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산업, 정체기인가?
  • 강길수 기자
  • 승인 2018.02.20 09:54
  • 호수 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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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커머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1)

강길수

안녕하세요. <월간 홈쇼핑>은 창간 2주년을 맞아 ‘전지적 좌담 시점’을 신설했습니다. 홈쇼핑 업계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며 홈쇼핑 산업의 발전을 꾀하고 싶습니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2018년 3조원 시대를 앞둔 T-커머스(데이터홈쇼핑)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2018년 전망과 바람을 듣고자 합니다. 최근 한국TV홈쇼핑협회의 통계자료를 통해 홈쇼핑사 전체 취급고 매출액 증감률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계속해서 줄어드는 걸 확인했습니다. 홈쇼핑 산업은 정체기를 맞은 걸까요?

박현태
홈쇼핑사가 5개였던 시절부터 홈쇼핑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규 홈쇼핑사가 시장에 진입했고, 지금은 T-커머스 포함 총 17개의 채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T-커머스가 3조원 시장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읽기도 했고요. 이 정도면 시장 포화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재섭
저 역시 동의합니다. 우리나라 유통시장 자체가 선진국들하고 비교했을 때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테면 국내 유통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기준 7.6%입니다. 영국이나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한참 낮은 수치죠. 일본은 2012년 기준 22.5%였어요. 그렇게 봤을 때 국내 유통 시장은 충분한 개발 소지가 있습니다. 소비자의 구매욕을 일으킬 제품을 출시하고 소비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시장규모는 커지겠죠. 규모가 작은 것은 꼭 유통 관계자의 탓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부 정책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나 싶어요. 성장 한계를 스스로 막아 놓고 있죠.

(사진 왼쪽부터) 박현태 기획위원, 조성선 (주)에스디생명공학 유럽지사장, 최재섭 경제학 박사 ©박진환
(사진 왼쪽부터) 박현태 기획위원, 조성선 (주)에스디생명공학 유럽지사장, 최재섭 경제학 박사 ©박진환

강길수

정부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까요?

최재섭
한번은 중국에서 유통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마윈’ 사진을 보여줬더니 상당한 호감을 표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마윈은 생각하고 창조하며 새로운 길과 방법을 제시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사람입니다. 국내 유통으로 시선을 돌려보겠습니다. 유통 방법과 채널을 고안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공정거래상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에도 말이죠. T-커머스도 예외는 아닙니다. T-커머스사가 왜 라이브를 하면 안 되나요. 지금의 정책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유통은 고용 창출이 많은 산업인데 규제로 묶어놓으니 자라지 않는 겁니다. 유통산업 규모가 지금의 두 배만 돼도 청년 실업을 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재핑 효과

강길수
올해 1월 1일부터 ‘K쇼핑’의 스카이라이프 채널번호가 기존 21번에 4번으로 앞당겨졌습니다. 지상파 SBS 바로 앞 채널로 재핑 효과(인접한 채널의 프로그램 방송 전후에 매출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요. 이에 대한 패널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최재섭
다수의 IPTV가 TV를 켰을 때 가장 낮은 채널이 먼저 나오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시청자들은 아래 번호부터 채널을 올리게 되고 확률적으로 로우 채널(Low channel)에 재핑 효과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이는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현태
몇 년 전만해도 홈쇼핑사들의 관심은 지상파 방송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밤 9시에 A라는 상품을 판매한다고 했을 때 동 시간대에 지상파와 타 홈쇼핑사에서는 어떤 프로그램과 상품이 소개되는지 모니터링 한 거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JTBC와 tvN 등 종합편성과 케이블 방송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들의 경쟁력은 강화됐습니다. 홈쇼핑은 주로 4~50대를 타깃으로 하는데 타깃의 연령대를 넓히거나 낮추기 위해서라도 케이블 프로그램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박진환
©박진환

