했을 촌스러운 표현에 불과하다.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는 사람에게 ‘배달족’이라고 하지 않듯이 특별할 것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에 없던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의 타고난 라이프스타일이다. ‘밀레니얼 세대’라는 표현도 당연히 제삼자가 붙인, 철저히 외부의 언어다. 그러나 마케팅에서 필요한 것은 정의보다 올바른 이해다. 인구 1/3에 해당하는 엄청난 소비 주체를 ‘우리’ 소비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밀레니얼 세대도 홈쇼핑을 할까?

밀레니얼 세대의 결혼과 독립 시기는 더 늦어졌고, 늦어진 만큼 소유권에 대해서도 이전 세대와 다른 태도를 보인다. 이는 ‘공유경제’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 배달음식, HMR 등 새로운 ‘1코노미’ 시장을 여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시장을 바꾸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경제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기존의 마케팅이 통할 리 만무하다. 기업들은 당연히 기존과 다른 형식으로 존재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와 함께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이 세대가 과연 홈쇼핑도 할까? 이렇게 묻는다면 답은 ‘Yes’다. 이들은 이미 홈쇼핑을 이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2030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TV를 보며 “저거 살까?” 하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 말에 대한 대답은 대개 ‘인터넷 검색’이다. 색상이나 치수 선택을 도와주고 껄끄러운 구매 과정을 대신해줄 뿐 아니라 본인이 상품을 구매할 때와 같은 과정을 거쳐 ‘결정적인 구매 의사’에도 관여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용하지 않는 구매자다. 함정이 있다면 이 간접적 구매자는 실제 구매자의 지갑을 닫게 하는 데 굉장히 능하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들이 4050이 되기만을 기다린다고 해서 홈쇼핑의 주요 소비자가 될 가능성은 없다. 미래의 4050은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와 온드 미디어(Owned Media)를 통해 접하는 브랜드의 메시지보다 제삼자의 의견을 더욱 신뢰한다. 쇼호스트 혼자 대변하는 기업의 상품 자랑으로 이들의 마음을 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골드만삭스의 린지 드러커 만은 이와 같은 소비자의 등장에 “오늘날의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어디로 갈지 생각해서 그곳에 투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접근할 뿐 앞으로의 소비 경제에 어떤 지대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홈쇼핑 기업은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떡잎부터 달랐던 우리의 밀레니얼 세대는 X세대와 달리 어디로 갔을까?

 

밀레니얼 세대는 스낵을 좋아해?

밀레니얼 세대가 낳은 수많은 단어 중 하나가 ‘스낵컬처(Snack Culture)’다. 과자를 먹듯 짧은 시간에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를 말한다. 모바일 디바이스에 익숙한 이 세대는 그보다 큰 화면을 빼곡히 채우는 긴 글에 집중하지 못하며 단시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영상 콘텐츠나 이미지를 선호한다. 네이버 TV의 영상 클립, 다음웹툰, 카카오톡 스토리 채널에서 보는 카드뉴스, 피키캐스트의 콘텐츠 등이 대표적인 스낵 컬처다.

이러한 문화 현상은 기업의 마케팅 방식도 바꿔 놓았다. 박카스는 ‘29초 영화제’를, 배달의 민족은 ‘배민신춘문예’를 열며 형식보다는 빠른 속도, 편의성, 편리함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들이 제 발로 기업의 온드 미디어를 찾아오도록 했다. TV홈쇼핑에서는 인플루언서에 이어 개그 프로그램 출연팀이나 아이돌 가수를 게스트로 섭외하고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한 방송 포맷을 시도하는 등 ‘쇼퍼테인먼트’에 힘쓰고 있다.

 

혼자서도 잘해요

지난해 이니스프리가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매장에 비치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는 단순히 직원의 과도한 친절이 부담스러운 내성적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미리 제품정보를 습득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테스트하는 방식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펼친 ‘언택트 마케팅’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O2O 서비스도 비대면 서비스의 일종으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환영받고 있다. 불필요한 관계 형성을 생략할 수 있고 간섭받지 않아도 되며 이로써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O2O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SSF샵(삼성물산 온라인 통합 몰)은 지난해 2030 소비자 중 70%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구매했으며 이에 맞춰 퀵 서비스 배송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향입니다. 존중하시죠.

