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패션, 지금은 PB 시대!
  • 남도연 기자
  • 승인 2018.03.26 10:41
  • 호수 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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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홈쇼핑 PB 시장
유통가 대기업 담장 넘지 못하는 PB 성공의 과실(果實)

대형마트에서 시작된 PB 강화의 바람은 편의점을 강타하고 홈쇼핑까지 불어왔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 열풍에 편승해 성장하던 PB 제품은 이어 가심비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프리미엄 라인으로 확대하며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홈쇼핑업계에서는 새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패션 PB에 고급화 전략을 더해 차별화에 나섰다. 어느덧 화장품과 함께 매출 효자로 자리매김하며 오프라인에서도 고객들에게 얼굴을 비치고 있다.

반면 제조업체의 불만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제조 영업이익률은 줄고 유통마진율은 증가하면서 PB 시장의 성장이 대형유통기업에만 득이 되는 구조라는 지적 이다. 이번 호에서는 가속화되는 홈쇼핑 PB 시장 성장의 흐름을 살펴본다.

 

봄바람 타고 훨훨, 홈쇼핑 패션 PB

CJ오쇼핑 패션 PB \'엣지(A+G)\' ⓒCJ오쇼핑
CJ오쇼핑 패션 PB '엣지(A+G)' ⓒCJ오쇼핑

1년 장사를 내다볼 수 있다는 유통가의 봄 시즌이 시작됐다. 특히 홈쇼핑 패션은 S/S시즌을 맞아 상품종류를 확대하고 새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PB 라인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홈쇼핑 패션 PB 열풍이 갑작스럽게 불어온 바람은 아니다. 2016년은 가성비를 만족 시키는 제품으로 패션 PB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7년은 가심비를 만족시키며 소비자의 신뢰를 얻은 해였다.

프리미엄 패션 PB들이 줄지어 등장하면서 홈쇼핑 패션상품은 저가의 질 낮은 세트상품뿐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백화점 못지않은 고급 제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만들었다.

가장 많은 PB를 운영중인 CJ오쇼핑은 자체적으로 기획·개발하는 온리원(Only One)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론칭 2년 만에 누적 주문액 1700억 원을 넘긴 VW 베라왕을 비롯해 2017 CJ오쇼핑 히트상품 TOP10에 2위로 오른 엣지(A+G)와 론칭 9년째를 맞는 CJ오쇼핑의 패션 편집숍인 ‘셀렙샵’의 ‘셀렙샵 에디션’, 골프 캐주얼 브랜드 ‘장 미쉘 바스키아’ 등 20여 개의 PB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홈쇼핑 PB LBL(Life Better Life)은 2016년 9월에 론칭한 이후 누적 주문금액 1600억 원을 넘겼고 지난해 연간주문액만 1000억 원을 기록하며 2년여 만에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어 봄 시즌을 맞아 모델 이소라를 앞세워 ‘LBL 스포츠’ 라인을 론칭했으며 올해 안에 남성복 전용 브랜드 ‘LBL 옴므’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은 투트랙 전략으로 패션 PB사업을 이끌어간다. 론칭 이후 연이은 매진 사례를 기록한 프리미엄 브랜드 라씨엔토는 울·캐시미어 등 고급소재를 내세워 F/W 시즌에 집중하는 한편, ‘밀라노 스토리’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대중적인 브랜드로 연중 운영할 계획이다. 밀라노 스토리는 2월 22일 론칭 첫 방송에서만 20억 5000만 원 매출을 올렸다.

GS샵 패션 PB \'쏘울(So, Wool)\' ⓒGS홈쇼핑
GS샵 패션 PB '쏘울(So, Wool)' ⓒGS홈쇼핑

GS홈쇼핑은 2012년 국내 최초 천연 울 브랜드를 표방하며 론칭한 ‘쏘울’의 지난해 누적 주문액이 2700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평균 10%를 웃도는 패션브랜드 재구매율을 훌쩍 뛰어넘은 25%의 재구매율을 보이며 충성 고객층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홈앤쇼핑은 최근 대두된 ‘YOLO’와 ‘슬로우 라이프’ 감성에 공감하며 ‘슬로우어반’을 론칭했다. 홈앤쇼핑은 기존 홈쇼핑에서 선보였던 패션 브랜드와 비교하여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의 브랜드로 슬로우 어반을 기획하는 한편, 여성복 중심 전략에 남성복과 아동복을 더해 패밀리룩을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TV 밖으로 나온 홈쇼핑 패션

3월 2일 패션 PB 팝업스토어를 개장한 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
3월 2일 패션 PB 팝업스토어를 개장한 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

홈쇼핑 업체의 PB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인지도와 신뢰도를 얻기 위한 노력은 패션 PB를 TV 밖으로까지 끌어냈다.

