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철수, ‘기회의 땅’은 신기루인가
  • 강길수 기자
  • 승인 2018.02.27 14:41
  • 호수 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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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2018년 3월호) 전지적 좌담 시점

강길수

다수의 매체가 롯데홈쇼핑이 2월 중으로 중국 윈난·산둥지역의 홈쇼핑 지분을 현지 업체에 매각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GS홈쇼핑의 2017년 실적보고서에서는 중국 연간 순손익이 2016년 대비 약 210억원 감소했습니다. 현대홈쇼핑 역시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중국에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속속 중국에 깃발을 꽂았던 각 홈쇼핑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인데요. ‘전지적 좌담 시점’ 두 번째 시간에서는 각 홈쇼핑사들의 해외사업을 되돌아보고 개선점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앞서 말한 중국 시장을 얘기했으면 하는데요.


©박진환
©박진환

 

사드에 무너진 ‘차이나 드림’

최재섭 국내 홈쇼핑사가 중국에 처음 진출한 건 2004년이었습니다. 그해 4월 CJ오쇼핑이 상해에 동방 CJ를 개 국한 거죠. 지금까지도 동방 CJ는 흑자를 기록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톈진의 천 천 CJ, 광저우의 남방 CJ 등은 그렇지 못합니다. 진입 초기에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며 투자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익 구조 등의 지표가 개선되지 못했죠. 이는 중국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강길수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이해하지 못한 걸까요?

조성선 국내 홈쇼핑은 TV를 기반으로 웹 그리고 모바일로 차차 스위칭하면서 발전했습니다. 중국 역시 그런 단계를 밟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죠. 하지만 중국은 알리바바를 필두로 기술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단기간에 TV홈쇼핑에서 웹 그리고 모바일로 옮겨갔죠. 모바일 성장세가 가파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TV홈쇼핑의 성장세는 더뎠습니다. 이와 더불어 중국에서는 모바일 규제가 적지만 TV는 미디어로 분류되기 때문에 규제가 심합니다. 이 역시 TV홈쇼핑의 발전 속도를 저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재섭 베트남, 중국 등 넓은 영토의 국가들은 인터넷이나 TV를 건너뛰기도 합니다. 모바일이 먼저 확산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거든요. 상품을 검색하는 수단이 모바일이고 모바일로 결제까지 연결되다 보니 TV나 PC로 돌아올 필요가 없는 거죠. 모바일 기반이 굳어진 국가에 국내 홈쇼핑 장비를 들고 가서 여기에 적응하라고 한다면 그게 통할까요.

강길수 지난해 중국에서 고전했던 건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여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성선 네 맞습니다. 사드 후폭풍이 있기 전만해도 중국에서 한국 뷰티 브랜드의 성장은 주목할 만했습니다. 국내 TV홈쇼핑에서 론칭한 상품이라는 이유로 중국 현지인들의 믿음과 신뢰를 얻고 있었죠. 다수의 기업이 국내 홈쇼핑에 진입하면 중국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기도 했고요. 하지만 사드 이슈 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신상품을 론칭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한국 상품을 모아서 방송하는 한국 상품전을 열지 못하면서 타격을 입었죠. 또 국내 연예인들을 브랜드 모델로 활용하는 중국 기업이 많았는데 사드 이후로 많이 감소했습니다.


​©박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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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표 활용한 정밀한 접근 필요

강길수 중국을 차치하더라도 베트남, 인도 등 타 국가에서도 적자가 지속됐습니다. 현대홈쇼핑 2017년 3분기 실적 보고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순손익은 -2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GS홈쇼핑 역시 2017년 인도에서 연간 순손익이 -128억원이었습니다.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재섭 각국의 홈쇼핑 시장을 정교하게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젊은 인구가 많고 국민소득이 높으니 해볼 만하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합니다. 모바일 보급률이나 인터넷, 신용카드 보급률 등 특정 지표를 가지고 정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성선 저 역시 비슷한 생각입니다. 국내 TV홈쇼핑은 소비자층이 넓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시아권의 몇몇은 소득 수준이 높고 카드를 사용하는 특정 계층만이 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구매합니다. 이처럼 국내와 다른 해외 각국의 특성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아직 홈쇼핑 역사가 짧은 몇몇 국가는 국내와 달리 홈쇼핑에 숙련된 근로자가 적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그들을 전문적인 인력으로 양성하는 데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박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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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키워드, 현지화

강길수 화제를 조금 돌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월 5일 CJ오쇼핑이 태국 진출 5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 흑자를 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태국 합작법인 GCJ가 지난해 취급고 650억원, 영업이익 2억원을 기록했다는 것인데요. 이처럼 성공 사례가 있다는 건 비관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는 걸까요?

