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가드 이용권의 새로운 사용법
  • 박현태 기획위원
  • 승인 2018.02.28 09:13
  • 호수 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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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홈쇼핑 방송을 통해 이색 상품이 판매되기도 한다. 시장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아이템이나 이런 것도 상품화할 수 있는가 싶은 느낌이 드는 의외의 상품들. 수년 전 보디가드(경호원) 이용권을 방송에서 소개했었다. 처음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상품이 기획될 수 있었던 걸까?" 의아해했는데 마케팅 전략회의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월간홈쇼핑
ⓒ월간홈쇼핑

 

회사의 신뢰감을 키워라

‘보디가드’라는 이름으로 전문 경호서비스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흥신소’ 또는 ‘심부름센터’ 등의 이름으로 여러 지방에서 조그만 규모의 인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그야말로 영세한 규모의 회사들이 이번에는 한데 뭉친 것이다. 이제 그들은 전국 규모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전국경호회사로서의 출범을 알리려고 한다. 서비스 품질 수준을 높이고 회사의 신뢰감을 키우면서 방송에서 그 사실을 전국에 알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방송을 5회에 걸쳐 방송할 진행자로 낙점됐다.

처음 시도하는 상품인 만큼 여러 차례 회의가 진행됐다. 또한, 특이한 아이템이고 5회분이 방송되는 동안 매번 방송할 때마다 지상파 방송사의 일부 프로그램에서 번갈아 취재가 예정돼 있었던 터라 방송준비에 더 많은 신경이 쓰였다. 겉으로 보기엔 매서운 눈빛과 우락부락한 느낌이 들었던 각 지역의 보디가드 대표님들과도 자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제 그분들의 눈빛이 부드럽게 느껴질 정도였고, 마치 든든한 ‘큰 형님’들을 곁에 둔 기분이었다.

 

방송이라 차마할 수 없는 이야기

보디가드의 능력을 설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각종 무술 실력, 경호시범, 사용되는 호신용 무기 등에 관해 이야기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에게 또는 어떠한 상황을 위해 이 경호서비스를 권할 것인가 하는 거다. 과연 대통령도 아닌, 종교지도자도 아닌, 기업의 총수도 아닌 일반인에게 보디가드 서비스는 왜 필요한 걸까? 방송에 대고 이럴 순 없지 않은가?

때로는 할 이야기가 없거나 사례로 적절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방송이라는 환경 탓에 차마 말할 수 없기 때문에 힘든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개인의 경우에도 충분히 보디가드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있다. 뉴스에 보도되는 학교폭력 문제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왕따 폭력 피해사례, 등하굣길의 성폭력 사례 등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방송에서 경호서비스를 말할 때 이러한 사실을 그 배경으로 나열할 수 있겠는가? 흉포한 대한민국을 묘사하고 사회적 위화감을 느끼게 할 테니 보도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그러한 내용을 방송에서 언급하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어려운 거다.

바이어에게 신뢰감을 주다

방송하는 날까지 많은 고민과 연구 끝에 보디가드 이용권의 활용법을 이렇게 전했다. 작은 사업체를 열심히 꾸려나가고 있는 당신에게 조언합니다. 규모가 작은 회사, 아직 큰 계약의 성과가 없는 당신에게 해외에서 찾아오는 바이어는 매우 중요한 손님이지요. 바이어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하고 좋은 상품에 대한 확신을 전해야 당신의 사업 또한 크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바이어를 맞이하기 위해 공항에 나갈 때, 왜 하필 시골아저씨 같고 투박한 김 과장이나 박 대리를 내보내시는 겁니까? 물론 김 과장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자리일수록 반드시 보디가드를 동행시키세요. 공항에 도착한 바이어는 아마도 김 과장님쯤 되는 인물이 자신을 마중 나올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세련된 정장 차림의 건장한 보디가드가 자신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방문할 회사의 사장님이 바이어를 마중하기 위해 보낸 경호원이라 소개한다면 그 바이어의 기분은 어떨까요?

공항에서 회사까지 이동하는 동안, 무척이나 감사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우쭐한 기분까지 들겠죠. ‘제법 규모도 있고, 체계가 잘 잡힌 회사인 모양이군’ 하며 아마도 방문할 회사에 대한 신뢰가 훨씬 커져 있는 상태로 당신의 사무실에 도착할 겁니다. 적어도 그런 마음으로 도착한 바이어와의 계약은 아무래도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부모님께 우쭐함을 선사하다

또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오랜만에 당신의 고향을 방문할 일이 생겼습니다. 고향에서는 당신이 출세했고 도시에 나가서 많은 업적을 쌓으며 살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합니다. 고향에 살던 당신이 마을 사람들로부터 그리 나쁜 평을 받지만 않았다면 이번 방문에 보디가드와 동행하는 겁니다.

검은색 세단에 앉아 있는 당신. 마을회관에 도착하자 운전하던 보디가드가 뛰어내려 승용차의 문을 열고 그때 당신이 품위 있게 차에서 내립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그림자같이 당신 곁을 따르는 보디가드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아마도 실제 당신의 모습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둔 당신의 가치를 상상하게 되겠지요. 어쩌면 그 마을의 자랑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죠.

혹시, 이런 장면이, 그저 돈으로 만든 허상이고 허세라고요? 물론 그리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그런 허세를 부려볼 만도 하지 않겠습니까? 부러움의 시선들을 당신의 온몸으로 받는 순간 단순한 자만심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감을 느껴 볼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는, 방문을 마치고 고향을 떠난 후 당신의 부모님께 쏟아질 부러움의 찬사와 칭찬의 값어치입니다. ‘누구네 집 자식이 성공해서는 멋지게 살고 있더라’ 하는 칭찬의 말 속에 ‘내가 자식 하나는 잘 키웠지’하면서 그동안의 시름을 잊는 작은 우쭐함을 선물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고생을 마다치 않고 열심히 키운 당신의 부모에게 그 뿌듯함을 맛보게 하는 것도 작은 행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소중한 당신, 경호서비스를 누려라

영화 <보디가드>를 기억하실 겁니다.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을 맡았죠. 내용은 다들 기억하실 테고 암튼 그 영화 이후에 광고나 코미디, 시트콤 등에서 패러디하는 경우도 엄청났지요.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 그리고 꾸불꾸불한 전깃줄처럼 생긴 귀에 꽂는 이어폰도 대유행했으니까요. 한 마디로 멋지죠? 그리고 부럽기도 하고요. 그 경호서비스를 받는 대상은 무척 소중하고 대단한 사람일 테니까.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께서도 소중한 사람인만큼 당연히 그런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으십니다. 보디가드 이용권! 꼭 정해진 사람만 이용하라는 법이 있던가요? 필요에 따라, 상황에 따라 선택해서 이용하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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