CJ오쇼핑의 온라인 패션 편집숍 ‘셀렙샵’은 지난 1월 첫 팝업스토어를 열어 고객들과 직접 만났다. 시즌별 주력 아이템을 선보이는 셀렙샵 에디션과 씨이앤 태용 등의 완판 기록에 힘입어 올해 중에는 셀렙샵 자체 온라인몰도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홈쇼핑은 O2O 형태 상설매장 ‘플러스샵’을 운영하며 자사의 인기상품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나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오픈한 플러스샵 3호점은 출점 한 달 만에 4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을 정도로 좋은 호응을 얻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G마켓과 연계한 대규모 O2O 프로모션을 열기도 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3월 2일부터 8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패션 자체 브랜드로 구성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의 패션 PB 매출은 전체의 30%에 달했으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범석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은 “오프라인에서 패션 PB 제품에 대한 체험 기회를 제공해 고객 인지도를 확 보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성장 맛본 대형유통기업, 제조업체엔 유명무실 약속뿐

PB 시장의 성장에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의 PB 확대가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평가를 했다. 국내 PB 시장은 유통기업이 독자적인 제조시설을 갖춘 것이 아니라 위탁제조와 비슷한 방식으로, 중소제조업체가 생산한 제품에 자사의 상표를 붙여 해당 점포에서만 독점판매 하는 형식이다. 이때 중소기업 제품을 100% 매입해서 운영하기 때문에 협력을 통한 윈윈(win-win)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8월 16일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발표한 보고서 ‘PB 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이진국 KDI 연구위원)’에 따르면 유통기업은 PB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조업체의 입장은 유통가와 조금 다르다. 대부분 수익구조가 대형유통업체의 배만 불려준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PB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는 데 비해 하청 제조업체에는 이득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PB 상품 전환 강요나 일명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거래행위에도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NB(제조업체 브랜드) 상품을 변형하거나 포장 형태만 바꿔 PB로 납품되는데도 제조 영업이익은 줄고 유통기업의 마진은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PB 납품을 계기로 판로를 확보하고 공장 가동률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는 매출 증대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하도급 거래 형태를 지속할 경우 국내 유통 업체들의 상품 지배력만 커진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PB 상품이 독과점하는 품목은 가격경쟁의 필요성이 약화해 가성비로 대표되던 PB 상품 가격마저 고공행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도 제조기업의 생산비용과 영업이익은 낮아지고 유통기업의 유통마진만 상승하는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29일 ‘공정거래위원장과 유통업계와의 간담회’에서 한국TV홈쇼핑협회를 비롯한 5개 유통 분야 사업자단체가 ‘거래 관행 개선 및 납품업체·골목상권과의 상생협력 자율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에 중소제조업체로부터 납품 받는 상품과 같거나 유사한 상품을 PB로 전환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또 입점 심사 과정에서 납품업체들에 지나치게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관행도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화된 법적·제도적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간담회에서 발표한 ‘제조업체를 상대로 하는 경영정보 제공요구 금지’는 ‘대규모유통업법 시행령 제11조’로 이미 명시되어 있으며, 불공정거래행위 강요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거래 중단 등 경제적 손실을 방지해줄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PB 시장의 불평등한 이익구조에 대한 볼멘소리가 적지 않은만큼 이 문제가 더 고착되기 전에 공정위의 감시와 강력한 제재가 요구되는 바이다. 하청 제조업체의 신고 활성화를 위해 처벌 강화와 신고인 보호 등 구체적인 제도적 정비도 시급한 사항이다. 대형유통기업단체 대표들이 나서서 “중소제조업체가 고유 브랜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보호하겠다”며 PB 전환 금지를 상생 협력 방안으로 내건 만큼 앞으로의 실천여부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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