최재섭 네 그렇습니다. 큰 피자가 욕심난다고 포크 하나로 들려고 하면 들어 올릴 수 없습니다. 세계 소비시장도 이와 같습니다. 피자를 잘라서 먹듯 세분화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능성이 보인다고 한꺼번에 시장을 확 장하기보다 진출한 국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즉 진출한 해외 국가에 맞는 현지화가 진행돼야 합니다. CJ오쇼핑은 현지 소비자 트렌드를 잘 아는 태국의 패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애로우(Arrow), 세인트앤드류스(St. Andrews) 등 차별화된 브랜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상품을 현지화한 경우라고 볼 수 있죠. 진행 방식의 현지화를 꼽자면 GS홈쇼핑을 들 수 있습니다. 2014년 말레이시아 미디어 그룹 아스트로와 함께 ‘GO SHOP’을 개국한 GS홈쇼핑은 쇼호스트가 슬랩스틱을 펼치는 등 웃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는 콩트와 같은 재밌는 홈쇼핑 방송을 선호하는 현지인의 취향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소비 패턴 다른 유럽

강길수 아시아 시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유럽 진출은 활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두 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최재섭 소비자 행동이 완전히 다르다고 봐야 합니다. 서양은 사용설명서 등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TV 광고나 주변 사람의 추천에 영향을 받는 국내 소비자와는 확연히 다르죠. 또 영세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도 국내보다 강합니다.

조성선 독일에 살면서 크게 느낀 건 우리나라와 소비 패턴 자체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쟁여 놓고 쓰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마트의 포장 단위도 아주 작을뿐더러 대형 냉장고를 사용하는 가정도 찾기 힘듭니다. 1+1, 몇 종 구성처럼 대량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 하는 국내 홈쇼핑과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죠. 또 신중하게 상품을 선택하는 편이라 하나의 상품이 론칭해 인기를 끌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더불어 앞서 말한 대로 ‘유럽’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기보다 국가별로 쪼개 그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유럽연합(EU)의 허가를 받으면 가입한 28개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는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의 국가마다, 중국의 성마다 소비문화나 선호 상품이 다르듯 유럽 역시 이와 같습니다. 따라서 국가별로 따지자면 결코 EU가 큰 시장만은 아닙니다.


​©박진환​
​©박진환​

정부에 바란다

강길수 홈쇼핑사와 기업이 현지화에 힘을 쏟기 위해 정 부는 어떤 힘을 보태야 할까요?

최재섭 해외로 진출하려고 한다면 ‘의무’를 주기보다 ‘도움’을 줘야 합니다. 종합상사의 역할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유통업체는 유통만 잘해도 성공입니다. 물론 유통에 도매상 역할까지 해주면 좋겠지만 이 때문에 ‘유통’이라는 본질을 빼앗긴다면 곤란하죠. 각국에 맞는 상품을 편성해야지 억지로 국내 상품의 편성 비중을 높인다면 분명 문제가 발생합니다.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서 겪는 애로사항들을 잘 듣고 국가 대 국가로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가 있으면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죠. 또 중소기업진흥공단, 코트라(KOTRA) 등 무역 진흥에 힘을 쏟는 기관들의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기관들의 양적, 질적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성선 지역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 홈쇼핑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럽 전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어 독일의 인문학적 역사에서부터 기후, 문화, 국민성 등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홈쇼핑은 단순한 상품판매 채널이 아닌 종합적인 산업입니다. 상품 소싱에서부터 방송에 이르기까지 유통과 미디어를 아우르는 전문성을 갖춰야만 하죠.

홈쇼핑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홈쇼핑 산업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할 수 있지만 앞서 말한 각국의 문화 등은 현지에서 직접 부딪쳐야 알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들이 2~3년 현지에 머무르면서 그 국가와 권역의 시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강길수 최근 각국에 진출한 홈쇼핑사의 동향은 ‘맑음’ 보다 ‘흐림’에 가까웠습니다. 좌담을 준비하면서 해외 각국의 ‘기회의 땅’은 어쩌면 신기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좌담을 통해 그러한 믿음이 강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지화를 위한 정부와 홈쇼핑사 그리고 기업의 노력이 있다면 절망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도 느꼈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기회의 땅이 점차 확대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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