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좇지 못하고 쫓는 하루살이
  • 김수식 기자
  • 승인 2018.02.28 09:14
  • 호수 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수식
ⓒ김수식

평범한 하루를 시작했다. 여느 아침때와 마찬가지로 요란하게 울어대는 휴대폰 소리를 이기지 못하고 눈을 떴다. 바로 일어나면 좀 억울한 기분이 들 것 같아 얌전히 이불의 온기를 즐기다가 더 이상 게으름 피울 시간이 없어 이불 속에서 빠져 나왔다.

그렇게 주말 오전, <월간 홈쇼핑> 24호 ‘포토에세이’의 빈자리를 채울 사진을 찍기 위해 집을 나섰다.

사실 한 주 전인 2월 3일, 사진을 찍으려고 ‘서울역’에 갔었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가. 연세가 꽤 있어 보이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도로를 점령했다. 사진에 그 기나긴 행렬이 같이 찍혔다. 내가 찍고자 한 건 ‘행복한 하루를 찾는 여정’이었는데 사진에 찍힌 모습은 행복을 찾기 위한 걸음보다는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가까웠다.

사진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다시 찍으러 나갈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좀 다르길 바랐는데, 이번에는 젊은 친구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내가 찾는 주제와 비슷한 내용으로 이뤄졌을 것 같았던 전시장은 연인들과 젊은 친구들의 셀카장으로 변모돼 있었다. 난 뭘 하는 거지.

몇 장이라도 건질 거 없을까 사진을 넘겨 보다 문득 처음 기자생활을 할 때가 떠올랐다. 그때 선배들은 기자는 ‘하루살이’와 같다고 했다. 매일 하얀 백지를 가득 채워 마감을 해야 하고, 그날의 취재를 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오늘 난 행복을 ‘쫓는’ 하루살이 같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