라이브와 T-커머스의 구분

강길수
<월간 홈쇼핑>을 발간하기 전만해도 T-커머스라는 용어를 몰랐습니다. 가끔 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긴 했지만 그 채널이 라이브홈쇼핑(아래 라이브)인지 T-커머스인지 구분을 하지 못했죠. 굳이 할 필요도 없었고요. 밑에서부터 채널을 올리다 괜찮다 싶으면 샀던 것 같아요. 시청자의 입장에선 라이브홈쇼핑과 T-커머스의 차이를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조성선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T-커머스 채널은 쇼호스트가 등장하는 영상 영역과 해당 상품과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타 상품 정보 등이 담긴 데이터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초기 화면은 영상 영역이 전체를 채웁니다. 라이브처럼요. 무심결에 채널에 머문 시청자들은 늘 봤던 상품이기에 구분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과거엔 T-커머스가 재고를 처분하기 위한 채널로 활용되기도 했어요. 가격을 낮춘 재고 털이 개념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어요. 라이브는 매출 볼륨이 큰 장점과 투입되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공존합니다. 라이브 황금시간대에 1회 방송한 것과 T-커머스에서 3개월 또는 6개월 방송 했을 때 후자가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이 때문에 리스크가 부담 되는 협력사들이 T-커머스로 많이 옮겨가고 있죠. T-커머스에서 단독 론칭을 하는 협력사도 많아졌고요. 홈쇼핑 산업이 협력사를 빼고 논할 수 없기에 이러한 이동 현상은 T-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박현태
라이브는 물량이 많고 가격대가 높은 상품을 주로 편성합니다. T-커머스는 그 반대가 되겠죠. 롯데홈쇼핑의 경우 예전엔 라이브에서 매출이 잘 나온 상품을 T-커머스에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분리했죠. 라이브 상품을 T-커머스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최 교수님, 이건 법제화된 걸까요?

최재섭
그건 아닙니다. 담합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라이브에서 T-커머스로 가지 못하도록 의도한 것이죠. 라이브와 T-커머스 두 채널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서 치고 올라오는 T-커머스를 견제하기 위해 내부 규정을 만든 게 아닐까 의심이 가는데요. 확인을 해 보고 진짜라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진환
©박진환

조성선

분리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는 않았을까요? MD는 좋은 상품에 대한 욕심이 있긴 하지만 본능적으로 높은 실적을 갈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분리 전에는 라이브로 검증된 상품을 T-커머스로 가져 오는 안전한 방법을 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제한하지 않았더라면 소싱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저 집어 오는 데 그쳤을 수도 있습니다.

강길수
라이브에서 T-커머스로 상품 이동이 제한적이라고 했는데 그 역의 경우는 어떤가요? T-커머스의 상품을 라이브에서 방송하는 건 가능한가요?

조성선
반대로는 가능합니다. T-커머스에서 성공한 상품을 라이브에서 방송하기도 하죠.

 

모바일 강세 지속될까?

강길수
지난해 화두 중 하나가 ‘모바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홈쇼핑사의 전체 취급고에서 모바일과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TV쇼핑을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까요?

조성선
TV는 점점 줄고, 모바일이 확대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1시간 방송 보다 15분, 30분 씩 짧게 많이 보여주는 편성이 되겠죠. 모바일에 대한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습니다. 실제로 한 홈쇼핑사에서는 10여 년 전 20분짜리 프로그램을 하루에 3~4번씩 송출하는 테스트를 했죠. 생각보다 효과는 없었습니다. 2012년 또 한 번 시도했습니다. 이 역시 기대한 매출을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허나 소비자들이 하나의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1시간 내내 방송을 보는 게 아니라는 내부 결론을 얻었습니다. 따라서 언젠가는 15~20분 방송만 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많이들 예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매출이죠. 지금 당장엔 1시간 방송이 매출이 높기 때문에 실행이 힘듭니다. 3~6개월 정도 짧은 시간 방송으로 유지해봐야 비교가 될 텐데 말이죠.

박현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짧은 시간 방송은 중소기업 상품의 소개전(展)처럼 됐습니다. 진입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 상품을 론칭 하는 데에 그치고 있죠.

최재섭
TV는 결제 수단이 아닙니다. 따라서 TV로 방송을 보고 구매 과정만 모바일을 거치는 일이 잦습니다. 결제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 동향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서비스인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이미 2013년 대표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미국 최대 케이블방송 ‘HBO’의 가입자를 수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방사수, 재핑 효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런 면에서 T-커머스의 강점이 드러납니다. TV,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엄청난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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