밀레니얼 세대는 포털사이트의 최저가 검색과 온갖 할인정보를 챙기는 것을 유난스레 여기지 않고 ‘정가’로 구매하는 것이 오히려 멍청한 소비로 통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내 통장을 가져요!”라는 말을 유행어처럼 쓰는 모순투성이의 소비자다. 그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고 공연, 의류, 심지어는 그저 특정 브랜드 치킨이나 떡볶이일 수도 있다. 이 세대의 소비자는 있어 보이는 것보다 내게 가치 있는 것이 더 소중하다. “취향입니다. 존중하시죠.” 내 선택에 손가락질하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에게도 단호하게 선을 그을 줄 아는 이들이다.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니며 수십 개의 리뷰를 본다 한들 그들이 찾는 것은 거짓말하지 않는 정보지 내 선호도나 취향에 대한 평가는 아니란 것이다.

‘웰니스’ 또한 기꺼이 돈을 쓰는 브랜드가 속한 부문 중 하나다. 웰니스란 웰빙(well-being)과 피트니스(fitness)를 결합한 말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뜻한다. 누구나 건강을 바라지만 이 세대에 와서 건강의 의미는 단지 ‘무병(not sick)’이 아니다. 이들에게 건강은 매일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는 노력을 의미한다. 이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은 식음료부터 패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영향을 준다. 집 앞 공원에서 조깅만 하더라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헤어밴드와 러닝화, 러닝 앱, 텀블러 등 따라오는 지출항목이 한둘이 아니다. 에슬레저룩의 유행과 홈 트레이닝에 맞는 스포츠웨어의 꾸준한 인기가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재미있는 기업 착한 기업 나쁜 기업

이 세상엔 끼가 넘치는 사람들이, 그 끼를 분출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한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만 몇만 명이 접수하는 시대다. 그리고 이 땅엔 국민 프로듀서가 함께 살고 있다. 보여주고 싶은 자와 보고 싶은 자들이 만나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실로 엄청나다. 연예계에만 국한된다고? 전국 맥도날드 매장은 물론 페이스북을 떠들썩하게 했던 ‘빅맥 송’ 이벤트를 떠올려보자. 배민신춘문예에는 14일간 12만 3657개의 출품작이 접수됐다. 자아표출의 수단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만큼 소비자를 참여시키기 좋은 방법은 없다.

자아실현의 욕구와 자아표출의 방식은 단순히 ‘관종력(관심받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 정도를 뜻하는 신조어)’으로만 대변되진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3B’을 새롭게 정의했다. 예쁘고(Beau) 착하며(Bon) 공해 없는(Bio) 제품이다. 아름다운 것에 이끌릴 뿐만 아니라 착한 기업의 착한 제품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이끄는 소비시장에서는 기업이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CSR 활동으로 고객의 인정을 받고 쌍방향의 소통이 가능할 때 가치 있는 브랜드 자산이 구축된다.

국내시장도 마찬가지다. 밀레니얼 세대는 유기농 제품을 넘어서 현지 직거래 상품이나 무공해 제품, 탄소 배출 저감 공정 제품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반대로 사회적 이슈를 만들거나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인다. 소비를 통해서도 개인의 가치관을 지키고 자아실현을 이어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밀레니얼 세대의 시대

언제나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며 물아일체의 수준으로 모바일 디바이스를 끼고 사는 밀레니얼 세대는 어느덧 Z세대를 낳았다. 가장 강력한 소비 주체이자 앞선 X세대와 전혀 다르며, 자신과 가장 비슷한 다음 소비자를 낳은 세대가 된 것이다. 이들은 분명 ‘쏘카’를 타고 ‘인스타그램으로 찾은 일명 핫플레이스에서 데이트하며 여행을 갈 땐 ‘스카이스캐너’로 항공권을 찾아본 다음 ‘아고다’를 통해 호텔을 예약했을 것이다. 단 한 가지라도 해봤을 가능성은 99.9%라고 확신한다. 온라인에 상주하는 이 세대의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소비한다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바야흐로 밀레니얼 세대의 시대다. 밀레니얼 세대가 이끄는 소비 시장은 더는 미래 전망이 아니다. 앞으로 기업은 소비자들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야 소비자를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온라인 세상에서 모바일 디바이스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삶을 산다면, 수천 개의 상품 후기가 쏟아지고 실시간으로 최저가를 검색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살까?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 이제는 홈쇼핑도 이 새로운 세대를 위한 준비를 마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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